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이월’ 법안 내놓은 국회에 ‘난감’ 표한 OTT 업계, “메뚜기족만으로도 벅차”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발의, ‘구독 이월’ 현실화되나 소비자 호응은 이끌어 냈지만, 업계선 “족쇄 더 채우는 꼴” 반발 OTT 업계 “구독경제 이해 못한 국회, 업계 사장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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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윤두현 의원 페이스북

OTT 등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구독료를 내고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혜택을 이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다만 이에 대한 소비자와 업계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소비자들은 “불합리한 구독료 정책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법안을 반겼으나 업계는 난감하단 입장이다. OTT 사업자 적자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까지 통과되면 OTT는 사실상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OTT 등 구독 서비스, 이월 가능토록 하겠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우선 ‘구독 서비스’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사업자가 재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 OTT는 물론 네이버나 쿠팡의 유료 멤버십도 이에 해당된다. 법안은 이런 구독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으나 한 결제 주기 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일시 중지’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 이용을 재개하려는 때에 사업자는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은 구독 기간만큼 연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예컨대 월 1회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에 구독료를 지불한 소비자가 다음 결제 시점까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은 한 달 치 서비스를 추가 결제 없이 이월하는 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인식 아래 혜택 이월을 가능케 해 소비자 권익을 높이겠단 취지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구독’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 귀찮아서, 또는 여타 이유로 정기 결제하고도 막상 구독 상품을 쓰지 않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만큼 법안이 시행된다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법안이 ‘구독경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아 구독료를 받고 그것을 지속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구독이라는 게 애초 소비자는 월정액을 내고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하되 사업자는 추가 과금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거다. 쓴 만큼만 돈을 낸다고 하면 그건 구독이 아니라 개별 상품 결제를 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개정안이 사적 계약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 OTT나 멤버십 등은 모두 약정 기간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가입과 해지가 자유로운데, 굳이 구독 서비스에 강제력 높은 규제를 지울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국제법상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애초에 해외 사업자에는 규제력이 잘 미치지 않는 점이 있어 결국 국내 사업자에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부진 못 면한 OTT 업계, 이어지는 성적 부진의 ‘족쇄’

애초 최근 OTT 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토종 OTT들은 구독료 인하 프로모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았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전월 대비 하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티몬과 함께 연간 구독료를 44%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지만, 되려 웨이브의 12월 MAU는 408만2,493명으로 전월 419만9,649명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애플리케이션 신규 설치 건수도 11월 21만5,752건→12월 17만879건→1월 16만469건으로 하락했다.

성적 부진의 족쇄가 끊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OTT 업계 사이에선 ‘광고 요금제’ 서비스에 대한 주목도가 증가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광고 요금제 서비스를 시작해 유의미한 성공을 이뤄낸 바 있다.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는 단말기에 영상을 저장할 수 없고 영상 시청 도중 광고를 봐야 하며 영상 화질도 최대 720p로 제한되는 등 불편함이 많지만, ‘저렴한 구독료’라는 압도적인 공격 모델을 통해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냈다. 이에 토종 OTT 사이에서도 광고 요금제 도입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으나, 정작 토종 OTT들은 광고 요금제에 첫 삽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모양새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와 국내 소비층의 반발 심리가 엮여 들어간 탓이다. 자구책 마련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토종 OTT 업계 입장에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업계에 부담만 끼얹는 법안으로 비춰질 여지가 크다.

사진=넷플릭스

‘메뚜기족’에 초토화된 OTT, 법안 ‘치명타’ 되나

특히 최근 OTT는 ‘메뚜기족’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메뚜기족이란 필요에 따라 OTT를 갈아타며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이용자를 뜻한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OTT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10대부터 50대까지 OTT 이용자 중 구독을 지속 유지하는 ‘충성 이용층’에 가까운 이들은 59%에 불과했다. 이외 이용자 41.0%는 최초 가입 후 서비스를 해지하고 재가입하는 형태의 구독을 이어가고 있었다.

메뚜기족의 증가는 OTT 업계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OTT 사업자는 업계 특성상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뽑아내야 하지만, 메뚜기족 구독자가 증가하면 콘텐츠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마저 통과된다면 그러잖아도 적자에 허덕이는 OTT 업계가 사실상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가입자 이탈 현상을 겪은 OTT 업계가 치명타를 회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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