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방불케 하는 소방시설공사 불법 하도급, 경기도에서 7곳 적발

최대 3년 징역·3천만원 벌금에도 불법행위 되풀이 ‘공사비 후려치기’ 위한 재하도급, 부실 공사 위험 높여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처벌 방안 제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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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공사 불법 다단계 하도급 사례/출처=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

소방시설 공사를 직접 시공하겠다고 신고한 후 실제로는 하도급에 재하도급까지 주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공사 현장 관계자들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적발됐다.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해 불법 하도급이 계속 극성을 부린다는 지적과 함께 위반 행위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 6월 8일부터 8월 25일까지 도내 대형 공사장 40곳을 대상으로 소방시설공사 관련 불법행위를 단속했다고 알리며 이 가운데 공사장 7곳에서 불법 하도급 행위자 등 10명을 형사입건하고 공사 현장 임시 소방시설 미설치자 등 2명에게 과태료 처분을 통보했다고 19일 밝혔다.

“직접 시공은커녕, 하도급에 재하도급까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내용은 △소방시설공사 불법 하도급 4명 △소방시설공사 무등록 영업행위 2명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위반 2명 △소방기술자 업무 소홀 1명△건축 완공대상물 자체 점검 미실시 1명 등이다.

구체적인 적발 사례를 보면 남양주에 위치한 복합건축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A업체는 무선통신보조설비를 직접 시공한다고 신고한 후 소방전기업체 B에 하도급을 줬다. 같은 현장에서 A로부터 하도급받은 소방기계공사업체 C는 제연설비 공사 전체를 D에 재하도급해 적발됐다.

수원의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발주자 E가 소방시설공사를 다른 업종과 분리 도급을 하지 않고 F종합건설사에 일괄 도급하다 적발됐으며, 해당 공사를 도급받은 F건설사는 소방시설공사의 일부만 다른 공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기고 전부를 G와 H에 나눠 하도급해 적발됐다. 또 소방전기공사업체 H는 하도급받은 무선통신보조설비 공사를 통신기기 제조업체 I에 재하도급했다. I제조업체 역시 소방공사업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채 무선통신보조설비를 시공하는 등 무등록 영업행위에 해당해 적발됐다.

현행 「소방시설공사업법」은 도급 또는 하도급받은 소방시설공사를 제3자에게 다시 하도급 및 재하도급한 업체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소방시설업을 등록하지 않은 채 도급받거나 영업한 업체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며, 소방시설공사를 다른 업종 공사와 분리 도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홍은기 경기도 특사경 단장은 “공사 현장의 설계, 시공, 계약방법 등에서 여전히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저가 하도급, 부실시공 등에서 비롯된 도민 피해가 없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련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불법 도급, 하도급 및 무면허 시공 사례/출처=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

불공정 계약·책임소재 불명에도 단속 주체는 천하태평

하도급은 발주자로부터 공사 등을 의뢰받은 원사업자가 다른 업체(수급사업자)에 이를 다시 위탁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보다 계약상 약자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고, 불공정 계약이나 대금 미지급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각종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우리 법은 2020년 9월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소방시설공사를 건축·전기공사 등과 분리해서 도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원사업자가 소방시설공사를 종합건설사에 묶어 도급하고, 해당 종합건설사가 다시 소방시설업체에 저가 하도급하며 소방시설 설치 하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당시 소방청은 “발주자가 전문소방업체와 소방공사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가 직접 소방공사를 하면 소방시설 부실 공사 비율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하자보수 절차도 간소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중간착취 없애지 못하면 불법 하도급 되풀이될 것”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의 소장을 비롯한 중간 관리자들이 하도급 과정에서 부조리한 이득을 취하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주처와 원사업자는 물론이고 불법 하도급에 참여한 모든 단위의 관리자들이 중간착취를 통해 상당한 ‘뒷돈’을 챙길 수 있는 만큼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소방시설공사업법을 비롯한 각종 건설 관련 법률이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사비 후려치기’를 위한 재하도급이 온갖 편법과 함께 성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 관계자들은 시공사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비롯해 발주자와 인허가청의 통제수단 부족으로 불법 하도급이 관행화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불법 하도급의 비용이 이익보다 큰 구조를 만들어야만 불법 하도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불법 하도급을 준 업체는 물론 받은 업체, 발주자 및 원도급사까지 포함해 불법행위에 관여한 모든 주체로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 수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법 하도급 시 일정 기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도 제재 수단으로 거론된다. 소방을 비롯한 건설 공사는 단 한 번의 불법과 부실시공으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사회 각계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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