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고, 대출도 안 되고” 저리 대출 승인율 34%,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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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저리 신규 대출, 10명 중 6명은 못 받는다?
빡빡한 대출 요건 탓에 승인율 낮아, 지난달 부랴부랴 요건 완화
저금리 대환대출은 비교적 원활히 운영, 저리 대출 실효성도 개선될까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저리 신규 대출(버팀목 대출)의 승인율이 3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피해자가 까다로운 지원 요건의 장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지난달 요건 개선 이후 점차 활성화하는 저금리 대환대출과는 달리, 저리 대출은 올 상반기 덮어쓴 ‘집행률 1%’의 오명을 좀처럼 씻어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신청 대비 승인율 저조, 피해자들은 ‘울상’

저리 대출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기존 거주지를 떠나 새로운 전셋집을 얻어야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지원책이다. 피해자는 연 1.2∼2.7% 저금리로 최대 2억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한 저리 신규 대출은 올해 1∼9월 총 130건 이뤄졌으며, 대출 액수는 168억9,000만원이다.

하지만 동일한 기간 접수된 저리 대출 신청은 378건(471억9,000만원) 수준이다. 대출 신청자의 65.6%는 요건 미충족 등으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127건, 경기 86건, 인천 68건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저리 대출 신청이 많았다. 그러나 신청 대비 승인 실적은 서울이 23%, 인천은 26%로 전국 평균 34%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요건이 완화된 만큼 수도권 저리 대출 지원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맹성규 의원은 “지난달 5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 보완 대책의 일환으로 버팀목 대출금리 신청 자격을 완화한 만큼, 대출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출 실적이 저조하다면 추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행률 1%’ 오명 씻어낼 수 있을까

저리 대출의 올해 초 집행률 역시 전체 자금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맹 의원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책정한 저금리 대출자금 총 1,670억원 중 집행된 금액은 지난 5월 기준 13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자금 대비 약 0.8% 수준이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신청 건수는 69건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13건만 집행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저리 대출의 요건이 과하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가 내건 각종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피해자는 일부일 뿐이며, 당장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지난달 저리 대출과 대환 대출 소득 요건이 부부 합산 연 7,000만원에서 연 1억3,000만원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승인율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저리 대출과 함께 소득 요건이 완화된 저금리 대환대출은 비교적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저금리 대환대출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기존 집에 거주하며 연 1.2~2.1% 저금리로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대환 상품이다. 올해 1∼9월 기준 총 443건, 액수로는 660억원의 대환 대출이 승인됐다. 같은 기간 승인된 저리 대출의 수 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환 대출 신청 후 승인이 나지 않은 사례는 9건에 불과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핵심 구제책인 저리 대출은 현재 예산을 묶어 두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과한 요건을 내세우며 피해자를 몰아낼 경우, 결국 지원책은 목적을 잃고 ‘껍데기’만 남게 된다. 차후 실효성 있는 지원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새 거처에 머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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