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⑥ 국내 저출산과 인구위기 ‘해결 방안’, 정책의 내실화와 직장문화 개선

데이비드 콜먼 교수, “2750년 세계 첫 인구소멸국가는 한국” 예언 현행 저출산 기본정책, 사회・경제적 요인 해소 대책 부재 차별적 고용 관행 개선 및 여성 친화적 환경 구축 등 민간기업 참여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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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대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자체가 소멸할 것이란 예언도 있다.

인구 재앙은 가까운 미래의 경제 위기로도 다가온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가 매년 1.18%씩 줄어 2050년엔 28.3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신용등급이 부도나 다름없는 ‘투자 부적격’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것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06년 유엔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2750년 세계 첫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 예언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최근 내한 강연에서도 같은 전망을 내놨다. 또한 소멸 시기가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이 놀랍다고도 했다. 이처럼 초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인구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도서관이 팩트북 「저출산 대책」을 발간하고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정책 및 통합적 이민정책 체계 구축 등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추상적 목표 아닌, 핵심과제에 집중

저출산의 원인은 다층적·다면적 구조를 가지는 만큼 현재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단일의 효과적인 수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일원적 태도가 아닌 인구정책이 종합적 사회정책으로서의 인구전략이 될 수 있도록 청년, 지역, 균형발전, 산업 등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소득보장 정책과 같은 현금급여 제공만큼이나 교육, 의료, 주거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인 생애주기별 정책조합을 마련하기 위한 저출산·고령사회 적응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불평등 심화와 더불어 국민의 전반적 삶의 질 악화, 이로 인해 가중된 청년층의 경쟁과 압박에서 비롯된다. 특히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책임지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경쟁 지향적인 사회일수록 부모들은 자녀를 적게 낳아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끔 그 질을 높이려 하며, 이는 결국 출산율이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제1~4차에 이르는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그간 수립 때마다 정책 범주와 세부 과제를 크게 확대해 왔으나 저출산 대응의 기본정책인 가족지원 확대나 사회・경제적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저출산 기본정책은 ‘삶의 질 제고’와 같은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혼인율 유지·상향 및 출산 선택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정책 대상을 ‘모든 세대’가 아닌 ‘결혼 및 출산 선택 의사가 있는 청년’으로 한정하여 가족 지원 확대와 같은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핵심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혼인율 유지·상향과 출산 선택의 확대는 혼인과 출산이라는 삶의 단계마다 불균등한 제약을 겪고 있는 적령기 청년들의 불평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일자리 정책은 소득, 고용안정, 미래 전망이 있는 일자리의 창출·확대를 지향해야 하며, 신혼부부 주거정책은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강화돼야 한다. 사교육은 세대 간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주요 기제이자 출산 선택을 앞둔 가구가 가장 큰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제인 만큼 사교육비 부담 해소 등 고비용 양육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성평등 관점을 고려한 일・가정 양립 실현

긴 근로시간은 일과 삶의 균형 또는 가족생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므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 활성화와 장시간 근로 등 남성 중심적 직장문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성차별과 가사·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성 불평등한 인식하에서 장시간 노동은 여성 노동자의 돌봄 노동 부담을 가중시키고 여성 저임금을 고착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런 만큼 출산율 제고를 위한 근로시간의 유연화는 필요하나, 그 방향이 기존의 남성 가장 중심의 장시간 노동을 강화하고, 여성에게 단시간 노동을 집중시키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남녀 모두에게 일과 가정 양립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의 노동시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며, 제도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개선이 절실하다. 이와 더불어 단축된 근로시간으로 인한 동료직원의 업무량 증가 및 근로시간에 업무를 수행할 대체근로자 확보의 어려움 등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이 포함된 정책도 필요하다.

MZ세대의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노동중심 생애’를 지향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여건을 조성하는 저출산 대응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자녀 돌봄 위기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여성의 고용유지 및 복귀에 중점을 둔 정책이 고안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등 주요국과 같은 근로자의 가족돌봄휴가 사용권의 보장 및 유급화, 자영업자 및 특수고용 근로자를 포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돌봄 노동의 성별분리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아버지의 보육·가사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보육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남성의 가사 참여를 강제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율을 높인 유럽식 모델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스웨덴이 있다.

민간기업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

지금까지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은 주로 정부, 학계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실제로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민간기업이 참여함으로써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차원의 노력으로는 정시퇴근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여성 친화적이고 유연한 고용환경 구축, 차별적 고용관행 개선, 다양한 가족친화제도 도입, 과로(피로) 사회 지양, 육아 지원, 직장 내 양성평등문화 조성 등이 필요하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와 같이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의 활용조차 쉽지 않고 이를 기업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는 법·제도적 보완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비정규직 근로자나 대체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 등을 위해서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의 의무 사용 법제화와 함께 잔여 계약 기간과 상관없는 육아휴직 기간·수당 보장,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기업에 대한 획기적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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