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자 35만 명 늘어도 ‘경기 부진’이라고? 수출·제조업 위기 고조

고용보험 가입자 수 35만5,000명 증가했지만, 11만4,000명은 ‘고용허가제’ 외국인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가입자 증가폭, 수출 둔화 직격탄 맞은 제조업은 ‘마이너스’ 직전 KDI 3개월 연속 ‘경기 부진’ 진단, 단 내수 경기·전반적 고용은 서비스업 회복세로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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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장기간 이어진 경기 부진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4월 말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숫자는 1,510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아울러 대면 활동 정상화에 따른 대면서비스업 고용 회복, 여성 및 고령층의 경제 활동 증가 등 긍정적인 신호가 다수 확인됐다.

그러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치가 사실상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신규 가입으로 인한 ‘허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 가입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고용 증가폭이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KDI가 비교적 양호한 고용지표에도 불구, 3개월 연속으로 ‘경기 부진’ 위험성을 진단하며 시장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성·노인·서비스업 지표 양호, 제조업·청년은 ‘휘청’

2023년 4월 말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숫자는 1,510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만5,000명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 보건·복지, 숙박·음식, 전문 과학기술, 정보통신 등 분야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15세 이상 고용률(+0.6%p)과 15~64세 고용률(+0.6%p)도 동반 상승했으며, 경제활동참가율도 26개월 연속 상승하며(+0.4%p) 4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대면 활동 정상화에 따른 소비・관광 등 내수 회복으로 숙박·음식업 등 대면서비스업 고용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간호‧돌봄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보건복지업 고용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정보통신업 등의 고용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업 고용 활성화가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성별 및 연령에 따른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먼저 일-육아 병행 여건 개선으로 여성 취업자 수가 34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증가 및 경제 활동 참가 확대 등의 영향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세도 지속되는 추세다. 반면 청년 고용률(46.0%)은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률은 4월 기준 역대 2위 수준으로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기저효과 및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표만으로 현 고용 상황이 양호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4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치가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가입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전체 가입자 증가 규모는 35만5,000명에 달하지만, 이 중 고용안정·직업능력 부분을 적용받은 외국인의 수만 11만4,000명에 달한다. 외국인 가입 영향을 배제하고 보면 오히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은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그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숫자는 37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4,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가입자 효과를 제외한 증가폭은 올 3월에 1만4,000명, 4월 5,000명에 그친다. 실제 외국인 고용보험 가입 효과는 제조업에 약 90% 정도가 집중돼 있다.

KDI, 3개월 연속 ‘경기 부진’ 진단

비교적 양호한 고용지표가 발표되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내놓은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3개월 연속으로 경기 부진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KDI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2% 감소하며 2월(-7.5%), 3월(13.6%) 대비 감소폭을 키웠다. 대외 여건 부진에 따라 반도체를 포함한 ICT 부문(-42.5%)이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이외 대부분의 품목도 수출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제조업 생산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3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2.2% 증가하며 2월(3.3%) 대비 증가폭이 둔화했다. 차량용 부품 공급 정상화로 자동차 생산이 26.8%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반도체(-26.8%), 전자부품(-30.4%) 등이 휘청이며 광공업(-7.6%) 생산도 덩달아 감소한 탓이다. 이에 따라 동행지수, 선행지수 등 각종 기업심리지수도 기준치를 밑돌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KDI는 내수 부진이 완화되면서 급격한 경기 하강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부진 완화의 중심축에서는 서비스업이 있었다. 대면 활동이 활성화하고,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6.2% 증가한 것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23.3%→18.2%), 운수 및 창고업(21.2%→18.2%) 등 대부분의 서비스업 분야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세로 소비 부문 역시 완만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1을 기록하며 전달(92.0) 대비 상승한 바 있다. 이에 더해 1분기 국민계정상 민간 소비도 전기 대비 0.5% 증가하며 전 분기(-0.6%)의 부진에서 완만하게 회복하는 추세다.

KDI는 최근 경기 부진이 제조업에 집중된 한편, 서비스업 생산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함에 따라 양호한 고용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용노동부 역시 고용허가제 외국인 가입 효과 부분을 제외한다면 조만간 가입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고용보험 가입 둔화가 고용시장 전체의 불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용률이 2023년 3월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가입자 수 둔화를 무작정 고용 상황 악화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는 11일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KDI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모두 1.8%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번 발표에선 전망치가 한층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IMF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각각 1.5%,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올해 성장률을 1.6%로 예상한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분야·계층마다 천차만별인 고용지표, 정부 대책은?

지난 4월 고용지표는 분야·계층별로 회복과 쇠퇴가 혼재하는 현 고용시장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같은 고용 문제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10일 서울고용센터에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5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4월 고용 동향과 함께 청년 고용 상황 및 향후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빈일자리 해소 방안에 대한 현장 활동 결과 및 직접일자리사업 집행 현황 점검이 진행됐다.

정부는 청년 고용률이 아직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일자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고려, 스타트업의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급 기준을 개선하는 등 청년 일자리 정책 중 체감도를 더욱 높일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벌, 지역 등 각 계층의 청년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한층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4월 말 기준 빈일자리 해소방안의 이행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E-9) 5만2,000명(47.3%)의 고용허가서가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정부는 신속취업지원전담반(TF)을 통해 구인난 업종에 1만4,000명을 매칭했으며, 차후 중점지원기업 4,500여 개를 선정해 사업 전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직접일자리 사업은 4월 말까지 약 96만6,000명(잠정) 채용하며 당초 계획했던 수준(93만6,000명)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차후 상반기 목표인 99만4,000명 채용을 차질 없이 집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업종별 수요를 고려한 다양한 고용 지원책을 전개한다. 조선업의 경우 희망공제사업 수요를 고려하여 관련 지원절차를 보다 신속히 진행하고, 농업의 경우 농번기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 현장점검을 토대로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비스업 중심 고용·내수 회복은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출 부진 및 제조업 불황 등 위험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용 문제도 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고용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차후 정부는 이번 TF에서 언급된 수준 이상의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하고, 위기에 빠진 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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