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R&D에 1조4천억원 지원하는 정부, ‘레벨4 자율주행’ 가능한가?

첨단·주력·미래산업 분야 100대 핵심 기업 대상 지원 강화하는 정부 국가 예산 쏟아붓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무모한 도전은 아닐지?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비교 보고서에서 한국은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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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올해 제조업 10대 업종이 계획한 100조원 규모 민간투자를 밀착 지원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10대 업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수립해 ‘수출 플러스’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조업 업종별 수출·투자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이번 회의에서 최근 수출 및 투자 위축에 대응해 업종별 여건을 점검하고 수출과 투자 확대를 위한 범부처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첨단·주력·미래산업 분야 100대 핵심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올해도 300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 및 투자 등 실물경제 여건이 특히 어려운 상반기 동안 전 부처 수출역량을 결집하고 기업투자를 밀착 지원해 세계 경제 여건과 반도체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하반기 경기회복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산업 분야 투자 강화 나서는 정부

정부가 첨단·주력·미래산업 분야 100대 핵심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유치 활동을 강화에 나선다. 이를 통해 올해 300억 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유치를 추진한다. 정상 순방 성과인 UAE 300억 달러 투자 유치가 한국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투자 협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업종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수출·투자 지원도 추진한다. 이들 업종 기업은 올해 47조원 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정부는 팹리스,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메모리에 높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고 수출 안정성 강화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전력·차량용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등 3대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추진한다.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 시설에 국비 1,000억원을 지원하고 반도체 펀드 3,000억원, 정책금융 5,300억원 등을 통해 팹리스 투자 등을 적극 지원한다.

정부는 투명·차량용·초소형 등 3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시장을 창출하고 무기발광디스플레이 기술 선점을 위한 1조원 예타를 추진한다. OLED, 마이크로LED, QD(퀀텀닷)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정책금융 9,000억원을 공급한다.

배터리는 전기차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수출이 10%대로 증가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국내 생산능력 제고를 위해 약 8조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고,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세제지원·사용 후 배터리 통합 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을 강화한다. 또 민간투자의 3분의 2 규모에 달하는 5조3,000억원 정책 자금을 지원한다. 미래차 분야 기업투자 지원을 위해선 지투‧외투‧유턴 지원요건 완화 등 내용을 담은 ‘미래차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 기술 등 자동차 분야 R&D에 2027년까지 1조4,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21년 현대차가 공개했던 아이오닉5 로보택시/사진=현대차

레벨4 자율주행 가능성은?

그렇다면 정부가 국가 예산을 쏟아붓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우선 레벨4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레벨5가 완전자율주행차의 최종 단계로, 어떤 변수에 대비하고 사용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원격으로 자율주행차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인간의 역할이 남아있다면 레벨4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변수가 ‘0’에 도달했을 때를 완전자율주행의 구현이라고 보고 아직은 먼 미래라고 예측한다.

그 때문에 레벨4를 자율주행차의 한계로 보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그 이유는 1%의 불확실성 때문인데 자율주행차가 정해진 알고리즘의 범위를 넘어서면서 인간의 간섭을 받는 건 전체 운행 시간의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1% 미만의 변수가 초래할 매우 위험한 상황에 주목하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간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테슬라마저 1% 미만의 변수에 의한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 레벨4까지 가기도 매우 어렵다. 자율주행기술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도 레벨 2.5∼3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현대차도 고속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기술개발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구글이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에 처음 뛰어든 뒤, 여러 업체와 학계, 정부가 투자에 나섰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중간 단계다.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구현은 먼 미래라는 의견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가 있다. 우선 막대한 비용이다. 스마트 도로 시설, 모바일 네트워크 등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을 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레벨4 단계를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실제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하려면 도로 위의 많은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전용 도로를 깔고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 대부분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차여야 안정적인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택시 기사 등 수백만 운전직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도 걸려 있어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조율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모한 도전, 국가 예산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현재 한국의 도로 상황을 봤을 땐, 레벨4는 아주 먼 미래인 것이 현실이다. 이미 정부는 그동안 자율주행에 몇천억을 투자해왔고 딱히 발전된 부분은 없다. 지난해만 해도 범부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에서 ‘27년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 마련’을 위한 자율주행기술 R&D 지원사업으로 12개 신규 과제에 대해 실시간 온라인 통합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총 88개 세부 과제에 7년간(21~27) 1974억원(정부출연금 8,316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레벨4 수준의 차량개발과 인프라통신 환경구축교통 신호 체계 등 편리하고 안전한 자율주행기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부처 간 협업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율주행기술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미국 소비자 단체 컨슈머리포트는 지난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12개의 자율주행기술을 비교하고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자율주행 기능과 성능, 운전자 집중 유지, 간편한 사용성, 안전성, 반응 없는 운전자에 대한 대응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 보고서에서 1위는 포드의 블루크루즈, 2위는 GM의 슈퍼크루즈, 3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는 47점으로, 꼴찌인 12위를 기록했다. 간편한 사용성 부문에서 모든 브랜드 중 가장 높은 7점을 받았지만, 다른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재 한국 자율주행기술의 현실이며 레벨4에 도달하는 기술 개발은 실로 엄청난 도전이다. 정부가 그간 자율주행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글로벌 보고서에서 꼴찌를 기록한 마당에 겨우 1조4,000억원의 투자로 레벨4 단계의 기술 개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을 민간 자동차 회사 지원금 대주는 것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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