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실효적 규제 필요성 ↑, “단계적 입법 방식 고려해야”

국회입법조사처, 온라인 플랫폼 실효적 규제 마련 위한 보고서 발간 규제 필요성 제기된 지 수년 지났는데, 여전히 ‘답보’ 상태 입법처 “독일 GWB 참고해 단계적 입법 방식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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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 야놀자, 배달의민족, 네이버, 여기어때

국회입법조사처가 온라인 플랫폼의 실효적 규제를 위해 단계적인 입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온라인·데이터 기반 사업모델의 보편화는 시장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하는 만큼 단발적인 개정으로 끝내지 않고 시장 전반에 대한 규범체계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차례차례 공정거래법 개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 규제 목소리 높아지자, 논의 불꽃도 ‘활활’

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종합적 고려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경쟁의 관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실효적 정책 마련의 기본 방향성과 그 방식을 구체화하기 위한 입법적 재검토를 시행하고자 이번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의 골자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틀 마련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을 살피고 입법의 접근 방향성 설정에 대한 고찰이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빅테크(Big-Tech)’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 지는 수년이 지났으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법적 논의의 초점은 언제나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규범적 대응을 위한 새로운 규제 틀 마련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미국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폐기됨에 따라 플랫폼 규제에 대한 주요 입법적 결론에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규범적 대응 맥락에 있어 노력이 부족하진 않을지언정 결과론적으로 다양한 규제 틀 마련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심지어 규제 틀 마련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했음에도 어떠한 입법적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넘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포함한 종합적 고려와 시정 요구가 부각되면서 관련 입법 논의가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답보 상태 놓인 공정화법, “규제 마련에 두 가지 전제 필요하다”

공정화법 제정 추진 결정 이후 정부는 2021년 1월 국회에 해당 법률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규제 틀 마련을 두고 3년 가까운 논의가 이어지며 정부안을 포함한 총 12개의 제정안이 발의돼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안 마련에 대한 두 가지 전제를 내놨다. 첫째는 경쟁 규제와 혁신의 관계를 대결이 아닌 ‘균형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관점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혁신과 성장의 기회지만, 경쟁당국의 관점에선 기존 규범체계의 작동 가능성 확인 요구에 따른 ‘새로운 규제 틀 마련을 위한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성장의 기회가 사실상 규제 틀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이 혁신과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는 새로운 규제 틀 마련의 선결 과제로 ‘온라인 플랫폼에 있어 기존 규범체계가 충분히 작동 가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관련 법률의 제·개정 방향성과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필수적 과정으로 봤다. 또 검토 결과에 따라 제·개정을 통한 보다 정합성 있는 규범체계 마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보고서는 결국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발생할 만한 구조적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정거래법이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함과 동시에 새로운 규정 마련이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기존 법령과 조화를 유지하되 새로운 규범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방향성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휩쓸리듯 법령 제정해선 안 돼,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하나로 ‘폭포수 방법론’과 ‘애자일 방법론’이 있다. 폭포수 방법론이란 한 단계가 끝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선형 순차적 모형이며, 애자일 방법론이란 개발과 함께 즉시 피드백을 받아 유동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애자일 방법론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짜놓기보단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차근차근 내용을 채워가자는 것이다.

보고서가 주장하는 바는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론과 닮은 꼴이다. 독일은 지난 2021년 1월 ‘경제의 디지털화 확대 대응을 위한 경쟁제한방지법(Gesetz gegen Wettbewerbsbeschränkungen·GWB)’ 개정을 통해 남용감독 및 기업결합 통제 규정과 함께 절차법 규정을 전면 개선한 바 있다. 특히 독일의 동법 제9차 및 제10차 개정은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경쟁 규범적 대응’의 관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GWB 개정 과정은 개정 법률의 내용적 설득력은 물론 절차적 신뢰성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규제체계 도입에 따른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공정화법의 입법을 우선하기보단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직면한 핵심적 경쟁 규범이자 모법으로서 공정거래법 자체의 개정 논의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명시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중심으로 단계적이며 유기적인, ‘애자일 방법론’의 입법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독일 GWB 도입, “불필요한 논쟁 줄이는 효과”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남용 규제 부분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반영하고 심사 지침 등 예규 등을 통해 그에 관한 해석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방향성으로 제안했다. 특히 독일의 GWB 제9차 및 제10차 과정에서 보여진 절차법적 주요 내용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WB에서 남용감독은 통상적으로 2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우선 관련 시장에서 당해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한 뒤 당해 사업자의 행위가 경쟁법 위반인지 여부를 2차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GWB 제9차 개정은 내용상 전자에 해당하며, 10차 개정은 후자에 해당된다.

GWB 제9차 개정의 주요 내용은 △제로 가격 급부의 시장확정 대상 포섭 △다면시장 내지 네트워크산업에서의 시장 지배력 보유 여부 판단 표지 추가 규정 등이다. 이는 플랫폼의 구조적 속성을 관련 시장 개념에 포섭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보유 여부 판단을 위한 표지 및 입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제10차 개정의 주요 내용은 △경쟁에 있어 우월적이며 시장의 경계를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업자의 지정 기준 및 유효 기간 등 규정 △동조 제1항에 따라 지정된 사업자의 상세한 금지 행위 규정 등이다. 이는 규제 대상 사업자의 지정 등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특별한 규제를 마련했다는 점과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금지 행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관련 사안의 신속한 절차 보장을 위해 절차법적 보완을 병행하기도 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규범적 대응 방식 및 수준은 각국의 시장과 경제 및 산업 여건 등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등에 대한 일정한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국가 간의 관계를 떠나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EU와 미국, 독일 등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마련 중에 있거나 이미 집행 중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 중요한 사안은 무엇일까. 바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에 기반을 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체계가 얼만큼 이뤄졌는지와 어느 방향성이 바람직한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 1~2년간 꾸준히 논의가 이어졌음에도 불구, 우리나라에선 공정화법의 제·개정 내용과 공정거래법 자체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제 해외 사례를 들여다보고 법안과 생각을 뜯어고쳐야 할 시점이다. 물론 독일의 GWB 제9차 및 제10차 개정의 과정과 구체적 입법 내용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에 그대로 반영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GWB 개정 과정은 공정거래법의 내용적 설득력에 절차적 신뢰성을 얹음으로써 새로운 규제체계 도입에 따른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시사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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