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길들이기? 금융위 제3차 은행권 실무작업반 논의

경기대응 완충자본 부과 검토,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한다 장기적 성과평가 따라 이연지급하는 성과보수체계 방안 제기돼 ‘성과급 논란’ 여론 따라 정책 집행한다는 지적도, 은행업 안정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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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월 15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작업반 회의를 개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은행, 민간 전문가, 금융기관, 연구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3월 22일로 예정된 제4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는 예금 비교·추천 혁신금융서비스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점검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15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SVB 폐쇄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확언했다. 다만 금융안정 유지를 위해 금융당국이 경각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줄 것을 당부하고, 금융시스템의 손실흡수능력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본 적정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성과보상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은행 자체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제3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

참석자들은 은행 부문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손실흡수능력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 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대응 완충자본(CCyB)과 스트레스 완충자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손실흡수능력 확충의 규모, 시기, 속도 등이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강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성과급을 포함한 상위 5개 은행의 보수체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개선 방향과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은행 수익은 금리 변동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은행의 성과급은 일반 기업의 성과급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더불어 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프로젝트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 금리 차이에 의한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또한 성과 보상 시스템은 경제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며, 장기 성과 평가를 기반으로 한 이연지급 방법을 검토하고, 현금뿐 아니라 주식과 스톡옵션 등으로 지급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은행은 현재의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자산·자본 건전성 제고, 소비자 보호 강화, 미래가치 증대에 중점을 두고 공적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에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예로 들며,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은행권은 성과보상체계 개선에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과 노조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성과급과 퇴직금 수준에 대해 국민은 물론 직원, 노조와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수체계는 우수 인재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수체계 개선과정에서는 다양한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희망퇴직금 등 주요 재무 의사결정을 할 때 주주로부터 평가를 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인건비 비중, 개인별 보수 구성, 희망퇴직금 등에 대해 국내 은행과 글로벌 주요 은행을 비교·분석하여 추가 개선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주주환원 및 배당에 접근할 때 주주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은행 수익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사용 및 분배되는지 대중과 금융시장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빅5 은행 성과급 종합 분석

은행장의 성과 보상 체계는 일반적으로 고정 보수와 변동 보수로 구성된다. 고정 보수에는 기본급과 활동 수당이 포함되어 있고, 변동 보수는 매년 평가하는 단기 성과급과 다년간의 누적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의 성과는 보수위원회와 같은 평가 기관에서 평가하는데, 수익성, 건전성, 자본 적정성에 중점을 두고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의 조합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감사, 준법감시인, CR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 및 임원의 보상 체계도 일반적으로 은행장과 유사하다. 상근 감사와 준법감시인은 정성적 평가로만 평가되며, CRO는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를 모두 평가받는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성과급을 유보하거나 환수하는 사유를 명시한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각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환수금액 등 세부사항은 보상위원회가 결정하며, 성과급 환수 사유에는 제재, 형사처벌,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중대한 손실, 재무제표 위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연 정책의 경우 은행들은 현행 지배구조법에 따라 최소 이연 조건을 은행별 내규에 반영하고, 총 성과보수(단기+장기)의 40% 해당액을 3년간 이연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5개 시중은행에서 단기성과 보수를 다음 해에 일시 지급하거나, 장기성과 보수를 3년간 임기의 성과에 따라 2~4년간 이연지급하거나 미운영하는 등의 상황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를 근거로 단기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성과급을 일시 지급하다가 경기침체 시 성과급을 다시 틀어막는 일을 반복하지 말고, 장기 지표를 우선시해 성과급을 장기 이연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직원 급여는 기본급, 고정 성과급, 특별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고정 성과급은 직원 및 조직별 KPI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시스템으로 급여 성격의 성과급이며, 특별 성과급은 이익 목표 80% 달성 등 사전에 설정된 단기 경영 목표를 달성한 경우에 직원에게 지급된다. 임직원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기본 퇴직금과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희망퇴직금으로 구분된다. 기본 퇴직금은 퇴직 시점의 30일분 평균 임금에 근속 연수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되고, 희망퇴직금은 특별 퇴직금과 학자금, 의료비, 이주 지원금 등의 복리후생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은행권 길들이기

정책은 단순한 여론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 철학에 기반해야 한다. 특히 은행과 같이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조직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정부가 여론을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면 은행 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금융업계의 격언으로 “강호의 고수도 관군을 이길 수는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은행 영업력이 특출나서인지 시장 상황 덕분인지 따져보는 것을 일단 미뤄 두고, 영업이익이 많이 나서 성과급을 많이 지급했다는 사실 하나만을 놓고 보자면 은행의 영업권을 정부가 승인해주고 서민들의 핏값을 받아먹었다는 비판을 도의적으로는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직원 급여를 오랫동안 인상해주지 못했다는 점, 매년 많은 수를 퇴직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너무나 여론 영합적으로 정책을 집행한다는 비난 또한 피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길들이기가 너무 심하다. 관례적으로 2년에 한 번씩 감사를 받는다. 그런데 요새는 매달 압박이 온다”며 “작년에 감사를 받았는데 올해도 감사를 받는다. 이밖에도 계속해서 눈치를 준다. 윗선에서는 알아서 엎드리고 있는데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토로했다.

지지율을 보며 정책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국가 운영 철학에 맞추어 집행을 결정해야 사리에 맞는다. 더욱이 은행과 같은 정부 정책 의존형 조직일수록 정부가 여론에 따라다니면 은행업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 여러 은행이 뱅크런에 빠지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의 악몽이 다시금 부활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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