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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컨설팅의 실패와 머신러닝의 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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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이후로 많은 의견을 받았는데, 답변차원에서 2번째 글타래를 이어가본다.

지난 글에서 이미 컨설턴트의 ‘케이스 풀이법’에서 선형적 비지니스 접근의 한계에 대해서는 언급했으므로, 이번에는 실제 현업에서 비지니스 하는 사람들과 컨설턴트들의 차이를 살펴보자.

케이스 풀이법에서 슈퍼마켓 예시를 들었으니 같은 산업에서 스토리를 이어가보려 한다.

컨설팅 vs. 슈퍼마켓 지점장 사례

당신이 대형슈퍼마켓 지점장이라고 해보자. 컨설팅 회사 출신 본사의 전략기획 실장님께서 우리 지점 매출액 목표치가 동네인구 x 시장점유율 x 1인당 장바구니 사이즈 x 52주’ 정리해서 보내주셨다. 이제 매출액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여기서 동네인구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52주를 104주로 늘릴 방법도 없다. 1인당 장바구니 사이즈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일시적으로 인기 상품을 들여와 가능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사람들이 집에서 요리를 해먹도록 만들어야 1인당 장바구니 사이즈가 늘어날텐데, 이는 본사에서도 하기 쉽지 않은, 트렌드의 변화를 불러일으켜야하는 일이다. 문화 현상에 대한 도전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기로 한다.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기

결국 지점장인 당신에게 필요한 내용은 우리동네에서 우리 슈퍼마켓이 경쟁마트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당신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정도의 마케팅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미끼 상품 몇 개로 사람들 유혹하기
  • 상품 팜플렛 돌리기
  • 입소문 내기

미끼 상품은 뭘로 고르면 될까?

컨설팅의 하향식 접근방식에 따라, 우리 동네에는 4인가구가 많고, 요리를 많이하고, 부자동네라서 고급 음식을 많이 먹으므로 1등급 한우의 비싼 부위를 싸게 판다고 결론 내리는 방식과, 지난 주에 제일 많이 팔린 상품 리스트 중 아직 재고가 많이 남은 상품 1-2개를 골라 재고를 처리하는 방식 중 당신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겠는가?

컨설팅의 접근 방식을 취하려면, 1등급 한우의 비싼 부위를 얼마의 가격에 팔아야할지, 몇 %의 손실을 감수해야할지, 홍보효과가 충분해서 사람들이 많이 올지, 방문해서 다른 상품도 많이 사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있어야하고, 해당 수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예컨대 우리 마트 또는 옆 마트에서 비슷한 미끼 상품을 썼던 기록 데이터가 필요하다.

만약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면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숫자가 나오는 것을 봐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몰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재고 남은 상품을 처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최소한 이를 통해 할인판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근거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에 다른 미끼 상품을 기획할 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다음 포인트를 보자. 팜플렛은 어떻게 만들어야되는가? 입소문은 어떻게 내야할까?

미끼 상품 케이스와 똑같다. 플랜을 만들어내려면 오랜세월 마트를 운영해온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남들이 하는 것을 벤치마크로 삼아 내실이 들어찰 때까지 왜 그렇게 했을까 고민하면서 모방하는 수 밖에 없다.

 

싸게 파는데도 사람들이 안온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아무리 싸게 상품을 내놔도 사람들이 우리 마트에 안 온다고 해보자. 마트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설문한 결과 주차장이 불편해서 장보는 아주머니들이 낮에 차를 끌고 오지 못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마트 차원에서 더 많은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려고 차 간격을 좁게 했더니 문콕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컨설팅 방식의 하향식 접근법을 적용하면, 문 앞에서 고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면서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그러나 고객이 솔직하게 답변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며, 문항 구성에 따라 답변에 대한 신뢰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주차장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최초 설계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에 건축설계사무소를 고소하고, 설계 변경 비용 내고, 지방정부기관 건축팀 승인 및 안전 평가, 건설업체 결정 문제 등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겠지만, 양보해서 해당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서 고객들이 마트에 많이 오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오게 만들어 놔도 돈을 안 쓴다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왔는데, 다른 마트보다 장바구니 금액이 적다.

컨설턴트는 우리 동네가 우리 동네는 어떤 소득, 소비 수준을 갖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래서 상품은 어떤 종류를 소비하고, 그 중 어떤 상품은 브랜드 이미지가 어떻고, 그래서 어떤 종류의 상품을 더 많이 입점시켜야하는지 등의 ‘솔루션’을 제안할 것이다.

힌퍈 현장 경험이 많은 노련한 지점장은 고객들의 동선을 먼저 확인해볼 것이다. 특히 주차장 문제를 해결한 지점장이면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혹은 가족 동반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1주일치 장을 볼 것이다. 이를 통해 먹고 싶은 상품이 없다거나, 먹고 싶었던 상품이 잘 안보인다거나, 배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고객이 헷갈리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파악할 것이다.

분석이 끝났으면 고객이 움직이는 동선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매대의 폭을 조절하거나, 상품이 잘 팔리는 코너에 더 주력 상품을 배치하거나,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상품들 위주로 홍보 마크를 달아놓는 방향으로 매장 안에서 고객들이 장바구니를 더 풍성하게 채울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이런 지식을 공부하는 산업공학의 분과학문을 소매 인체공학(Ergonomics in Retail)이라고 하고, 이런 종류의 수업과 교재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상품 배치는 관련 주제의 학문을 하는 연구자들이 기하학적 지식을 동원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로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현장 경험이 많은 노련한 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것을 경험으로 익히고 있는 것이고, 박사들은 기하학이라는 수학 지식과 실험 기반의 통계적 연구로 그런 지식을 쌓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진= Wearable Ergonomics, Briotix

 

머신러닝이 쓰일 곳

실제 건물에서 사람들의 움직이는 경로에 대한 데이터를 얻고, 그걸 바탕으로 추론을 하던 기존의 연구 방식이 혁명적인 변화를 맞은 건 역설적이게도 움직임을 잘 추적해주는 전파기기(Beacon)이 설치되어서가 아니라, 추적 자체가 매우 간편한 온라인으로 구매의 중식축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마트 산업에서 상품 위치를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밝혀내기 위해 위의 사진처럼 기계를 착용하고 가짜 고객들이 직접 쇼핑을 하도록 데이터를 모으던게 불과 10년 전의 상황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고객이 어떤 검색어로 어떤 상품을 봤고, 얼마나 긴 시간동안 그 페이지를 보다가 다른 페이지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지문’을 전부 보유하고 있다. 그 상품 하나만 보고 안 사고 나가버린 데이터 밖에 없으면 문제의 원인이 뭔지 알아내기 힘들 수 있으나 다른 상품을 결국 구매하는걸 보고, 두 상품 간의 차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만 있으면 앞 상품이 왜 안 팔렸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고객들의 상품들을 구매하는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 상품의 가격이 문제였는지, 또는 어떤 특징이 문제였는지를 구분하는 정확도가 가파르게 올라가게 된다.

나아가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 N개를 묶고 그 중 가격과 판매량 간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높은지 잡아내면, 해당 상품군은 상품 품질이 중요한지, 또는 가격이 중요한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산업조직론이라는 경제학의 분과 학문에서 오랫동안 해 오던 작업이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시스템만 갖춰져있으면 불과 클릭 몇 번에 같은 정보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좀 더 발전하면 상품 소개 문구 하나, 썸네일 사진에 쓰이는 색상, 썸네일 사진의 모델, 글자 폰트, 화면 색상 비지니스 운영자로서 해야할 고민들을 상당히 합리적인 숫자로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이러한 내용을 산업공학과의 소매 인체공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즉 유저들의 행동을 뒤에서 보고, 설문지를 나눠주고, 질문을 하고 답을 얻어가면서 비싸게 얻었던 유저 행동 데이터를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에서 실시간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그 전까지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는 온라인 마케팅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비스를 구축해야한다.

필자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학문과 비지니스를 하면서 한 분야의 지식이 성숙되어 가는 과정에 큰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식은 어떤 단계에 있든 상관없이 작은 차이를 읽고 이를 어떻게 추상화하여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까, 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두 영역간의 차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수학, 통계학 같은 학문을 쓰느냐, 직관과 경험을 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비지니스 의사결정 구조의 진화 by 데이터 사이언스

설문지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인간의 선호를 보여주는 데이터, 현시선호 (Revealed preference)가 표시된 데이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컨설턴트의 하향식 접근방식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오히려 통계학적 방법론을 이해하고, 더 복잡한 비선형 패턴을 찾아내는 머신러닝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위의 그림을 보면,

  • A타입: Top-down 형태의 컨설팅 형태의 지식 생성 과정
  • B타입: Bottom-up 형태의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올려서 삼각 피라미드를 완성하는 과정
  • C타입: 삼각형 2개를 겹치는 복잡 구조물을 만드는데 하나하나 데이터의 검증을 받는 과정

이 있다. 지금까지 비지니스가 B타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A 방법론으로 접근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C타입처럼 복잡하고 특화된 업무가 생겨나면서 내가 맞는지에 대한 시행착오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됐고, 시행착오를 비싼 비용을 들여 가짜 유저를 투입시키지 않고도 데이터를 이용해서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업무는 C타입으로 복잡해졌고, 검증은 온라인 유저 데이터를 이용하면 빠르게 진행되므로 B타입 시절에 A 방법론을 쓰던 컨설턴트가 가지는 엣지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 것이다.

t-Test, A/B Test 같은 1회성의 1변수, 2변수 테스트가 흔히 알려져 있는 통계 테스트 방식이고, 베이지안 방법론을 이용해서 Bandit problem을 풀어내는 연속성의 테스트도 같은 클래스의 통계학 이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선형적인 결과만을 내놓는 업무를 하는 직장에 있으면 2000년대 초반의 지식 체계에 머무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었다. 요즘 데이터 사이언스 붐이 생기는 이유, 이런 붐이 지속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C 타입의 업무가 얼마나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한 이미지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는 연구실에서 고민한 함수를 적용하는데 그치지만, C 타입의 업무는 본인의 데이터 사이언스 내공을 실무에 적용하는 비지니스 감각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나가며 – 전략 컨설턴트 접근법의 몰락

컨설팅 스타일의 Top-down 접근법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접근법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아 올리는 과정이 아니라, 정확도를 희생하고 속도를 올리려는 접근법이다. 이는 현실상황이 복잡해질 수록 그 한계가 명확하게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시대에 더 이상 컨설팅적 접근법이 효과적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제는 더 이상 해당 접근법이 적용될 수 없을 만큼 사회가 다원화, 복잡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좁은 구역 주차를 수천번해보던 전문가가 아니라면, 주차장 모양만 보고 바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소매 인체공학 전문가가 아니라면, 자기 마트 주차장의 문제는 직접 주차 실패를 겪으며 몇번 차를 긁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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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컨설팅의 실패와 머신러닝의 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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