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 의원 개정안 발의, 규제샌드박스에 ‘사막에 단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세계적 추세,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만 내주고 진짜 개선은 뒷전 이번 개선안이 돌파구 될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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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홍정민 의원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도 중점 입법과제로 국회 각 상임위에서 규제샌드박스 관련 안건을 우선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규제샌드박스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정부 차원의 규제개선 제도다. 각 부처에서 각각 소관 분야 신기술을 활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기존 규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식이다. 규제샌드박스가 시작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767건의 과제가 승인되었다.

규제샌드박스는 최대 4년간 임시허가를 내주며, 기간·장소 등 일정 조건하에서 규제를 면해준다.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이후에도 사업을 영위하려면 이 기간 안에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하다. 이 기간 동안 상임위에서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안 개정을 우선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전 세계에서 앞다퉈 도입 중인 규제샌드박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로 인한 산업적ㆍ사회적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규제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이에 규제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고안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혁신 모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행한 ‘제도·규정 분석을 통한 국내 규제샌드박스 법제 개선 연구’에 따르면 규제샌드박스는 영국의 금융감독청(FCA)이 만든 핀테크 기업 지원 전담부서 이노베이션 허브에서 시작됐다.

이노베이션 허브를 발전시켜 2015년 11월 세계 최초의 규제샌드박스가 도입됐다. 영국 금융당국은 일 년에 두 번 신청을 받아 최대 6개월간 실증을 허용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이 혁신성과 소비자 편익 증가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인정되면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투자유치 효과도 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영국 규제샌드박스 1~2기(2016년 7월~2017년 7월)에 참가한 기업들은 총 1억2,61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 니바우라(Nivaura)와 부동산 중개 전문 스타트업 네스티드(Nested)가 유명하다. 영국의 규제샌드박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다른 국가들도 해당 제도를 앞다퉈 도입했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은 금융 분야로 한정됐던 영국 규제샌드박스의 범위를 넓혀 교통, 환경,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규제 개선을 시도했다.

일본은 ‘초스마트 사회’로의 변화에 과거 규제 제도가 장애물이라 판단하고 2018년 6월 생산성향상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과거 일본 정부는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사업자가 제출해야만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런데 규제에 묶인 신산업 기업들은 적법한 데이터 취득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된 일본의 규제샌드박스는 범위에 제한이 없고, 추진체계가 일원화돼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본경제재생종합사무국 내 ‘신기술 등 사회구현추진팀’이 관련 사무를 총괄한다. 해당 팀이 신기술 실증계획 신청을 받은 후 주무부처에 송부한다. 주무부처는 2개월 이내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미국은 미 재무부가 2018년 발표한 금융규제개선 권고안에 따라 주별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2018년 ‘규제샌드박스 프로그램’ 법률을 제정했다. 따로 허가 없이도 금융시장에 참여해 서비스 검증을 받을 수 있다. 와이오밍주는 2019년 ‘금융기술 샌드박스법’과 ‘의료 디지털 혁신 샌드박스법’을 제정했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금융과 의료 관련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규제샌드박스는 전 세계에서 심의 기간이 가장 짧고 기준이 단순하다. 싱가포르의 규제샌드박스에 해당하는 ‘샌드박스 익스프레스’는 ‘기업건전성과 기술혁신성’ 두 가지 기준만으로 기업을 심사한다. 정부는 해당 사업의 실증·허용 여부를 21일 내로 결정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운영체계 / 출처=규제정보포털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19년 1월부터 「규제샌드박스 5법」이 시행됐다. 2020년 2월에는 스마트도시에 적용되는 규제샌드박스를 규정한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이, 2020년 10월에는 연구개발특구에 규제샌드박스 중 일부 제도(실증특례)를 적용하도록 규정한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각각 시행되어 현재 총 7개 법률에 근거한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 중이다.

‘임시허가’로만 끝나기 일쑤…  대책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규제샌드박스 신청 후 승인까지 처리 기한 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규제샌드박스는 규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신속확인’ 종류에 대해서만 1개월 내 회신이라는 기한이 있다.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등은 신청 후 승인까지 따로 규정이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승인까지의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의 2개월, 싱가포르의 21일과 대비된다. 최 대표는 “처리 과정에 시한을 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제품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 기간을 정해놓고 검증하는 실증특례, 규제여부를 확인하는 신속확인 등 3가지로 나눠져있는데 규제특례가 규제개선으로 이어지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3개 제도를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 대표는 “제도개선은 국회의 영역이니 특례를 제공하는 행정부가 장담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며 ” 특례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바로 임시허가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증특례의 경우 특례기한 최대 4년 동안 관련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여태까지 상임위원회별 안건심사 순서에서 후순위로 밀려 해당 혁신사업이 무산되거나 위태로운 경우가 많았다. 4년간의 임시허가 기간 동안 법령이 정비되지 못하면 사업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홍정민 의원의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이러한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샌드박스 우선심사법’ 통과될까?

홍정민 의원의 발의안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산업융합 촉진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 등 관련 법에 의해 임시허가·규제특례·실증특례 등을 받은 사업에 필요한 규제개혁 안건에 대하여 상임위에서 우선적으로 심사할 수 있게 되어있다.

홍 의원은 “규제개혁은 어려운 대한민국 경제 여건을 돌파해낼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행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입법부의 막중한 책임”이라고 법안 개정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국회가 규제개혁에 앞장서 산업현장을 지원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23년도 새해를 맞아 ‘규제샌드박스 우선심사법’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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