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한 정책의 대명사, 국민연금

국민연금, 정부가 나서서 시행했던 ‘폰지 사기’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하고 늦기 전에 폐지해야 손실 줄일 수 있어 尹 정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연금 개혁, 현실성 있는 방안 내놓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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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모 명문대학에 왔다가 연구 지원이 부족해 결국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한 거시경제학자에게 한국에서 가장 실패한 거시경제정책을 하나만 꼽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국민연금’을 뽑았다.

개도국에게는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정책일지 모르지만, 본인 세대부터는 돌려받지 못하는 돈을 연금으로 부어넣어야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학계에서 항상 경계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Ponzi scheme)’를 정부가 나서서 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정부가 나서서 했던 ‘폰지 사기(Ponzi scheme)’

‘폰지 사기’는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없이 추가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다 결국에는 신규 투자자가 없으면 파산하게 되는 사기 구조를 말한다. 내실 성장 없이 외부 자금 유입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지적할 때 경제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폰지 사기’, 혹은 ‘폰지’로 짧게 줄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거시경제학자도 ‘국민연금이죠. 국가가 나섰던 폰지니까요’라고 짧은 답변을 냈었다.

지난 2018년에 있던 제4차 재정계획에서 국민연금은 2057년을 고갈 시점으로 봤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할 경우 2073년까지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2.63%까지 인상할 경우에는 2093년까지 고갈을 늦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많이 받으니 시간이 늦어질 뿐, 결국 고갈은 정해진 수순인 것이다.

보험료율 22.63%는 북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운영되는 숫자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절반을 기업이, 나머지 절반을 개인이 부담한다고 해도, 기업들이 1명 고용에 4대 보험료로 약 20%의 급여를 추가로 더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금을 포함하면 약 30%다. 기타 사무실 운영비용과 복지 등을 감안하면, 기업과 젊은 청년들을 더 괴롭혀서 노인 복지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인이 한 폰지 사기는 처벌, 정부가 한 폰지 사기는?

개인이 폰지 사기를 저지르면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심한 경우에는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가족 구성원이 위협을 받고, 실제로 비상장 주식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했던 이희진 씨는 투자자들이 부모님을 살해하기도 했다.

올해 만 40세가 되는 1983년생들의 경우, 2057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만 65세가 되는 2058년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폰지 사기를 친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처벌을 받나? 정부 관계자는 이희진 씨의 부모님들처럼 살해 위협을 받을까?

1988년에 국민연금 제도를 입법화했던 그 누구도, 심지어 제도를 운용하며 급여를 받았던 국민연금 직원들도, 그 기금을 운용해 수익의 일부를 회사의 이익으로 삼았던 증권사들 중 그 누구도 국민연금이라는 폰지 사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1983년 출생자부터는 평생 월급의 9%를 적금처럼 납부했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그 분노는 누구를 향하게 될까? 2057년까지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가 유지된다고 해도 앞으로 5번의 대통령을 거치게 된다. 아마 마지막 대통령이 그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잘못했을 때는 사과하고 고치는 것이 순리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한 정치인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잘못해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 정치권의 생존방식이라고 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최고 두뇌의 한국인 거시경제학자의 ‘폰지 사기’라는 표현을 굳이 예로 들 필요도 없이, 지난 1988년 국민연금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늦어도 연금 고갈 시기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이 제도가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일반적인 전문가들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시절 사학연금 일부 개정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종말이 예고된 기차가 속절없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오늘 국민에게 표를 얻기 위해 내일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수많은 정책들은 최소한 전문가들에게 지적을 받고서라도 고쳐야 미래 국민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폰지 사기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한국납세자연맹은 10만 명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연금 개혁을 노동 개혁, 교육 개혁과 더불어 3대 개혁 목표 중 하나로 내걸었다.

현실적으로 가장 확실한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의 폐지다. 더 늦기 전에 폐지해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속에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갑자기 100% 이상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기적 같은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조금이라도 덜 손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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