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 오명 벗어야, 국회 권위 위해서라도 ‘의원 막말’에 제재 필요

국회 회의장에 나도는 막말, 국민들 눈살 찌푸려져 의회 예절에 무게를 둔 영국과 미국, 징계방안도 철저히 마련 세금으로 국회의원 품위유지비 나가는 만큼, 걸맞은 ‘품위’ 여부 감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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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Parliament)는 프랑스어 ‘말하다(parler)’에서 유래된 단어다. 정책 입장과 정치이념이 상이한 대표자들은 ‘말’로 토론하고 협상해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에 ‘국회의원의 발언’은 의정활동의 기본수단이 되며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는 품위 있는 발언 예절을 국회의원 기본 윤리 규범으로 채택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의 말싸움과 몸싸움 덕에 ‘동물 국회’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비속어를 쓰는 것은 물론 고성, 정제되지 않은 언어 사용 등으로 상대 당의 의원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사례가 잦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법’ 제25조, 제146조와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통해 국회의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 규정을 어기고 의도적으로 타인의 발언을 방해하거나 상대방을 모욕한다면 국회의장을 통해 회의장 퇴장, 경고 등의 징계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13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총 101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다. 이유는 대부분 폭언이나 인격 모독성 발언, 명예훼손 등이다. 다만 윤리특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원 징계가 결정된 사안은 단 1건에 불과해 솜방망이식 제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입법처는 10일 국회의원의 말, 언어의 품격과 관련된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회의원들의 ‘막말’로 인해 국회의 품위와 권위가 점차 떨어질 수 있다는 점, 국회에 대한 불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나아가 정치의 필요성까지 약화시킨다는 점을 언급하며 징계 등을 통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의와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의회

영국은 의원의 명예와 권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발언 예절에 매우 민감하다. 영국 의회 선례집(Erskine May)에 따르면 의회에서는 ‘온화하고 절제(Good temper and Moderation)’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배신자, 멍청이, 거짓말쟁이, 쥐새끼 등의 언어는 ‘비의회적인 언어’로 여겨진다. 또 타 의원이 토론 중이거나 의사결정이 진행 중인 경우 소음을 내거나 소란을 피워선 안 된다.

만일 이를 어기는 의원이 있다면 의장은 원내 발언 질서 유지를 위해 강력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 제재 권한은 수준에 따라 3단계로 분류된다. 먼저 경미한 발언 규범 위반에 대해서는 의장이 발언 중지와 착석을 명령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본회의장 퇴장도 명령할 수 있다. 의장의 지시에 계속해서 불복한다면 ‘하원의사규칙’ 제43조에 의해 회의 당일 동안 모든 의회의 의사 활동에서 제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원이 반발을 이어간다면 의장 직권으로 ‘해당 의원의 이름을 호명’한 후 ‘직무 정지에 처할 것을 토론 없이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처음일 경우 회의일 기준 5일이지만, 두 번째일 경우 20일, 세 번째 이상일 경우 별도 의결이 있기 전까지 무기한 직무 정지된다. 또 직무 정지 기간 동안 의원에게 세비가 지급되지 않는다.

일례로 영국 의회는 1992년 49년 동안 하원의원을 재직했던 데니스 스키너(Dennis Skinner) 노동당 의원을 10여 차례 의회에서 퇴장시킨 이력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폴 플린(Paul Flynn) 노동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한 발언으로 인해 5일간 직무 정지를 받았다.

정중한 발언을 요구하는 미국 의회

미국 하원에서는 본회의 발언을 위해 정중한 발언 신청이 선제적으로 요구된다. 토론 중인 의제와 무관한 발언이나 상원의원에 대한 언급, 인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 ‘하원의사규칙’ 제17장제1조에 의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해당 의원에게 주의(call to order)를 줄 수 있으며, 주의를 받은 의원은 즉시 착석해야 한다. 주의에 이의가 제기된다면 즉시 의회 상정해 ‘주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이때 과반수가 넘는 의원이 주의에 적절하다고 표결할 경우 해당 의원은 발언을 중단해야 하며, 하원의사규칙 제17장제4조에 따라 견책 또는 다른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미국 하원에서 비의회적인 언어 사용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1800년대에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 견책(censure)을 받았다. 비교적 최근에 징계받은 로버트 도넌(Robert K. Dornan) 공화당 의원은 1995년 하원 본회의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다 공개비판 및 24시간 발언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후 2009년 조 윌슨(Joe Wilson) 공화당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방해해 공개비판을 당했다.

국회의원 품위유지, 비난 아닌 비판으로 이뤄내야

입법처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에도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를 위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주어지는 헌법 제45조의 면책특권이 ‘국회의원의 거친 발언을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비판도 더했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에게 ‘품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품위유지비’가 나가는 만큼 국회의원들이 정치 갈등이 아닌 사회통합을 추구하고, 상호비난이 아닌 상호존중을 통해 국회의 권한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맞는 기품과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품위유지비를 지출하고 있다. 즉 상대나 다른 의견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이나 무비판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토론을 거쳐 가장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 국회인 만큼 그에 걸맞는 ‘품위’ 유지의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법처는 다양한 사회세력이 대표되고 서로 다른 이념이 부딪히는 만큼 의원들의 절제되고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내 발언질서 확립을 위해 국회의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관련 세부 규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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