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저작권 보호’ 위한 인재 양성한다, “인재 모으기 전에 생태계부터 조성해야”

누누티비로 인한 저작권 침해 심각, 경각심 떨어진 시민 이용도 높아 문체부, 현장 중심형 기술력・저작권 지식 겸비한 융합인재 양성해 대응할 것 관련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한 한국풀(Pool) 생태계 조성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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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 2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4년간 110억원을 투입해 소프트웨어 저작권 기술·법 융합인재 3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기관으로는 서울 주요대학 3곳을 선정하였으며,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관련 전문인력을 키우는데 목표를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체부 발표에 한 관계자는 누누티비로 인한 저작권 침해가 만연함에도 일부 시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저작권을 준수하는 일이 ‘당연’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을 교육하고, 나아가 이를 뒷받침해줄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문체부 결정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문체부, 4년간 저작권법 융합인재 300명 키울 것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최근에 발표한 ‘2022 4분기 온라인 저작권 침해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 만화·웹툰, 소프트웨어 등 총 7개 분야에서 42551건이 불법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기술+법 융합인재 양성사업’을 통해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이 사업은 AI, 메타버스 등 콘텐츠 산업에 적용되는 최신 기술들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관련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기관으로는 서강대, 숭실대, 중앙대가 선정됐으며, 각 대학은 저작권법, 콘텐츠·소프트웨어 기술 교육, 차세대 콘텐츠 환경에 대응할 저작권 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문체부는 올해 한 대학교당 6억6,000만원을 지원하고 이후 4년 차까지 교육과 연구 실적에 따라 연간 최대 1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강대는 메타버스 환경에 특화된 저작권 기술 인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메타버스와 저작권정책 ▲메타버스 저작권 보호 기술 ▲소프트웨어 법률과 정책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메타버스 공간 내 다양한 콘텐츠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 기술을 개발한다. 숭실대학교는 OTT 기반의 K-콘텐츠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 기술 인재를 키운다. 구체적으로 ▲OTT 미디어 시스템 ▲콘텐츠 보호 기술 ▲글로벌 ‘저작권법’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OTT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방지하며 유통 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안전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기술 인재를 키우겠다고 전했다. ▲블록체인과 저작권 침해분석 ▲소프트웨어 저작물 데이터 과학 ▲소프트웨어 보안기술과 응용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저작물 관리 및 보호 기술을 개발할 전망이다.

임성환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기술이 급변하고 저작권 관련 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저작권법’ 지식과 관련 기술을 모두 갖춘 전문인력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현장 중심형 기술력과 저작권 지식을 겸비한 융합인재를 양성해 이러한 수요에 적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누누티비가 쏘아 올린 공, 지적재산권 보호 역량 요구↑

최근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누누티비’가 결국 지난 4월 14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누누티비는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했던 국내 대형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및 OTT 플랫폼 드라마와 영화를 불법으로 업로드하고, 사설 토토 등 불법 도박 광고 배너로 수익을 창출했다.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스트리밍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질타를 받은 누누티비는 전용앱까지 만들어 배포하는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이어갔다.

이에 2023년 3월 초 OTT와 방송사는 ‘저작권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누누티비의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정부 역시 불법 콘텐츠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회를 만들어 문제 해결에 나섰다. 결국 누누티비 운영사 스튜디오유니버설팀은 지난달 13일 공지사항을 통해 “걷잡을 수 없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거 심사숙고 끝에 4월 14일 0:00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액은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넷플릭스의 2022년 4분기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누누티비의 서비스 종료에도 누누티비를 사칭하는 웹페이지가 나타나거나, 유사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콘텐츠 저작권 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 ‘누누티비’를 검색하면 ‘누누티비 대체’, ‘누누티비 새 링크’와 같은 연관 검색어들이 등장하며, 해당 검색어 링크를 통해 누누티비처럼 드라마·예능·영화 등을 불법 제공하는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심지어 스튜디오유니버설팀은 지난 4월 17일, 사이트 폐쇄공지를 한 지 3일 만에 “이달 30일 오전 2시부터 누누티비 시즌2(를 시작한다)”며 “도메인은 공개하지 않고 공식 텔레그램으로 문의를 남겨놓으면 서비스를 재개한 뒤 도메인을 안내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저작권 인식수준 청소년>성인, 관련 전문 인력 생태계 마련 시급

한편 문체부는 지난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전문인력 양성사업 컨설팅 보고서’ 등을 발간하며 저작권 관련 인재 양성에 힘써 왔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온라인·오프라인 교육, 저작권 실무자 양성 교육, 저작권 관련 교육콘텐츠 개발,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종사자, 청소년, 학부모, 일반인, 공무원, 교원, 문화예술인 등 대국민을 대상으로 올바른 저작물 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건전한 저작권 이용문화 정착과 저작권 의식 제고를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제공하는 교육 수준은 일반인 대상의 교양 강좌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저작인접물 관련 전공학과 졸업자 비중은 2013년 특성화고 졸업자 31.2%, 전문대 졸업자 20.4%, 대학 졸업자 20.1%, 석사 졸업자 12.4%, 박사 졸업자 12.7%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없다. 특성화고 졸업자는 줄었으며, 고급 학력으로 치부되는 대학 졸업자 비중도 겨우 1%P에서 최대 3.2%P 늘었을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저작권 인식 수준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 2019년에 개최된 ‘창작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및 도입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한경수 PD는 “독립 PD 작품의 저작권은 항상 방송사의 소유였다”며 “하나의 프로그램에 포함된 방영권·복제배포권·전송권·출판권뿐만 아니라 제작 시 획득한 원본 영상의 저작물까지 방송사에 넘어간다. 작가나 독립 PD의 권리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PD는 한국의 저작권 보호 실태에 대해 1950년대 미국의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에서 관련 법을 속히 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2021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뢰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20~60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저작권 인식도 조사를 펼쳤다. 2021년 전국 청소년의 저작권 지수는 100점 만점에 82.4점으로, 전년 대비 0.2점 상승했다. 하지만 창작자의 권리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함에도 저작권 보호의 유익함에 대한 인식은 평균 77.9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모든 결과를 집계했을 때 성인의 저작권 인식이 청소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성인의 저작권 지수는 74.1점으로 청소년보다 8.3점 낮았다.

결국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다행히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청소년에게 저작권 관련 교육을 진행했을 때 효과성이 가장 높았던 만큼 인식 제고를 위해 청소년 대상 저작권 교육을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인력 교육을 진행할 때 저작권에 해박한 인재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는 관련 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정부에서 인재를 모으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저작권을 지키지 않았을 때보다 개인적·사회적 유익이 크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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