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후쿠시마 오염수, 먹방과 단식 사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민주당 의원들 단식 농성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성주에서 참외 시식, ‘괴담’ 논리 반박 빅데이터 여론, 건강 문제보다 국내 정쟁으로 인식
26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선 우원식 의원이 국회 앞 단식에 돌입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농성이다.
지난 20일부터 단식을 이어온 초선 윤재갑 의원과 더불어, 두 민주당 의원이 단식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과거 ‘사드 괴담’ 논란이 있었던 성주 참외를 직접 시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쪽에서는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는 단식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괴담’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며 먹방을 찍는 모습이다.
일본 설득하려면 단식보다 과학적 입증?
정부 각 부처는 연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해명자료를 내놓기 바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된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원자력 관련 학자들의 설명을 통해 입증했고, 식약처는 26일 브리핑을 통해 먹거리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오염수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맞게 처리돼야 한다”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수차례 밝혔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일본 정부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단식에 참여한 민주당 4선 우원식 의원은 본인의 SNS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단식은 일본 가서 해야지 왜 국회 앞에서 하냐”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 정치 관행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하는 시위 중 하나인 ‘단식’이지만 방류 책임을 질 곳은 일본이지 한국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시위한다고 일본이 방류를 멈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안전성 검증 작업에서 전문적인 목소리를 내야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단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라는 비난을 이어갔다.
민주당의 해외 反공조 전략
정부는 지난달 한·태도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을 통해 오염수를 국제법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민주당은 최근 호주·피지·마셜제도 등 태평양도서국(태도국) 18곳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책과 민주당이 외교에서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또 나타난 것이다.
지난 17일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티베트 라싸에 방문했다가 티베트 망명정부의 비난을 받았다. 도 의원을 포함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이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을 “7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티베트 망명정부의 주장에 선을 그은 사건 때문이다. 티베트 망명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티베트인을 120만 명 넘게 죽이고 6,000곳이 넘는 사원을 파괴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국내 조계종도 같은 사건으로 민주당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주당의 외교 간섭을 정부 권한을 존중하지 않은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태도국 18곳 정부에 연대를 요청하는 외교 서한에 대해서는 우리 수산 업계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며 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에 한국 정부가 과학적인 기준 이상으로 강경 대응을 하면 지난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인근 해역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의 아시아 지역 내 외교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국 수산물 안전에 대한 해명에도 인근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괴담’일까?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경북 성주군 성주농산물공판장에서 성주 참외를 시식했다. 과거 야권에서 나온 ‘사드 괴담’으로 오명을 썼던 성주 참외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가에서는 당시 주한미군이 배치하는 사드(THAAD)의 전자파가 성주군의 명물인 참외에 영향을 준다며 ‘전자파 튀김 참외’라는 괴담을 퍼뜨린 탓에 성주군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사실을 언급한다. 최근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 관련 각종 논란 역시 ‘괴담’이라는 것을 동일한 선상에서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에서 살펴본 빅데이터 여론은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건을 안전에 대한 우려보다 국내 정치권의 여론전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이상 하늘색 키워드) 등의 주요 키워드와 함께 언급돼 네트워크상에서 맞닿아 나타나는 키워드들로는 ‘민주당’, ‘원전’, ‘반대'(이상 하늘색)에 이어 ‘중국’, ‘한국’, ‘선동’, ‘윤석열’, ‘이재명’, ‘괴담'(이상 붉은색) 등 정치권 공방 관련 단어들이 보인다. ‘수산물’, ‘영향’, ‘방사능’, ‘폐수’, ‘안전'(이상 녹색) 등의 방사능 위험 관련된 단어는 네트워크상에서 매우 먼 거리로 나타나 국민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정보 소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