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폐기가 답일까?
노란봉투법, 국회 환노위 소위 통과 ‘전체회의’ 상정 예정 파견 근무 등 노동자 보호하자는 노동계 독소조항 많아 사용자 측에 크게 불리하다는 경영계
노란봉투법, 野 강행으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8명으로 구성된 소위의 과반을 점한 민주당(4명)·정의당(1명)이 의결을 주도했다. 이에 3명의 국민의힘 위원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의 ‘강행 처리’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 법은 거대 정치 노조인 민노총의 청부입법에 불과하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말로만 민생을 떠들 뿐 민노총만 바라보며 불법파업 조장법, 민노총 방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회사 측이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틀어서 부르는 노란봉투법의 이름은 지난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한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노조의 쟁의 행위에 대해서 기업이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제한하는 데 목적이 있는 이 법은 기업이 노조의 쟁의로 손해를 입어도 직접적 폭력이나 시설물의 파괴 등을 제외하고,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 발의자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과 실질적인 교섭력을 보장하는 게 법 취지”
법안을 발의한 노웅래 외 13명의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현행법은 정형적이고 전통적인 직접고용관계를 전제로 근로자의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왔기 때문에 현행법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도급ㆍ위탁ㆍ파견 등 간접고용 영역의 근로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임금교섭 및 파업 사례가 대표적으로, 이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ㆍ지배력을 가지는 자 간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간접고용 근로자는 여전히 근로계약의 당사자만을 교섭 대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민ㆍ형사상 책임에서 면책되지만, 그 범위가 협소하여 실제로는 쟁의행위가 종료된 이후 과도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압류ㆍ가압류 신청으로 노동조합의 존속과 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실정”이라며 “노동조합의 교섭 대상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여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활동과 실질적인 교섭력을 보장하고자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사용자 대상 확대 및 노조쟁의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범위 확대 두고 비판 나와
그러나 도급ㆍ위탁ㆍ파견 등 간접고용 영역에서 사용자의 대상을 고용주로 한정하던 것을 파견 직원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로 확대하는 것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도급ㆍ위탁ㆍ파견 등 간접고용 형태가 아예 사라진다든지, 아예 2중 3중 구조로 교묘하게 법의 규제를 회피하는 또 다른 고용 구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민ㆍ형사상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사용자 측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경제6단체는 현재 “현재도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는 사용자가 모두 감수하고 있다”면서 “사업장 점거, 출입 방해 등과 같은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노조를 위한 입법이 아니라 특정 노조를 위한 방탄 입법과 다를 바 없다”며 “국민 반대 여론이 높고 개정안을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특정된다면 국회에서 심의를 중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앞선 지난 13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한다”면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에서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가 더욱 늘어나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노사관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 노사분쟁 유발 법안이라는 지적 제기
노란봉투법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크게 두 부분이다. 첫째로,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 꼽힌다.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노동관계당사자) 간에 ‘임금·노동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하는데 여기서 ‘주장의 불일치’란 당사자 간 합의를 계속해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자주적이고도 평화적인 교섭에 의한 노사분규의 해결을 권장하는 것을 그 취지로 한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 정의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만이 아니라 노동관계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분쟁이면 비록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것이라도 모두 법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되는 노사분쟁으로 여기고 ‘노동관계당사자 사이의 관계’라는 모호한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쟁의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노사분쟁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법안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규정, 독소조항으로 꼽혀
노란봉투법의 핵심적인 내용인 손해배상책임 제한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압류·가압류 등 보전절차에 관하여도 광범위한 제한을 가하는데 이는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라면 위 법에 위반되는 활동으로 인한 것이어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다만 폭력 파괴행위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나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해 직접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나 영업손실로 인한 손해 및 제3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등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제한한다. 나아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압류 가압류 등의 신청으로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소의 제기나 압류 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이는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해 사용자가 거래하는 상대 기업으로부터 당하게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금액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며 특히 그것이 해외 기업일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파업 만능주의로 사회적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법치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입법이며 노사 관계의 불안과 경제적 손실로 인해 노사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노란봉투법이 약자 보호를 위한 상생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이 갖고 있는 본질적 한계
노란봉투법의 경우 지난 19대 및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폐기의 배경에는 비교법적 근거의 미약이 꼽힌다.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제한하는 것에 있어 기존 적법파업에 따른 면책만으로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보호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주요 외국들의 경우에도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그 제안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고 민사법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으며 외국의 경우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두 번의 발의에도 노란봉투법이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핵심적인 이유다. 그런데 입법안은 심지어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시도마저 하고 있어 한발 더 나아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노조 측의 주장은 좀 다르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 사례 자체가 희귀하다는 것이다. 1975년 11월 일본국유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노조에 202억엔 손해배상청구 이후 1994년에 1심 선고 전에 노사합의로 소송을 종결한 것이 그 예시다. 독일에서도 정치/동정 파업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실제 청구 사례는 1950~60년대까지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에서도 개별 파업참가자가 행한 폭행, 감금 등 위법한 행위와 파업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저 정도의 쟁의행위가 일어나면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이 노조와의 싸움을 불사하기보다는 그냥 폐업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집단의 이익만 지나치게 고집하면서 강대강으로 부딪히는 경우 한쪽은 그냥 다 내려놓고 소위 ‘엑싯(exit)’을 택할 수도 있다. 노조가 지나치게 기업에 무리한 짐을 지우면 안 되는 이유다. 기업의 폐업만큼 노조 입장에서 회피해야 하는 상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