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국내 대기질 개선정책, 중국發 초미세먼지 해결은 언제?
’05~’20년 서울 초미세먼지 배출량 최대 75% 줄었다, ESG적 친환경 국가로 거듭 환경부 지난해 12월 중장기적 대기질 개선 정책 발표, 집중 관리해 ’32년 성과 낼 것 사실 심각한 것은 국내가 아니라 중국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해결 강구 필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수도권 지역의 대기질 개선정책 성과와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29일 발표됐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최대 75%까지 줄어들어 국내 대기질 개선 정책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제도의 체계적인 구축, 과학적 분석을 통한 배출원별 감축 대책 이행, 지역 맞춤형 정책 추진 등이 대기질 개선성과를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성과는 29일부터 오는 2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기후 청정 대기질 컨퍼런스 2023’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제일 심각한 문제인데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만 해결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시적으로 인정받은 국내 도시 자체 배출 미세먼지량 감소
29일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공동으로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수도권 지역의 대기질 개선정책 성과와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이미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에 대해서 3개 시도와 UNEP가 어떻게 대처하고,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쳐왔는지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톡홀름환경연구소와 함께 대기질 개선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2020년 동안 수도권 지역의 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 감소로 대기질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 지역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서울 4,000t에서 1,000t으로 75%, 인천광역시 4,000t에서 3,000t으로 23%, 경기도 8,000t에서 4,000t으로 53% 줄었으며, 질소산화물(NOx)은 서울 11만4,000t에서 6만2,000으로 46%, 인천광역시 7만4,000t에서 6만3,000t으로 14%, 경기도 17만8,000t에서 14만8,000t으로 17% 감소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맑은 서울 2010 대책’을 통해 2014년 경유 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전면 교체하고, 2017년 전국 최초로 녹색교통지역을 지정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을 시행했다. 앞으로는 ‘더 맑은 서울 2030’을 통해 해외 주요 도시 수준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차량 운행 제한 확대, 전기차 보급 확대 등 강력한 조치를 이어 나갈 전망이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소 대중교통체계 진입 가속화를 통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동시 저감을 목표로 수소 트럭 등 1,615대를 보급했다. 2024년까지 700대의 수소 버스, 52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며, 대규모 배출원(항만, 공항, 발전소 등)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Blue sky 협의회’ 등 민․관 협력을 추진 중에 있다. 경기도는 2016년 ‘알프스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배출량은 1/3수준으로 감축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아울러 2020년 4월부터는 도시지역과 도농 복합지역이 혼재된 경기지역 특성에 따라 ‘경기도 대기환경 관리 시행계획(2020~2024)’을 수립하여 추진했다. 또한 초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인 도로 재비산 먼지의 감축을 위해 집중관리도로(구역) 역시 지정 및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수도권에서 ‘수도권 대기환경 관리 기본계획’,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이 계획에 따라 이행될 경우 2050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서울, 인천, 경기 각각 78%, 88%, 58%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79%, 87%, 8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태지역 대기질 개선정책 우수사례로 꼽힌 대한민국
한편 서울·인천·경기와 UNEP는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5일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기후 청정 대기질 컨퍼런스 2023’에서 수도권 지역의 대기질 개선성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세계 도시와 공유할 예정이다. 이는 UNEP과 기후 청정대기연합(CCAC)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 컨퍼런스로, 국내·외 정부 관계자를 비롯하여 국제기구, 전문가 등 600여 명이 행사에 참여한다. 데첸 테링(Ms. Dechen Tsering) UNEP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장은 “지난 15년간 대한민국 수도권의 대기질은 세계적으로 감탄할 만큼 개선됐다”며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함께 이룬 성과는 더 맑은 공기와 그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적합한 정책과 과학,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 조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른 도시들이 대기오염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데 대한민국 수도권 사례를 참고할 것을 권장했다.
현재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사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경영 최대의 화두로 삼고 있으며, 심지어 EU에서는 기업이 ESG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수출을 제한하는 법을 내놨다. 이미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ESG 중에서 ‘환경’ 부문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환경 관련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대기질 개선의 우수 사례로 인식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3개 시도는 테링 아태지역 사무소장의 말에 “수도권 3개 시도가 추진한 대책들이 성과를 거두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기오염은 지역 간 경계를 초월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서울·인천·경기는 앞으로 국가 간의 협력을 유도하고 전 세계에 선진 대기오염 개선 정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 환경부 대기환경 개선 계획 발표해 이행 중
국내 대기환경 개선책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에서도 집중했던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대기환경 분야 전국 단위 최상위 행정계획인 ‘제3차 대기환경 개선 종합계획(2023~2032년)’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에는 윤석열 정부 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취임 당시 국정과제로 발표한 2027년 초미세먼지 30% 감축 이행안을 포함해 2023년부터 2032년까지의 감축목표와 중점 추진과제가 포함돼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정부와 시·도에서 미세먼지 관리를 하기 시작한 뒤, 2015년 전국 연평균 48㎍/㎥였던 미세먼지 농도가 2021년 36㎍/㎥까지 떨어졌고,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같은 기간 26㎍/㎥에서 18㎍/㎥로 감소하는 성과가 있었다. 문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아직 대기환경기준(연평균 15㎍/㎥)을 초과하며, 지구온난화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원인물질의 영향으로 2015년 27ppb이던 전국 연평균 오존 농도가 2021년 32ppb로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환경부는 2027년까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최하위 수준인 전국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중위권 수준인 13㎍/㎥로 낮추고, 2032년까지는 12㎍/㎥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오존 농도의 경우 1시간 환경기준 달성률 41% 수준인 현재 측정소 농도를 2027년 45%, 2032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오염물질의 건강 위해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해 표준화하고 유해 물질 측정망과 정보관리체계 등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농도 초미세먼지 대응을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계절 관리제와 비상저감조치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36시간 전 고농도 예보 지역은 올해 수도권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다른 권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오존은 2024년부터 기후변화 영향 등을 고려한 세부 관리대책을 마련하여 이행하고, 현재 개황만 예보 중인 2일 전 예보를 등급 예보(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로 단계적으로 전환했다.
기업의 경우 대형사업장 대상으로 원료 및 연료부터 제품생산까지 전주기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자가측정 정보의 관리체계를 고도화하여 배출원 관리를 강화했다. 사업장 배출허용기준은 2025년부터 배출량 변화, 방지 기술 개발 등을 고려하여 강화하고, 배출시설 분류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며, 2025년까지 중소사업장의 사물인터넷 측정 장비 설치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시민들에게는 2027년까지 무공해 차량 누적 200만 대, 2030년까지 누적 450만 대를 보급하고, 관련 충전 기반 시설 등의 인프라 확충 역시 병행하겠다고 전했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는 2026년까지 지원을 완료하고, 현재 수도권에 시행 중인 운행 제한지역을 2030년까지 6대 특·광역시로 확대하며, 계절 관리제 기간 등 고농도 시에도 범위와 대상 역시 확대했다.
생활 주변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2024년부터 세탁소의 친환경 용제 도입과 음식점 등 업종별 방지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올해부터는 생활소비재 제품군별로 휘발성유기화합물 함유 기준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특별히 목제 난방기기와 숯가마, 대형 조리시설 등에 대한 배출 실태조사와 관리를 강화하고, 권역별 영농 폐비닐 공공 처리체계를 구축하여 불법소각을 방지하겠다고 부연했다. 농업·축산 분야 암모니아 저감을 위해서는 농경지 질소비료 살포 방법 개선, 저단백 사료 공급 등을 추진하고, 가축분뇨의 바이오가스 에너지화와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 및 액비의 관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관리 정보 연계와 관련 행정계획 수립 시 대기오염물질-온실가스 간 영향 분석 및 검토를 확대하고, 두 물질의 동시 저감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연구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아무리 줄여도 중국發 미세먼지에 시민 피해 ‘극심’
환경부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보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문제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4월 12일 중국에서 유입된 황사의 영향으로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제주에서 한때 최고 828㎍/㎥까지 치솟는 등 ‘매우 나쁨’(151㎍/㎥ 이상) 수준을 보였다. 한국환경공단의 대기질 측정시스템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99㎍/㎥로, 미세먼지 농도가 국내 대기환경기준(24시간 평균 100㎍/㎥)의 3배 가까이 오른 것은 올해 처음이다. 황사로 인해 12~13일 양일간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고 전국의 학교에서 체육 등 실외 활동이 단축·금지되기도 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치라이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대기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분석을 인용해, 최근 10년 새 중국 정부가 2004년부터 석탄 화력발전소의 굴뚝을 개조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대기 개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덕분에 중국 대기오염이 완화됐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중국의 연간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은 m3 당 32.8㎍으로 나타났으며, 1990년대 이후엔 꾸준히 증가해 2006년에 50~60㎍/㎥ 사이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초미세먼지 안전 기준을 연평균 5㎍/㎥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비춰볼 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중국이 대기질 개선 정책을 펼치며 인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2013년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감소해 2021년 33.3㎍/㎥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조사한 결과, 중국 전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46㎍/㎥였다. 지난해 8월에서 11월 대비 약 3㎍/㎥ 높아진 수치다.
중국의 대기질 개선 정책에 따라 다소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WHO 기준보다 높은 수치로, 중국민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가 심장병, 폐암,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함에 따라 중국에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초미세먼지로 인한 두통,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성 반응 때문에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다. 환경부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와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대기질을 악화하고 있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중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환경부에서 지난해 8월 중국 생태환경부와 미세먼지 대응에 대해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악화된 만큼 하루빨리 차선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