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학업성취도 평가, 정부-교육감 줄다리기에 피해는 학생만

임태희 경기교육감, 학업성취도 평가 부활 언급 기초학력 미달 비율, 2017년 대비 2021년 모든 과목에서 2.1~5.7%포인트씩 증가 ‘일제고사 부활’ 같은 낡은 프레임은 ‘깜깜이’ 학력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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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학업성취도’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지난달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다시 현장에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계 곳곳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시험으로 판단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들어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에서 학업성취도 평가제도 도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교육부에서도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늘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상 학년을 현재 초6, 중3, 고2에서 초3~고2 전체로 확대하고 원하는 학생·학교가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해서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학습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성적 하락이 오죽했으면 학업성취도 평가가 이슈?

정부가 이런 방침을 내놓은 것은 지난 정부 때 코로나 여파도 있었지만, 학력 진단을 소홀히 해 학력이 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년 전국 중3, 고2 학생 3%를 대상으로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17년 대비 2021년 모든 과목에서 2.1~5.7%포인트씩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은 배워야 할 내용 중 20%를 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다음 학년에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정도다.

한 대치동 일대의 학원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학생들의 평균적인 학업 성취가 크게 떨어진 부분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학원에서 모든 지식을 배우고 있는 상위권 학생들에게서도 이해도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 교육에 의존도가 높은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서 학업 성취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문항이 아주 쉬워지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난 이래, 학생들의 학업 성취 저하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없었던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기 이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 심화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7일간 ‘학업성취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초·중·고가 의무교육인 이유는 기초학력이 기본소양이기 때문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에 대한 전교조의 반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한 교육 전문가는 “초·중·고가 의무교육인 이유는 기초학력이 기본소양이기 때문”이라며 기초학력은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갈 기본 소양이라는 점에서 기본권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모든 학생이 적절한 수준의 학력을 갖도록 돕는 것은 국가 의무라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없이 학생들이 알아서 잘 따라오고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교육자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는 태도도 내놨다.

학생들이 적절한 수준의 학력을 갖도록 지원하려면 우선 누가 어느 정도 학력을 가졌는지, 누가 어떤 영역에서 뒤처져 있는지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학교·교사가 누구에게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학생이 참여해 교과별, 영역별 강‧약점을 진단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은 수십 년간 전국 단위 읽기·수학 시험을 통해 필수 교과목을 추려내고, 교육의 과학적 접근에 앞장선 나라로 인정받는다. 한국의 수능 시험 제도가 영국에서 장기간 이어진 교육 연구에 기반해있다는 주장도 있다.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빌려와 아직 완전한 체계가 잡히지 않은 나라에서 ‘일제고사 부활’ 같은 낡은 프레임을 씌워 평가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깜깜이’ 학력을 조장하고 학력 저하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는 반박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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