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확대하다는 정부, ‘판매단가 높은’ 해상풍력 감당 될까

해상풍력 전력 판매단가, 원자력 ‘7배’ 이상 국내 평균 풍속 초속 6.4m 이하, “해상 풍력에 안 맞아” 실적 안 나오는 해상풍력, 불합리 개선 우선돼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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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공사

해상풍력의 전력 판매단가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력발전 판매단가의 7배 이상이다. 이는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이 그만큼 비싸게 사 오고 있단 의미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향후 해상풍력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의 비용 압박이 극심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 불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C 가중치 과한 해상풍력,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어질 수도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남해 해상풍력의 올해 1분기 전력 판매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357원이었다. 전력을 생산한 첫해인 2020년(234원)과 비교하면 약 52% 상승한 금액이다. 이 기간 동안 서남해 해상풍력을 운영하는 한국해상풍력의 실적도 크게 성장했는데, 2020년 268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525억원까지 불어났고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6억원으로 벌써 2020년 1년 치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서남해 해상풍력의 전력 판매단가는 여타 발전원과 비교해도 유독 높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의 전력 판매단가는 1kwh당 46원에 불과했다. 또 다른 기저발전인 석탄발전(160원)과 LNG발전(279원), 태양광과 풍력을 합산한 재생에너지(197원)과 비교해도 해상풍력의 전력 판매단가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해상풍력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의 가중치를 많이 부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REC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해상풍력은 REC 가중치로 기본 2.5를 적용받는다. 특히 여기에 연계거리와 수심에 따라 가중치가 추가돼 서남해 해상풍력은 REC 가중치가 2.8이 된다. 100㎾ 미만인 소규모 태양광의 REC 가중치(1.2)보다 2배 이상 큰 셈이다. 통상 재생에너지로 전기 1㎿를 생산하면 1REC가 발급된다. 그런데 서남해 해상풍력의 경우 2.8REC를 받는다. 현재 1REC의 가격이 약 7만4,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서남해 해상풍력은 REC로 약 20만7,000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해상풍력이 앞으로 빠르게 확대되면 한전의 비용 압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6년 전력 구성(에너지믹스)상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은 108GW(45%)에 이른다. 업계에선 이 가운데 30GW 정도를 해상풍력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해상풍력의 설비용량이 124.5㎿인 점을 감안하면 2036년까지 240배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곧 한전이 4인 가구의 월평균 전력 사용량(322kwh)을 모두 해상풍력으로 구입한다면 약 11만5,000원을 구매대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정작 한전이 소비자에 전기를 판매하는 금액은 5만원 안팎이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없이는 6만5,000원이라는 손해를 그대로 밑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 등을 감안해 해상풍력에 REC 가중치를 과하게 부여하는 현 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전 적자 규모↑, “손해 더 극심해질 듯”

해상풍력 전력 판매단가에 대한 지적은 지난 2021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정부는 오는 2034년까지 20GW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해 세계 5위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였는데, 추산된 보조금만 연간 10조원 이상이었다. 이는 해상풍력에만 국민의 전기요금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러잖아도 한전은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에너지 원가 급등으로 한전은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신재생발전의 경우 유가와 무관함에도 SMP에 따라 비싸게 팔리는 등 지나치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데, 한전은 SMP를 적용해 각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만큼 이로 인한 손해는 더욱 막심할 수밖에 없다.

국내 평균 풍속이 해상풍력 발전에 적절한 풍속 대비 한참 못 미친다는 점도 주요 비판 대상이다. 전력연구원의 ‘부유식 해상풍력 기반기술 개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에 적절한 풍속은 초속 7m 이상이다. 반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국가바람지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6%가 연평균 풍속이 초속 6.4m 이하다. 실제 국내 최대 해상풍력단지인 서남해 해상풍력의 경우 평균 풍속이 초속 7m에 못 미치는 초속 6.03m에 불과했다.

한국전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총발전량은 114.3GWh로 이용률은 21.7%에 그쳤다. 결국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69억원인 반면 REC 수익, 즉 보조금으로 얻은 수익은 199억원으로 전기 판매 수익보다 보조금 수익이 3배가량 많았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풍력발전에 유리한 조건도 아닌 국내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풍력발전을 막무가내로 건설하는 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정산단가 지나치게 낮아, 활성화에 걸림돌”

지나치게 낮은 정산단가는 풍력발전 활성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정산단가를 통합하다 보니 발전사가 풍력발전을 통해 REC를 구매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그림이 이어지면서 풍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전업계에선 “REC 가격을 하나로 통합해선 안 된다”며 “REC 가격을 발전원별로 따로 책정해야 풍력발전 분야에서 불이익을 없앨 수 있다”고 역설하고 나섰다.

지난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균등화발전비용(LCOE) 산정용역에 따르면 태양광의 발전원가는 kWh당 138.3원 수준인 반면 육상풍력은 169.9원, 해상풍력은 281.8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풍력발전이 태양광발전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발전원가가 높지만 막상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비중이 큰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REC 가격이 추락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단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풍력발전을 계속 붙잡고만 있으면 태양광 발전처럼 정치권 비리에 휘말려 발전 자체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내고 관련 산업 육성에 힘 쏟겠단 방침을 발표했음에도 해상풍력 분야에서 이렇다 할 만한 실적은 나오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풍력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비용 절감 및 불합리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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