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개헌을 위해, 국회입법조사처 ‘헌법개정절차 해외헌법규정례 보고서’ 발간

헌법개정안 마련 시 신중하고 숙의적인 절차 구체화해야 핵심적인 내용과 비핵심적인 규정을 가려 개정 절차 달리 정할 수 있어야 시기적 한계 및 개정 불가한 핵심조항 정하는 ‘개정한계조항’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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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올해 3월 선거제도 개혁을 마무리한 뒤 개헌을 논의하자는 일정표를 제안했다. 김 의장이 선거제도 논의를 위한 범국회 차원의 위원회와 개헌을 위한 국민참여형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헌법 개정 절차의 해외 사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해외 사례를 검토하여 한국의 헌법 개정 절차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김 의장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을 계파 정치, 패거리 정치를 종식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정치관계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국회가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기한 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제22대 총선을 위한 법정 시한은 내년 4월 10일이다.

헌법 개정을 위한 적절한 방식

보고서는 국민발안을 통해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직접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는 사례를 발견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발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발안제는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이미 한 차례 도입과 폐지가 있었으나, 최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재도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발안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개헌에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극화를 비롯해 이념적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개헌이 사회 통합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발안제를 도입할 경우 다양한 보완적 심의 절차를 마련하고 충분한 숙의 기간을 확보해 경청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국민발안제가 헌법 원칙에 부합하는지, 다수결에 의해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무시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지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민발안제를 당장 도입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고 개헌특위를 구성해 사전에 공론화 과정을 거침으로써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이를 통해 국회가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개헌안을 심의, 마련하는 헌법적 관행을 만드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국민발안제를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헌법 개정의 핵심조항과 비핵심조항 지정

외국의 경우 모든 헌법 조항을 동일한 개헌 절차에 따라 개헌하지 않는다. 대신 헌법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념 또는 인권 관련 조항을 명시적 한계 조항으로 지정하여 개정할 수 없거나 더 엄격한 개정 요건 또는 국민투표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비핵심 조항은 국민투표가 필요 없는 개정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변화가 예상되고 국가의 안전과 연속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정의 경우 법률 개정보다 다소 어려운 요건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개정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보고서는 비상계엄, 전시 상황, 지나치게 잦은 개헌, 쿠데타를 통한 국가권력 찬탈 등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에 권력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한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대한민국 헌정사를 살펴보면 전시 및 비상계엄 상황에서 개헌이 이루어진 사례가 발견된다. 개헌을 위해서는 정세가 안정되어야 자유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 인물, 사회적 이슈, 법안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의견 대립과 혐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개정 과정은 서로 다른 의견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국가 구성원 모두가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이자 기회가 되어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사진=국회사진기자단

헌법 개정 절차 구체화

보고서는 현재 우리 헌법에 규정된 개헌 절차를 가동할 시기가 도래할 경우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통합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는 보다 신중하고 숙의적인 절차로 개선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즉 한국의 헌정사와 우리 사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헌법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과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헌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다.

김진표 의장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여러 가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한 후 국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그는 정개특위에서 모든 의원이 참여하는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전당대회를 통해 최소 주 2회 이상 집중토론을 하고, 여론조사와 국회 생중계 등을 통해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선거법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집중 토론, 국민 참여, 신속한 결정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곧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특위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는 국민 참여형 개헌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공론화위원회는 특위에서 요구한 사안에 대해 여론조사, 공론화 등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개헌 절차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헌법개정절차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김 의장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반드시 내각제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하되 국무총리 해임권 등 국회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국회 고유의 입법, 예산, 조약 심사 권한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 의장은 국회의 조약 및 예산안 심사권을 우선 현실화하고, 감사원의 회계검사 권한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와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은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철저하고 포괄적인 논의를 할 시기이며, 그에 상응하는 준비도 되어 있다. 보고서에서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고 권고안을 적극 고려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보다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미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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