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감, 교육을 바꾸다 ⑧ 교육감 선거, 정당공천제 도입하자

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여부가 당락의 가장 큰 변수 유권자들, 이념에 따라 교육감 후보 선택 단일화 필요 없는 정당공천제가 차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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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시행 초기부터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었다. 정당 공천제도가 없기 때문에 매번 후보들이 난립하고, 실제 공약과 역량이 좋은 후보보다 정치공학적인 수단을 통한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최종 당선되는 진풍경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보수성향 후보 단일화 실패로 조희연 현 서울교육감이 어부지리로 3선 고지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선거공학적 단일화가 중요하다 보니 소위 ‘선의의 2억’ 얘기가 나왔던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의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다소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90여만 표의 무효표, 유권자들 후보나 정책 잘 몰라

실제로 지난번 치러진 6·1 지방선거의 경우 시·도지사 선거에선 무효표가 35만여 표가 나왔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는 무려 90여만 표에 달했다. 정당 공천이 없기에 후보나 정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많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기에 후보 홍보를 위해 선거비용도 더 많이 지출하게 돼 교육감 후보들이 쓴 선거 비용은 평균 11억원이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평균적으로 쓴 선거비용은 7억 6천만원이라는 현상마저 관찰됐다.

이에 정당 공천제,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 간선제, 임명제 등의 다양한 대안이 제기된다. 지난 7월에 있었던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 정책토론회’에선 직선제의 큰 틀을 지키되 정당 추천제 정도의 해결책을 강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한국교총은 지난 6월 선거 공영제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지난 19일 있었던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 대응 특별위원회의 1차 영상회의에서 진보 성향의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현행 교육감 직선제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다”며 직선제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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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공천이 없어도 유권자들의 진영논리가 나타나는 진풍경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교육 현안보다는 이념에 따라 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감 선거 구도가 보수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 양대 진영으로 갈리고 주로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쪽이 승리하는 식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학력평가도입 및 수월성 교육 강화가 대세였기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도 유사한 공약을 내놓은 경우가 제법 있었으나 유권자들은 공약보다는 이념과 진영에 따라 투표했다. 서울 교육감 선거의 경우 보수 교육감에 대한 전체적 지지세가 높았지만, 단일화에 실패해 표가 갈리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일종의 진영논리 및 이념성을 띨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정당 공천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후보자들이 정당의 경선 및 본 선거 과정에서 공약과 비전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정정당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든지 후보단일화 여부에 의해 선거의 당락이 결정되는 현재의 교육감 직선제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정당의 공천장이 주는 홍보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작금의 선거에서의 고비용도 상당 부분 절감될 것이다. 정당 및 광역단체장 후보자와의 정책적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에 향후 교육행정 측면에서도 수월한 추진이 가능하다.

정치적 중립이 깨지지만, 차선을 택하려다 자칫 차악을 택하는 것 아니냐

물론 교육감 선거의 정당공천제 전면도입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정말 우수한 교육계 인재이지만 정당정치에 익숙하지 않아 정당의 정식 공천권으로 가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계 현실은 이미 이념 전쟁의 싸움터가 된 지 오래다. 학생들이 코로나19 심화로 인해 학습 기회를 놓쳐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일제고사 형태의 학력평가가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하지 못하게 하려고 교육감과의 업무협약까지 체결하는 것이 강원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어차피 교육의 엄정한 정치중립을 이룰 수 없다면, 교육감의 정치적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게 대한민국 교육의 상황이라면 현실에 맞춰 정당공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의 공천 과정을 통해 검증되고 준비된 후보가 본선에 나서고, 자신의 비전과 공약으로 당당하게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은 뒤 당선된 이후에는 광역단체장과 손발 맞춰 교육 행정을 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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