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발전특구, 지자체 역량에 따라 성과 크게 달라질 수도
입법처, “특구 정책, 지역 격차 확대시킬 가능성 있어” 우려 지정요건, 세제 혜택 등 세부규정 마련해 안정성 확보 필요 인센티브 등 지원 외에 지역 내 산업 생태계 변화 모색해야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회발전특구’가 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성과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회발전특구 도입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입법처는 보고서에서 기회발전특구는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하는 상향식 추진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지자체의 재정 규모, 행정 역량 등에 따라 성과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능동적인 참여, 차별화된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구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게 여러 요인들을 세밀하게 검토해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 유치한 기업을 지역의 교육기관 등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등에 대해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지자체의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한계와 제한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특히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확대시킬 수도 있기에 보다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지역균형발전법 제정으로 ‘기회발전특구’ 제도 도입
‘기회발전특구’는 정부가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지난 5월 25일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을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한 달여간 시행령 제정 등 준비기간을 거쳤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지방시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에 대한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달 10일에는 기회발전특구의 정책 콘트롤타워인 지방시대위원회와 지원조직인 지방시대기획단이 공식 출범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의 필수요건은 기업의 지방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며 “시·도별로 수립하는 지방시대 계획을 토대로 지자체의 자율적인 정책결정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상반기 특구 지정을 위한 공모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회발전특구,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민간 참여 이끌어 내야
기회발전특구는 기존에 운영해 온 지역특화발전특구, 규제자유특구, 연구개발특구 등과 달리 지자체의 자율성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아울러 시·도지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청하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지정하는 방식으로 수도권을 제외하고 시·도별 한 곳씩 투자기업을 지정하고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득세, 법인세, 지방세를 감면하고 규제의 신속확인, 실증 특례, 임시허가 등 3종 특례를 적용한다. 이 외의 구체적인 설계는 해당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지자체는 지역의 실적에 맞게 필요한 기업 유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인해 기회발전특구의 근거가 되는 지역균형발전법 제정 당시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조세관계 법률 개정이 함께 이뤄지지 못해 지난 7일 시행령에도 기회발전특구 지정시 부여하는 세제 혜택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이와 관련해 입법처는 세제 혜택 등과 관련해 미국의 기회특구(Opportunity Zone)를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미국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 보유자가 해당 자산을 처분할 때 처분이득의 20% 정도를 자본이득세로 부과하는데, 기회특구펀드에 투자하게 되면 세금 납부를 유예하거나 감면해 준다.
또한 입법처는 기업들에게 얼마나 파격적인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기회발전특구의 성과가 민간 부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가 조속히 세제혜택 등과 관련한 사항을 협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요건, 세부적인 지원 내용과 관리 체계 등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제 감면만으론 부족해, 지역 내 산업 생태계가 변화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만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도권 기업에 대한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본사의 74.3%가 수도권에 소재해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한 전국의 총 고정자본 투자는 2017년 563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정체돼 있는 반면, 수도권의 투자 비중은 2013년 41.8%에서 2020년 47.6%로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실제 기업의 지방 투자와 이전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인력 수급 문제가 꼽힌다. 지난해 3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방투자 활성화를 위한 산업인력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지방 투자를 꺼리는 주요 원인은 ‘인력 수급의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인구 중 지방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8년 48.3%에서 44.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회발전특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지역의 강점, 비교우위 등을 검토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이에 맞은 기업을 유치해 지역 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시대 지역균형발전 성과와 과제 원탁회의’에 참석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우수한 인력을 길러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서 IT, 바이오, 디자인 중심의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은 전례가 있다. 독일의 라이프치히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라이프치히시는 한때 일자리의 90%가 사라졌지만 문화, 교육, 보건, 여가 인프라부터 스마트 시티 등을 포괄하는 통합도시개발전략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마련된 기회발전특구가 지역에 안착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역 특성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지역 산업의 핵심이 될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해 기업은 물론 지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도록 지원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규제 완화 등을 위해 세부사항에 대한 추가 입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