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학 교육 살리는 데 써야

전국 12개교 등록금 인상에도 제재 못 한 교육부 등록금 올리고 국가장학금 지원 포기하는 게 오히려 이득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대학 등록금 지원 규모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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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어려운 대학들, 등록금 올려도 교육부가 제재 못 해

전국 191개 대학 중에서 6.3%에 해당하는 12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8개교가 국공립대로 모두 교대였으며, 나머지 4개교가 부산의 동아대학교를 비롯한 사립대학이었다. 전체의 77.5%인 148개교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으며, 등록금을 인하하기로 결정한 곳은 청주대학교 1곳에 그쳤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대놓고 인상하지는 못하지만, 일조의 ‘눈치 작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브리핑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린다”면서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일부 대학에 유감을 표했지만, 마땅한 유인책이나 규제방안을 내놓지는 못한 셈이다.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들의 사정이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은 고사하고, 급여 삭감마저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제자보다 적은 봉급을 받는 교수가 즐비하다. 실제로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21년 대학 재정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반값등록금 정책이 실시된 이후 사립대학 교비회계의 총 결산규모는 해가 갈수록 감소해 2020년도에는 전년 대비 4,562억 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비회계 수입 중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이 56.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부분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교비회계 수입 중 비중이 큰 등록금을 올리고 국가 보조를 포기하는 것이 대학 입장에선 크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학교의 경우, 올해 학부생 등록금을 3.95% 인상하자 등록금 수입이 50억 원가량 늘어났다고 알려졌다. 이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지원받은 20억 원의 2.5배에 달한다. 교육부가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3,800억원을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등록금 인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이유다.

2023년 기준 총 4조4,447억원이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사업의 경우,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나뉜다. 소득 8구간 이하 중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에게 주는 것이 Ⅰ유형이고,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등 등록금 완화에 대한 대학의 노력을 평가해 지급하는 것이 Ⅱ유형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는 3,800억원이 지원된다. 문제는, 전체 액수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Ⅱ유형 장학금의 규모가 너무 적기에, 그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대학 입장에서 나은 선택지가 된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이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최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4년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114명 중 45명(39.5%)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올해 1학기(10명)와 2학기(1명)에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응답한 대학들을 포함하면 전체의 49.12%가 2023∼2024학년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교육부는 등록금 유지·인하 기조는 유지한다면서도 인상 대학들에 대한 일체의 제재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물가 상승률이 워낙 높아져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유효한 정책 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재정 지원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연계할 생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학들의 현실상, 등록금 인상을 용인해야 하는 한계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고특회계 대폭 확대해 국가장학금으로 써야

등록금 인상을 조금이라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하나다.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고등교육 예산 8조 원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투입될 교육세 세입에서 끌어온 1조5,000억 원과 정부가 추가 지원하는 2,000억 원을 더해 총 9조7,000억 원 규모로 마련된 고특회계의 규모를 크게 확대시키고, 고특회계의 3년 한시 일몰제를 폐지하고 교육교부금 사용 범위를 대학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넓히는 것이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국민들이 납부하는 내국세수 20.79%에 교육세 세수 일부를 더해 만들어지는데, 내국세 자동 배정 비율을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를 대학교육으로 전유하는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장학금 형태로 대학들에게 더 큰 규모의 금액이 지원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론 또한 교육교부금 개편에 긍정적이다. 서울경제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과 관련해 ‘재정 효율화를 위해 재원 마련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49.9%를 나타냈다. 반면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므로 현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41.4%로 다소 낮았다. 특히 교육교부금 개편에 찬성하는 비율은 보수 성향이거나 고소득층일수록 높았다. 국가장학금의 수혜 대상이 아닐 확률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개편을 지지한다는 것은 정책 추진의 반대자들의 목소리가 작아 정책 추진이 용이할 것임을 의미한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을 통해 대학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압박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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