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입찰시장 개설, 수혜 기업은? ① 두산퓨얼셀과 블룸SK퓨얼셀

세계 최초 ‘수소입찰시장’ 개설에 연료전지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예상 유력한 예비낙찰자로 지목된 ‘두산퓨얼셀’, 국내 누적설치량 61% 돌파 SOFC 시스템으로 국내 수소발전 시장 선점 나선 ‘블룸SK퓨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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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면서 수소발전 관련 업체들의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10대그룹은 물론, 중소형 발전 사업자들까지 사업권 확보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한전전력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구역전기사업자가 수소화합물(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도로, 사용 연료에 따라 ‘일반수소’와 ‘청정수소’ 발전시장으로 구분 개설된다.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추출·부생수소(그레이수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청정수소 발전시장은 개질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한 블루수소나 수전해 기술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발전 사업자만 진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당장 수급이 원활한 일반수소 발전시장부터 상·하반기로 나눠 입찰을 진행하며 최종 낙찰자는 산업·경제 기여도, 발전단가, 전력계통 영향 등을 종합 평가해 오는 8월 중순에 선정할 계획이다.

일반수소 입찰시장 개설

수소발전 사업 대다수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전해질에 따라 고분자전해질형(PEMFC), 인산형(PAFC), 용융탄산염형(MCFC), 고체산화물형(SOFC) 등으로 구분되며 이 중 PAFC, MCFC, SOFC는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수소는 통상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개질수소나 철강 공정이나 석유화학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부생수소로, 입찰시장에서 일반수소로 분류된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일반수소 입찰시장의 개설 물량은 연 1,300GWh(기가와트시)로,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연 200MW(메가와트)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허가 사업자들의 총 설비용량인 연 6,000MW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인 만큼, 입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기업은 두산퓨얼셀과 블룸SK퓨얼셀로, 연료전지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Purecell M400’/사진=산업통산자원부

PAFC로 국내 시장 선도하는 ‘두산퓨얼셀’

두산퓨얼셀은 두산그룹의 연료전지 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2014년 미국의 CEP와 국내 퓨얼셀파워와의 합병을 통해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현재 두산퓨얼셀은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유력한 예비 낙찰자로 지목되고 있다. 대표 사업인 ‘고체산화물 발전용 인산형 연료전지(PAFC, Phosphoric Acid Fuel Cell)’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 PAFC 연료전지 발전소의 공급 실적은 현재 건설 중인 설비까지 포함하면 약 560MW에 달하며 국내 누적설치 물량의 61%가 두산퓨얼셀이 공급한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생산공장의 증설을 완료한 두산퓨얼셀은 연간 최대 275MW의 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부품 국산화율이 98% 이상이라는 사실도 정부 입찰 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2023년 상반기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 경쟁입찰 공고’에 따르면 발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가격평가(60점) 외에도 비가격평가(40점)를 실시한다. 비가격평가 평가기준 가운데 ‘발전사업 및 주요 설비의 국내산업 기여도’ 기준에 따라 국산화율이 높은 연료전지가 가산점을 받게 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올 상반기 첫 입찰규모인 200~300MW를 두산퓨얼셀이 무난하게 흡수할 경우 지난해 대비 매출 2배 증가는 물론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퓨얼셀의 주력 사업인 PAFC는 가격이 저렴하고 전기와 열을 동시에 만들어 내는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력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열병합을 위한 부지가 필요해 입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한 PAFC 방식은 저온의 온수와 열이 발생하는데 온수의 경우 전력 대비 활용가치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두산퓨얼셀은 PAFC뿐만 아니라 중저온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산 새만금산업단지에 50MW 규모의 SOFC 공장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2024년에는 발전용 SOFC, 2025년에는 선박용 SOFC 시장에도 순차 진출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터는 열·수소·전기 등 세 가지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트라이젠(Tri-gen)’을 통해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나서며, 청정수소로 인정받을 수 있는 CCS(탄소 포집·저장) 연계형 PAFC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울산 SK어드밴스드 PDH 공장에 설치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설비/사진=블룸SK퓨얼셀

‘블룸SK퓨얼셀’의 추격

국내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두산퓨얼셀의 뒤를 블룸SK퓨얼셀이 점유율을 늘려가며 바짝 쫓고 있다. 블룸SK퓨얼셀은 2020년 1월 SK에코플랜트(지분 49%)와 미국 블룸에너지(51%)가 설립한 합작 법인으로, 시장 점유율은 30%로 두산에 비해 낮지만 기술력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퓨얼셀의 주력 사업이 PAFC라면, 블룸SK퓨얼셀의 주력 사업은 SOFC 시스템이다. SOFC는 액화천연가스(LPG)에서 추출한 수소와 산소 간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고효율의 신재생 분산발전 설비로, 현재 전력 발전을 비롯해 주택 및 상업용 전력 생산, 통신 탑, 군사용 장비, 철도, 해양, 항공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는 월마트, 홈디포 등 대형 마트와 뉴욕의 모건스탠리 사옥, 소프트뱅크 사옥 등 도심 빌딩 등에 설치돼 있다.

SOFC의 전력 변환 효율은 60%로 기존 연료전지 중 가장 높으며, 설치 면적도 작고 백연과 미세먼지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다만 700~1,200℃의 고온에서 작동해 내구성이 약한 데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경쟁력 면에서 뒤처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원천기술을 가진 두산퓨얼셀에 비해 국산화율이 낮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블룸SK퓨얼셀 역시 구미공장을 통해 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완제품으로 수입하던 미국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 국산화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국내 부품 제조사들과의 동반 성장은 물론, 국내 연료전지 생태계 조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중소업체들도 낙수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연료전지 기술을 통해 수소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에 활용될 수 있는 수전해 장치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K건설은 미국 에퀴닉스(Equinix)의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으며, 이를 통해 최근 미국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료전지 발전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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