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확보·수출 지원’ 문화계정 규모 1,000억원 확대, 지원으로 콘텐츠 ‘찍어내면’ 끝일까

K-콘텐츠 펀드 간담회 개최, 펀드 조성 규모 1,000억원 확대 논의 콘텐츠 업계, 정부에 콘텐츠 IP·수출용 콘텐츠 확보 지원 요청 IP 확보해 ‘넷플릭스’에 바치기는 그만, 국내 IP 활용 기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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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K-콘텐츠 펀드(모태펀드 문화계정)’ 규모가 1,000억원 확대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벤처투자(한벤투)와 13일 K-콘텐츠 펀드 업계 간담회를 개최, 올해 콘텐츠 펀드의 성과 및 한계를 돌아보고 차후 개선 방안에 대한 업계 관계자 의견을 수렴했다.

한편 K-콘텐츠 펀드는 내년도 예산을 콘텐츠 IP(지식재산권) 및 수출 콘텐츠 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 자체 판로 확보, IP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 등을 지원해 본격적으로 ‘K-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계정 예산 확대, IP 확보·수출 중점

K-콘텐츠 펀드는 모태펀드 출자를 통한 콘텐츠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및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하며, 그동안 5,168여 개 콘텐츠 기업과 사업에 총 3조1,967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펀드 규모는 전년 대비 1,000억원(52.6%) 증가한 2,900억원이다. 문체부는 최근 콘텐츠 제작비 증가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콘텐츠 제작사의 상황을 고려,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예산을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 업계는 간담회 자리를 빌려 ‘콘텐츠 지식재산 펀드’를 지속해서 조성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콘텐츠 시장의 핵심 경쟁력인 ‘원천 IP’ 확보를 위해 정부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이 같은 업계 요구에 따라 콘텐츠 IP 펀드는 당초 목표보다 250억원이 늘어난 1,750억원 규모로 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콘텐츠 확보를 위한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K-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먹구름을 뚫고 지난해 약 133억 달러(약 18조원)의 수출액을 달성,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산업으로 떠오른 바 있다. 문체부는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수출 콘텐츠 양성을 위한 수출 특화 펀드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간담회 현장에서는 △콘텐츠 기업 간 인수·합병이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한 인수·합병(M&A) 펀드 △기발행된 주식을 인수해 회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컨더리 펀드 등 콘텐츠 산업 동향을 반영한 다양한 분야의 자펀드 조성 논의가 진행됐다.

2023 문화계정, 어떻게 움직였나

올해 K-콘텐츠 펀드는 콘텐츠 시장의 다양한 자금 수요를 충당하며 콘텐츠 투자 활성화에 기여한 바 있다. 한벤투는 지난 5월 ‘2023년 K-콘텐츠 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최종 14개의 자펀드를 선정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조합에 2,150억원을 출자, 최소 4,262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K-콘텐츠 IP 분야에서는 최종 5개 펀드가 선정됐으며, 90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를 기반으로 총 1,750억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된다. K-문화 M&A 분야에는 2개 펀드가 선정됐으며, 모태펀드는 두 곳에 각각 200억원을 출자해 총 745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 운용사들이 목표 금액을 상향 제시하며 출자사업 공고 당시 계획 대비 자펀드 조성 예정액이 78억원가량 커졌다.

K-유니콘 분야에서는 모태펀드가 2개 펀드에 각각 150억원을 출자한다. 선정된 두 운용사는 모태펀드 출자금에 민간자금을 매칭해 총 600억원 규모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한벤투가 설정한 목표 금액보다 1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외에도 △K-밸류 △K-문화상생 △K-문화일반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 문화계정 자금이 투입됐다.

확보한 IP 활용할 길 마련해야

국내 IP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핑크퐁의 키즈 창작 동요 IP ‘상어가족’은 전 세계 164개국에 진출했으며, 1,000건 이상의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미니특공대, 티니핑 등 유아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한 SAMG엔터테인먼트도 동유럽 17개국 대상 미디어 배급을 계약했다. 이 같은 일부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 주목한 정부는 IP 확보와 수출 강화를 내년도 문화계정의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문화계정 투자를 통해 우수한 IP를 확보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콘텐츠 해외 진출 판로가 없다. 토종 OTT 플랫폼 대다수가 해외 시장 공략에 실패한 만큼, 사실상 국내 콘텐츠 시장 주축인 ‘드라마’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배급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글로벌 배급사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우리나라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하청 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일례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공개되며 엄청난 글로벌 흥행을 거두는 데 성공했지만 흥행 수익은 IP를 확보한 배급사 넷플릭스에 돌아갔고, 국내 제작사는 별다른 추가 인센티브를 얻지 못했다. 한국 콘텐츠의 흥행이 온전히 ‘한국’의 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체 판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콘텐츠 IP를 패션, 관광, 식품, IT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국내 IP 대부분은 눈에 띄는 추가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단순히 콘텐츠 개발을 통한 IP 확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관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K-콘텐츠 펀드를 비롯한 정부 지원을 통해 IP ‘활용’의 토대를 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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