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추가 성과급 주겠단 인사처, ‘연공서열’ 아래 ‘공정한 보상’ 가능할까

인사처, ‘성과급’ 지급으로 공무원 업무 동기 유인한다 일각선 반대 목소리도, “공정성 우려돼” 연공서열보다 능력주의 우선되는 풍토 우선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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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 연속 최상위등급(S등급)을 받은 국가공무원은 앞으로 50%의 추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또 업무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에게 1호봉을 승급하는 특별승급 요건도 완화된다. 보상체계 개편을 통해 공무원의 업무 능력을 제고하겠단 취지인데,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상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인사처 “3년 연속 S등급 공무원 50% 추가 성과급 받을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3년 이상 연속해서 S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 기존 지급액의 최대 50%를 추가 지급하는 장기성과급이 신설된다. 지금까지 공무원은 1년 단위로 업무 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단기 성과에 따른 보상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턴 3년 이상 우수한 실적을 낸 공무원의 장기 성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된다. 상위 20%, 즉 S등급을 받은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인하겠단 취지다.

이번에 신설되는 장기성과급은 오는 2024년도부터 적용된다. 직전 2개년 성과급 평가 결과를 포함해 3년 이상 연속으로 S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는 기존 지급액의 최대 50%에 해당하는 장기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2022년, 2023년도에 모두 성과급 등급 최상위등급을 받은 6급 공무원은 2024년에도 최상위등급을 받으면 최상위등급 지급액인 668만원에 최대 334만원의 장기성과급을 통해 총 1,002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우수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1호봉을 승급해 주는 특별승급 요건도 완화된다. 현재 3년 이상 실근무 경력을 가진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는 특별승급 요건을 1년 이상으로 대폭 축소해 특별승급 대상이 사실상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되도록 개선하겠단 것이다. 이에 따라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규 공무원이라도 우수한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일부 기관에서 시범운영한 동료평가는 전 부처에 전면 도입키로 했다. 평가 대상자의 실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동료의 평가를 반영함으로써 성과 기반의 공정한 평가 및 보상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사처의 시범운영 기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료평가는 성과급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운영방식의 공정·객관성 관련 긍정 응답 비율이 76%, 평가항목의 적정성 관련 긍정 응답 비율이 89%로 나타나기도 했다. 인사처는 내년부터 동료평가를 전 부처로 확대해 기존 상급자의 하향식 평가 방식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성과급 제도, 주요 포인트는 ‘공정성’

성과급과 같은 ‘즉각적인 보상’체계는 공무원의 동기 유발에 확실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성과급제도 등 금전적 보상책, 특별승급 등 승진 보상책 등이 모든 조직과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같은 보상이 유용한 동기 유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조직과 업무는 따로 있다. 오히려 보상의 유무가 부작용과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 공직사회와 같이 경쟁이 제한적인 영역에선 성과급 제도 등 보상체계가 상당히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보상체계의 존재가 구성원들의 업무에 대한 열정을 보다 탁월하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나 능력보다 계급과 근무연수를 기초로 지급되고 있는 공무원 보수의 불합리한 측면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성과급 제도 등 보상체계를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공정성’ 때문이다. 애초 공무원은 공직에 종사하는 만큼 성과가 좋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공무원들 사이에선 성과급 제도에 대한 수용성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성과 평가가 공개되지 않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급 지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연공서열과 같은 비합리적 요인에 의해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팽배하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1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면접 시험장을 방문해 시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인사혁신처

적절치 못한 보상체계, ‘상대적 박탈감’ 유발할 수 있어

돈을 더 주겠다는데 싫다고 거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다른 이만 돈을 더 받게 된다면 공무원의 사기는 오히려 곤두박질칠 것이 자명하다. 지난 2022년 광주시교육청은 지방공무원 성과연봉 및 성과상여금 지급 등급을 개인별로 통보한 바 있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본청의 경우 S등급(6~8급)을 받은 이는 본청 16개 과 중 총무과가 12명(20.7%)으로 가장 많은 데다 이 중 총무과 6급 6명은 비서 출신이거나 인사팀 또는 인사팀 출신이었다. 특히 인사팀 6명은 팀원 전체가 S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돈 주고 공무원들 박탈감만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급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연공서열보다 능력주의가 더 중요시되는 풍토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공직사회는 여전히 강직돼 있다. 성과주의와 거리가 먼 호봉제에 대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억지로 성과급 제도만 꿰맞추려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 형성, 업무 동기 상실 등 부작용만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광주시교육청 사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결국 제도는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의 ‘역량’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공무원 성과급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과급 결정 과정과 성과급 지급 결과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성과급 결정 과정에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성과급 결정에 대한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인사처가 팀별 동료평가를 성과급 지급에 반영하겠다 나선 건 이를 고려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직사회가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는가엔 다소 의문이 남는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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