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일본, 대중국 전략으로 경제 안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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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이후 정경분리 원칙 하에 중국과의 파트너십 강화
기시다 내각 출범 후 정경분리 대신 경제적 현실주의 강조
기업 리쇼어링, 신기술 개발 등 공급망 다변화 전략 추진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과 중국은 과거사와 역사인식,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문제 등 미해결 이슈로 인해 지난 수십 년간 정치적 갈등과 영토 분쟁을 지속해 왔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일본의 정경분리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비롯한 기술, 금융 분야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양국은 분쟁과 협력이라는 부자연스러운 공존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East Asia Forum

중국 의존도 높은 일본, 주요국 공급망 무기화 우려

최근 미중 갈등 및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핵심 분야에서의 경제적 규제와 공급망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무역 구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공급망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일 수교 이후 중국과의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일본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미국와 독일에 비해 2~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기능주의적 관점을 강조해 온 정경분리의 원칙에서 벗어나 경제적 현실주의(economic realist) 외교로 전환하고 있다. 경제적 현실주의는 정치적 분쟁으로부터 자국의 경제 안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전략으로,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다변화를 비롯해 자국의 기술 발전,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프렌드 쇼어링(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등과 관련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공급망을 무기화하며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전부터 고수해 왔던 정경분리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정부가 경제적 현실주의를 추구함으로써 오히려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 자국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 일본 정부의 무역정책은 보조금을 통해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공급망을 구동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중국, 정치적 이슈에도 상호보완적 경제 구조

지정학적으로 인접한 일본과 중국은 수십년간 정치적·경제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 그럼에도 양국은 상호의존적인 경제 구조는 크게 훼손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특성을 보였다.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자국의 재화를 소비하는 주요 시장으로, 현재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중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 부분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중국은 저렴한 재화와 부품을 제공하는 주요 공급원으로, 그간 일본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해 완성품의 가격을 낮추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경제적 현실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이슈들이 다각적으로 얽혀있는 양국 간 상호의존성을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동아시아 국가 간의 긴장과 갈등 관계에 주목하면서 대중국 대응전략으로 경제 안보의 강화를 강조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량 안보에 대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이어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요국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라는 미명하에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 리쇼어링하는 기업에 한해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제공하고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 기타 국가로의 생산시설 이전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희토류 원소(Rare Earth Elements, REE)와 같은 핵심 소재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의 신규 광산을 개발하고 REE 대체 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REE 확보·대체제 개발 위해 호주 등과 협력 확대

일본은 대중국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해 자국 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된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반도체 소재의 확보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주요 생산국이지만 핵심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은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를 포함해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반도체 등 신기술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의 기업들이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반도체 밸류체인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REE의 추출부터 수출에 이르기까지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일본은 REE를 비롯해 각종 광물과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은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 전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제품, 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일본의 주요 산업은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REE를 확보하기 위해 새롭게 광산을 개발하는 작업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데다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 최근 REE 확보를 위해 캐나다와 해외 생산동맹을 구축하고 캐나다 내 최초의 REE 공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자금난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다.

REE의 대체 자원을 개발하는 작업은 광석의 추출, 제련, 가공와 관련한 하위 산업의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일본이 하이테크 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REE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REE 광산을 개발하고 가공시설을 구축함에 있어 글로벌 환경기준을 충족함으로써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생산활동을 보장해야 하며 지역사회, 환경 단체, 정부 기관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계획 수립 단계부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시다 내각은 이 과정에 착수해 호주를 비롯해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와의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의 정경분리의 원칙에서 벗어나 경제적 현실주의와 경제 안보 우선정책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주요국들과 연대해 중국의 공급망의 무기화 전략에도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 등 주요국들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의 구상 아래 공동의제를 도출하고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한 바 있다. 지난 4월 18일 G7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성명을 통해 “견고하고 안전한 글로벌 공급망은 투명하고 다양하며 지속가능하고 신뢰로운 방식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과 신기술 개발, 대체 자원의 개발 등을 추진함으로써 복잡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ishida’s diplomacy pushes back on seikei bunri

Deep economic cooperation in the areas of manufacturing, technology and finance has coexisted awkwardly with decades-long political and territorial disputes between Japan and China. This has led Japan to develop economic relations with China through a policy that separates politics and economics or seikei bunri.

Amid intensifying US–China strategic competition, China’s track record of economic coercion and its long-term objectives to secure its own ‘core interests’, Japan has become more concerned about its economic reliance on China.

The seikei bunri principles for engaging with China economically are giving way to Japanese Prime Minister Fumio Kishida’s new ‘economic realist’ diplomacy. Policy approaches to address concerns about the impact of politics on Japan’s economic security include selective diversification of supply chains away from China, reshoring, friend-shoring and national technological development.

The drift away from seikei bunri has raised concerns in Tokyo about Japan’s vulnerability to economic coercion and the weaponisation of supply chains.

Political leaders in Japan have already committed significant strategic and financial resources to enhancing economic security through selectively diversifying supply chains and reducing reliance on China. Initiatives include the adoption of supplementary budgets for economic security, such as securing domestic production bases for advanced semiconductors. Supplementary budgets have focused on promoting domestic investment to support supply chains and encourage their diversification.

Despite the political and security complexities, the mutually dependent economic relationship remains largely intact, is deepening and highly complementary. There is no replacing China as Japan’s major market for goods and services. Japanese companies have invested heavily in China, particularly in the automobile, electronics and machinery sectors. China is also a major source of low-cost goods and components for Japanese companies. This role has kept prices low and enhanced the competitiveness of Japanese products in global markets.

To decouple the Japan–China economic relationship would require untangling the complex and multifaceted mutual dependency that defines it.

After taking office in October 2021, Kishida positioned economic security as a major focus of his administration based on assessment of the challenges associated with China’s rise. In the wake of Russia’s invasion of Ukraine — with its impact on downstream energy and food security — Kishida warned that ‘East Asia could be the next Ukraine’.

Tokyo is promoting reshoring, urging Japanese businesses to migrate their production back to Japan from China or to explore new production bases in Southeast Asia, India and other countries. The government has introduced policies to support companies that are considering reshoring, including subsidies, tax breaks and regulatory reforms.

Tokyo has also highlighted the importance of diversifying supply chains, particularly for key components and materials such as rare earth metals. The Japanese government has been investing in alternative sources of rare earth metals, such as recycling and developing new mines in other countries. Japan is also exploring the use of new materials that can replace rare earth metals.

Tokyo has encouraged collaboration to enhance economic ties and agendas under the umbrella of the ‘Free and Open Indo-Pacific’. The G7 Foreign Ministers’ statement on 18 April 2023 — which stressed that ‘resilient supply chains should be built in a transparent, diversified, secure, sustainable, trustworthy and reliable manner’ — exemplifies this.

Japan has also emphasised the importance of strengthening domestic industries. This includes the development of new industries and technologies expected to decrease Japanese vulnerability to China and deepen its economic security.

A critical component for Japanese businesses is semiconductor materials. Despite being a major producer of semiconductors, Japan continues to rely on imports of key materials from other countries, including China. To mitigate this vulnerability, Tokyo has directly courted the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among others, to relocate to Japan. It has also been investing in the development of next-generation semiconductors and encouraging its companies to move up the value chain to reduce their dependence on imports.

China continues to enjoy a monopoly over rare earth metal extraction and exports that makes Japan and other states vulnerable to rare earth supply chain weaponisation. This exposes signature Japanese industries including electronics, automobiles and renewable energy to possible coercion.

As with energy and other mineral resources, Japan lacks domestic sources of rare earth metals and is reliant on imports. Developing new mines is difficult and expensive and there are few viable alternatives to China as a supplier. Recent initiatives with Canada remain financially unviable.

Developing alternative sources of rare earth metals requires not only the extraction and processing of ores, but also the development of downstream industries that can use the metals in products. While Japan has a strong high-tech industry, developing new industries that use rare earth metals takes time and requires significant investment which may not meet the demands of the current market.

Enhancing economic security and creating resilience against economic coercion and other forms of economic instability will be difficult. It will require Kishida and future administrations to develop new mines and processing facilities for rare earth metals while meeting a range of environmental standards to ensure activities are conducted safely and sustainably.

Developing new mines and processing facilities for rare earth metals will require careful planning, consultation and collaboration with stakeholders, including local communities, environmental groups and government agencies. The Kishida administration is starting this process, working with Australia and African states, such as Namibia, in joint ventures.

Japan’s efforts to reduce its dependence on China reflect a desire to enhance economic security and reduce vulnerability to geopolitical risks and uncertainties. With the shift to economic realism away from the principles of seikei bunri, the Kishida administration aims to balance economic opportunities with Japanese national interests in an increasingly complex and uncertain global environment.


원문의 저자는 도쿄 국제기독교대학(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자 일본국제문제연구소(Jap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 초빙연구원인 스테판 나기(Stephen Nagy)입니다.

스테판 나기/사진=Google Sch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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