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EU가입 승인 조건으로 스웨덴 NATO 가입문 열어줘

군사 전문가들, 러시아의 북해, 흑해 군사 전략에 치명타 될 듯 러-우 전쟁 종결 앞당길 것이란 분석도 나와 미국과 갈등 겪던 튀르키예 경기 회복 기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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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문을 열어줬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로이터 등의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미뤄왔던 스웨덴의 NATO 가입 승인안을 의회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반대급부로는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안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의 NATO, EU 가입이 가시화 될 경우 러시아의 북해 및 흑해 영유권 행사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부터)과 예슨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사진=NATO 사무총장 트위터

튀르키예는 EU로, 스웨덴은 NATO로

현지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출발 전 기자의 스웨덴 NATO 가입 조건 관련 질문에 대해 ‘튀르키예의 EU 가입 조건’이라 답했다. 당일 오후에는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전격적인 정상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양국의 EU 및 NATO 가입을 지원한다는 조건에 대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예슨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빨리 진행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웨덴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군사중립 정책을 포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후 핀란드는 기존 30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11개월 만인 지난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정치 문제 등으로 제동을 걸어 합류하지 못했다.

CNN 등의 외신은 이번 합의가 러-우 전쟁 종결을 한층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스웨덴이 NATO 방어권역에 포함될 경우 러시아의 북해 항행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는 데다, 튀르키예가 EU를 위시한 미국의 방어 시스템에 들어갈 경우 흑해 항로의 경제적, 군사적 가치도 크게 감소한다. 또 그간 러시아의 흑해 전략은 지중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령(領) 크림반도 확보였으나,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Strait of Bosphorus)을 장악하고 있는 튀르키예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지중해 출입이 봉쇄되기 때문이다.

북해를 NATO Lake로 표기한 이미지 변형 사진/출처=9gag.com

북해가 NATO lake(나토의 호수) 됐다는 영어권 반응

서방 국가들은 이번 합의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영어권 커뮤니티인 레딧(Reddit), 9GAG 등에서는 이제 북해가 ‘나토의 호수(NATO lake)’가 됐다는 유머 사진이 올라오는 등, 향후 러시아의 북해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과거 로마가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Mare nostrum)’으로 불렀던 것과 같은 관점에서 이번 합의로 발트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이어 핀란드(동), 스웨덴(서), 폴란드(남) 3면 방향의 북해 봉쇄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러시아는 북해의 ‘노르드스트림(Nordstream)’을 이용해 서유럽 국가들에 천연가스 공급을 해 왔으나, 러-우 전쟁 발발 직후부터 북해 인근 국가들의 NATO 가입과 미국의 지원 등으로 인해 노르드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울러 서방 국가들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의 북해 전략과 더불어 지중해-흑해 전략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튀르키예의 수도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 항행권 없이 흑해 함대의 지중해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승인해 주는 조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NATO 국가들이 러시아 흑해 함대의 지중해 진출을 막을 수 있도록 NATO 함대를 인근에 배치하는 것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튀르키예의 EU 가입, 향후 지중해-흑해 긴장 고조는?

지역 전문가들은 지난 5월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는 등 정권 안정화가 어려운 상황에 EU 가입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지난 5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미국과 경제 분쟁을 겪으며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1리라당 0.2달러에서 0.038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튀르키예는 지난 1987년에 EU 가입 신청을 냈고, 2004년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시작된 협상에도 불구하고 키프로스 분쟁 및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20년간 가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2016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실패 이후 유럽의회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탄압을 비판하며 가입 협상을 중단하기로 의결한 뒤부터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튀르키예가 EU에 가입하게 될 경우 사실상의 경제 봉쇄로 어려움을 겪었던 해외 투자 유치 등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만큼,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미국과 경제 분쟁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해 카타르, 사우디 등의 중동 국가들과 통화스왑 및 예금 확보 등의 협정을 맺었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던 부분 역시 해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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