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티켓값에 등 돌린 영화관 관객들, ‘소득공제’로 붙잡는다?

이번 달부터 영화관람료도 소득공제 대상, 정부의 영화관 살리기 전략 팬데믹으로 인한 티켓값 인상 이후 흔들리는 영화관, 관객들 마음 이미 돌아섰다 소득공제만으로 내수 활성화 기대 어려워, 제도 활용 위한 체질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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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명동/사진=CGV

이번 달부터 문화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비 소득공제’에 영화관람료 사용분이 포함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관람객 발길이 끊긴 극장을 위한 정부의 ‘응급처치’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연말정산 시 문화비로 사용한 금액에 대해 최대 1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득공제를 통한 내수 활성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한 달 구독료에 맞먹는 높은 영화관람료로 인해 사실상 관객의 마음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 지원을 위해서는 지금껏 효과가 미미했던 문화비 소득공제의 ‘체질 개선’부터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비 소득공제에 ‘영화관람료’ 포함

지난해 12월 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달부터 영화관람료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서·공연(2018년 7월)·박물관·미술관(2019년 7월)·신문구독료(2021년 1월)에 한해 적용되던 문화비 소득공제가 영화 관람료까지 확대된 것이다.

현행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대상자 공제율은 신용카드 15%, 현금영수증·체크카드 30%, 도서·공연·미술관·박물관 등 30%, 전통시장·대중교통 40% 수준이다. 영화관람료는 도서·공연 등 사용분과 동일하게 30% 소득공제율이 적용되며, 올해 12월까지는 한시적으로 40%가 공제될 예정이다. 공제 한도는 전통시장·대중교통·문화비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를 합해 총 300만원이다. 다만 영화 관람을 위한 영화관 티켓만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며 팝콘 등 스낵, 주차비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영화관람료 소득공제는 ‘영화계 살리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영화계는 최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영화관 총관객수는 642만1,297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월의 2,227만7,733명의 28.8%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영화관 총매출은 690억원으로 이 역시 2019년 같은 달(1,899억원)의 36.3% 수준에 불과했다.

사진=pexels

훌쩍 뛴 티켓값, 관객들 마음은 돌아선 지 오래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득공제만으로 영화계를 지탱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싼 티켓 가격으로 인해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가 극장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2021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60대 남녀 1,881명을 대상으로 ‘극장 영화 티켓 1장 구매 시 지불 의향’을 조사한 결과 약 1,241명(66%)이 1만원 미만의 금액이 적정선이라고 응답했다. 극장 영화 티켓 1인 최적 가격은 8,920원, 수용 가격대는 7,000~9,930원 선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영화관람료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 서비스의 한 달 구독 요금과 맞먹는 수준까지 급등한 상태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영화관람료를 세 차례 인상한 바 있다. 현재 일반적인 티켓값은 평일 1만4,000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1만5,000원 수준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11달러 전후로, 이는 유럽시청각연구소(EAO·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 포커스 보고서 기준 세계 GDP 상위 20개국의 영화관람권 평균 가격인 8.3달러 대비 눈에 띄게 높은 금액이다.

훌쩍 뛴 티켓 가격은 관객의 극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극장을 떠난 관객들은 OTT 구독을 통한 콘텐츠 소비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작품을 1회 감상하는 비용으로 △높은 퀄리티의 자체 제작 시리즈 △OTT 단독 개봉 작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에 매료된 것이다. 매력적인 대체재에 정착한 소비자의 발걸음을 소득공제만으로 붙잡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팝콘 및 음료 비용, 주차 비용 등이 소득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한국문화정보원에 ‘문화비 소득공제 사업자’ 등록을 마친 곳에서 구매한 영화관람권만 소득공제가 적용된다는 점 등도 소득공제를 통한 내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복잡한 공제 조건을 내걸다 보면 결국 소득공제로 돌려받는 금액이 줄어들게 되고, 고객을 극장으로 유인하는 효과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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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 소득공제 효과, 기존에도 ‘미미’

기존 문화비 소득공제 제도의 활용도 자체가 낮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문화비 소득공제 제도는 문화 소외계층의 문화지원금액을 현실화하겠다는 취지 아래 등장했으며, 2018년 7월부터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문화비 사용분의 30%를 소득공제하는 현행 문화비 소득공제 형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금껏 문화비 소득공제의 중·저소득층 지원 효과는 미미했다. 2021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평균 문화비 소득공제 이용 금액은 63,024원이었다. 30%의 공제율을 적용하면 공제금액은 1인당 18,907원에 불과한 셈이다.

영화관람료 소득공제 혜택이 추가된다고 해도 애초 제도의 지원 효과가 부족한 이상 영화계의 혜택 체감은 사실상 미미할 수밖에 없다.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산업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의미한 공제율 인상보다도 문화비 소득공제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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