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의 어이없는 편견들과 싸우면서

한국 대학 vs. 해외 대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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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시절, Financial Economics 라는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수업을 듣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수업이 1학기는 Discrete time, 2학기는 Continuous time으로 Asset pricing 모델을 배우는 수업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 차트 따라가서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기능” 수업이 아니라,

괴로운 수학 모델 기반으로 Fundamental Theorem of Asset Pricing (FTAP) I, II를 증명해가며,

Portfolio 구성에 어떤 위험과 어떤 수익 관계가 생기는지를 경제학 & 수학 을 이용해 추상화된 모델을 배우는 수업이다.

특히, 2학기에는 Stochastic Calculus라는 1/무한대, 즉 무한소의 영역을 다루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수학을 이용해야되는터라,

안 그래도 따라가기 버거운 지식의 수학적 난이도는 더 극악이 된다.

이쪽 학자들 중에 아예 Stochastic Calculus를 모르는 사람도 은근히 될 정도다.

나 역시 석사시절 정말 미친듯이 괴로웠던 과목이고, 나중에 박사가서 그 수업 A+받고 환희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

 

그 수업 2학기 시작하던 어느 무렵, 옆 학생들끼리 농담하는 걸 들었는데,

A: How’s going dude? You look terrible

B: Ya.. terrible as hell.. I feel like I am in a wrong program.

A: I thought so, too. I should’ve applied to easy masters, like MBA. I didn’t know finance needs this much math.

 

그날 대화가 농담처럼 들리질 않더라.

 

What can I do, if I cannot understand most of the parts? 라고 학년 초에 질문했던 다른 친구는

차라리 널럴한 프로그램으로 가서, 아무 석사라도 하나 졸업했었던 기억도 난다.

 

박사 시절, 석사 애들한테 Stochastic Calculus 강의를 하다가 운이 좋아 Best TA of the Year 상을 두 차례나 받았었는데,

잘 모르고 가르치려다보니 문제 풀이에만 집착하는 나 자신이 싫었던 기억도 나고,

너무 어려운 학위에 도전해서 괴롭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해 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조교 수업을 찾아오던 석사 생들도 기억난다.

내 경험을 미뤄봤을 때, 그 석사생들도 진짜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널럴한 국내의 경영학과라도, 대부분의 Finance 대학원 과정은 수학, 통계학 요구사항이 높다보니,

그쪽 대학원 생들은 거의 죽을상이 된 상태로 사는걸 자주 봤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박사 유학가려고 도전하던 국내 10명이 안 되는 극초최상위권만 힘들어했던 것 같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냥그냥 시간 때우다가 학위만 받아서 졸업하고, 어느어느 기업 그럴싸한 자리에 취직 했다고 하더라.

 

위는 Quara.com 이라는, 영어권에서 매우 유명한 질문/답변 서비스에 Good / Bad university를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저 위에서 Good univ 조건 중 3, 4번과 Bad univ 조건 1-4번이 눈에 너무 박혀서 갖고 와 봤다.

 

국내 IT학원들이나 국내 공학 박사들, 전반적으로 IT업계에 있는 공돌이들에게 팽배한 사고 방식을 보면,

“코드 복붙해서 라이브러리 활용하는 개발자들 = 데이터 과학자”라는 (정신나간?) 시장에서,

머리 숫자로 압도하는 자기네들이 “주류 (Mainstream)”이고,

통계학과, 경제학에서 통계학을 활용할 수 있는 훈련을 받은 계량경제학자 같은 소수 집단을 “비주류”라고 판단한다.

 

자기네들이 주류이기 때문에 자기네들이 맞고, 그래서 소수 집단이 뭐라고 하건 다 틀렸다고 주장하더라.

“우리나라 대학들이랑 대기업들, 공학 박사들이 맞다고 하는데” 라는 표현을 쓰는데,

나는 학부 들어가던 시절 이후로 한번도 국내 대학, 국내 대기업, 국내 대학 공학 박사 학위를 “내가 가는 리그”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거긴 “쩌리”들이 가는 곳 아닌가? (그 중엔 극소수의 예외도 있긴 하겠지.)

“쩌리”들이 숫자가 많으면 갑자기 상대성 이론이 틀린 이론이 되는건가? ㅋㅋ

학문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는 영역에는 당연히 극소수의 똘똘이 밖에 없다.

“쩌리”들이 그 공부를 할 수 있을리 만무할테니, 그런 극상위 클래스 진입은 못 하고, 그냥 복붙하며 해봤다고 자위질이나 하겠지.

 

내가 갔었던 & 수업을 찾아들었던 영미권의 매우 좋은 대학들은 위의 Quora.com 질문에 Good Univ 답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만큼

철저한 퀄리티 컨트롤과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 줬었다. (Good Univ의 3,4번)

반면, 국내 대학 출신들을 가르치면서 받은 타 학교 강의자료나 졸업생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 대학들 대부분이 Bad Univ 조건과 겹치는 부분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Bad Univ의 모든 조건들….)

오죽하면 명문대 교수가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라는 소리를 입 밖에 읊을까?

 

나름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곳에서 학부를 했었는데, 내가 받았던 교육은 석사 유학가서 바로 박살이 났었다.

(물론 내가 대충대충 공부했던, 별로 대단치 않은 학생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나마 요즘은 비행기 타고가야 뵐 수 있는 기라성 같은 교수님들을 깜놀할만큼 많이 모셔놔서 믿음을 갖게 됐지만,

우리 학교만해도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 봤었던 함량 미달의, “Bad Univ” 조건과 오버랩이 있는 교수진들,

조속한 정년 퇴임이 필요했던 그런 교수진이 아직도 은근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이제 눈을 떠 버렸다.

다른 학교로 가면 상태는 더 심각하더라.

“어휴 니 까짓게 교수라고 어디가서 거들먹거리냐 ㅉㅉ” 같은 생각이 드는데 어쩌누

 

차라리 어린 시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수업 대충 하는 교수들 놀리고, 흉내 내고 욕이나 하는,

까막눈의 인생을 살았던게 더 나았을 것 같은데,

한 명의 교수라는 사람이 학계에서 어떤 지위에 있을지 평가할 수 있을만큼 지적 훈련을 받고 경험이 쌓이다보니,

국내 어지간한 대학의 어지간한 전공 교수진이 아니면 아예 색안경을 끼고 교수라는 직업군을 바라보게 됐다.

 

“좀 위험한 발언이긴한데, SKY 교수 아니면 말 안 섞어도 될 것 같애…”라고 자조하던 어느 명문대 교수 지인의 하소연을 들으며,

내가 보는 눈이, 내가 Respect을 던지는 분들의 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 받았는데,

뭐랄까, 빨간약과 파란약 중에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먹은 느낌이랄까?

 

안타깝지만 이게 국내 대학 교수진들, 박사급 연구원들 대다수의 현실이다.

말을 바꾸면, 한국 대부분의 대학 및 전공은 Bad Univ의 매우 적절한 예시더라.

극소수의 글로벌 티어 교수님들, 그림자를 밟을까봐 죄송한 교수님들, 180도 폴더폰 인사도 부족한 교수님들,

그런 분들이 학교 안에서 분명 온갖 종류의 Negative externality를 받고 있을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 for Good Univ.?

지난 몇 년간 돈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묵묵하게 국내 IT업계의 정신나간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을 비판하는 블로깅을 하고,

중간중간 시간내서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해 왔던 상황을,

가까운 지인이 “돈, 시간 깨진다고 잘 안 할려고하는 브랜드 마케팅을 4년동안 했던 셈이군”이라고 표현하더라.

난 그냥 어이가 없어서 글을 썼을 뿐이고, 답답해서 사람들을 깨우쳐야겠다는 생각에 강의를 했을 뿐이다.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그 날 처음 들었을만큼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였는데,

다 듣고보니 맞는 말인거 같더라.

분노를 표현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주식회사 파비”라는 회사 이름이 데이터 사이언스 업계에서 최정상의 전문가들,

특히 수학, 통계학 기반의 훈련이 탄탄하게 된 사람들이 만드는 조직이라는 메세지를 주게 됐다.

(대신 수알못 공돌이들 사이에선 성격 엄청 안 좋은 아저씨가 욕만 엄청나게 쏟아 붓는다는 악명도 같이 쌓이기는 했지만 ㅋㅋㅋ)

 

학교를 만들면서 했던 생각이, 정말 국내에서 좋은 교육을 못 받아서 울화통이 터진 사람들,

글로벌 최상위권 인재들이 받는 수학, 통계학 기반의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을 받고 싶은 인재들,

그런 인재들 옆에서 나도 조금이나마 더 공부해보고 싶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찌보면 뜻하지 않았던 브랜드 마케팅이 같은 Fit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우리 학교의 “주류”이기도 하고ㅋ

 

우리는 학생 숫자 많이 받아서 그걸로 부자되겠다는 류의 Bad Univ를 만들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어차피 고급 지식은 소수의 뛰어난 인재들에게 독점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수천년의 인류 역사에서 얻은 경험 데이터로 충분히 “수렴”되는 결과를 얻을 수준이고,

그 소수의 인재가 바보 그룹 전체에게 속칭 “땅 짚고 헤엄치기”가 가능해지는 만큼 쉽게 만든 결과물을 던져서,

그 바보 그룹들의 활용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로 “돈을 버는 것”이 지식기반 사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수학자 1명이 공돌이 10,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1,000,000명을 먹여살린다는 표현도 있잖아?

 

그 지식을 사업화하는데는 여러가지 난관이 있고, 실패도 많이 겪겠지만,

적어도 돈을 벌려고 학생들 주머니를 뺏는, 그러려고 학생 숫자만 부풀리고 보는 3류 대학이 아니라,

소수의 뛰어난 인재가 세상을 바꾸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

1류, 아니 초1류 대학을 지향하는게 우리의 목표다.

 

나가며 – 국내 대학 vs. 해외 대학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비교,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내 대학이 얼마나 Bad Univ인지를 지적하는 시리즈 글을 쓰면서

교육부가 대학별로 정원을 빡빡하게 걸어놓고, 수능 같은 국가 단일화된 시험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한 다음,

극소수의 인재만 속칭 “명문대”라는 곳에서 글로벌 탑티어 급의 교수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선별 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매우 악랄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시험을 조금만 못 쳐도 Bad Univ를 가는 선택을 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대학 교육 현실이다.

물론 그 국가 단일화된 시험이 정확성은 떨어지더라도 효율성이 높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또 대학이 대부분 사립이라 적당한 숫자의 학생을 배정해 생존권을 보장해줘야한다는 점도 공감이 되기는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 교육 시스템 부분부분의 효율성 극대화가, 수요 측면에 있는 학생들에게 줄 효용을 다 뺏어가는 느낌이다.

(경제학 용어로 Producer surplus 최대화를 용인하는 정책 덕분에 Consumer surplus가 0에 수렴하는 느낌?)

 

애가 수능 못 쳤는데 돈 있으면 뭐하러 국내 2류 대학 보내나, 해외 대학 보내지… 같은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국내처럼 “입학” 커트라인으로 학교의 등급을 좌우하는게 아니라, “졸업” 시점의 학생 퀄리티로 학교의 등급을 정할 수 있다면,

그럼 많은 학생들을 받은 다음, 엄격한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살아남는 소수의 뛰어난 인재를 선별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그렇게 몇 개 학교가 전공 별로 나눠 대부분의 학생을 받아서 최상급의 교육을 제공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했었다면,

최소한 굳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교육이 대세가 된 시대에 맞춰 그렇게 시스템을 바꾼다면,

지금처럼 어중이 떠중이들도 교수한다고 까불거리면서 Bad Univ를 유지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Bad Univ와 Bad Professor가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이용해 학생들의 주머니만 털어먹고 부실한 교육을 제공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타파하는 것이,

그 목표를 위해 Good Univ의 문호를 열어 많은 학생들이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그래서 굳이 해외로 가지 않더라도 해외대학의 글로벌 최상위 수준 컨텐츠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우리 SIAI가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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