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미‧중 간 ‘건전한 경쟁’에 대한 우려와 가능성
재닛 옐런 장관, 방중 기간 중 ‘건전한 경쟁’ 제안 트럼프 대통령 퇴임 시 중국 관료‧학자들도 주창 불공정 관행, 미국 무역제제 두고 양국 입장차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지난달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4일간의 방중기간 동안 중국 고위 관료들과 만나 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긴장 상황과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옐런 장관은 “미국와 중국의 긴장 관계를 강대국 간의 경쟁으로 보지 않는다”며 “양국은 건전한 경쟁(healthy competition)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중국에 불공정한 환경 개선 요구
건전한 경쟁을 촉구한 관료는 옐런 장관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중국의 정부 인사들과 학자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을 계기로 미·중 간 관계를 재설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국 간 건전한 경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기업들은 중국 내 불공정한 경영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중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는 중국 현지에서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개혁을 추진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1단계 무역협정조차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중국은 2021년까지 2천억 달러(약 26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지만 이후 중국의 합의 이행 수준은 매우 미흡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교육과 더불어, 경제적 국가주의로 인해 악화된 반미 감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 내 불공정 관행, 특히 국유기업에 대한 우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제한하고 있으며 국유기업들도 정부의 개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건전한 경쟁의 가능성도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무역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봉착한 양국 관계
장기간 무역갈등이 이어지면서 미·중 관계가 교착상태에 봉착했다는 점도 건전한 경쟁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를 경쟁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칩 수출 제한 등 경제적‧기술적 제재 조치를 통해 중국의 현대화를 의도적으로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은 양국의 무역갈등을 자유시장 원칙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미국은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자국과 달리 중국은 국유기업들의 경쟁 우위를 위해 긴급하지도 않은 상황에도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는 공정한 경쟁이 훼손된 상황에서 해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어 대책이라고 일축했다.
양국이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상대국에 있다고 비난하는 사이 두 나라 사이의 불신이 더욱 커지자 이제는 서로를 ‘경제적 긴장 상태를 조장하는 주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 발자국 물러서기보다 상대국이 먼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건전한 경쟁은 더욱 먼 이야기가 됐다.
양국 간 상호 존중 있어야 건전한 경쟁 실현 가능해
건전한 경쟁을 촉구하는 전략은 결코 경제 분야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지난 1972년 미국과 중국의 화해 과정을 살펴보면 형식적인 외교 활동이 아니라 상호 배려하는 선의와 존중의 태도가 양국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중 간 화해는 양국이 점진적으로 신뢰를 쌓고 목표를 공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관계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재 양국은 건전한 경쟁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동의 요구를 확인했음에도 확고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돼 온 중국의 인권 문제와 대만‧홍콩‧신장위구르 자치구‧티베트에 대한 탄압 등 정치적‧이념적 갈등까지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신뢰 구축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제사회에서 건전한 경쟁은 기후 변화와 같은 공동과제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대립하고 경쟁하는 동시에 글로벌 현안과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미국의 이중적인 접근방식에 대해 거부하면서 현재와 같은 미국의 무역 제재가 계속된다면 국제사회의 공동과제에 대해서도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국가 안보 문제에 있어 기후 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미국과의 기후 변화 협상을 중단했고, ‘2022 G20 정상회담’ 기간 중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회담 이후에야 협상을 재개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건전한 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국제사회는 미·중 간 건전한 경쟁이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지적하면서, 향후 직접적인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Unhealthy prospects for US–China competition
US Treasury Secretary Janet Yellen recently wrapped up a trip to China, where she consulted senior Chinese government officials to discuss trade tens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and expressed hope for finding commonalities to enhance bilateral cooperation.
Yellen stressed that the United States does not perceive China through the lens of a great power struggle and emphasised that Washington wants to engage in a ‘healthy competition’ with Beijing.
Yellen is not the first government official to call for healthy competition. In 2021, Chinese policymakers and scholars seized the opportunity of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s departure from the White House to advocate for healthy competition in the hope of resetting China’s strained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There will be technical difficulties for such a ‘healthy’ competition. Washington demands Beijing address the lopsided bilateral trade volume by purchasing more US imports and adopting market reforms to give US companies an equal footing in competing with domestic Chinese firms. The majority of US companies no longer perceive China as an attractive investment destination. One factor accounting for this trend is the increasingly unfair playing field for US firms in China.
China has reacted lethargically to these terms. Beijing has yet to establish credible commitments towards increasing the purchase of US imports after failing to honour the Phrase One Trade Deal. This is unsurprising given domestic demand for US goods has declined, partly due to the Chinese government’s patriotic education that fuels economic nationalism and anti-US sentiment.
It remains uncertain whether China can adequately address perceived unfair business practices, especially preferential treatment for state-owned enterprises (SOEs). SOEs are linked to the legitimacy of the government, and Beijing relies on state intervention to ensure foreign competition does not erode the competitiveness of SOEs. Considering China’s tied hands in fulfilling these demands, the odds for healthy competition are slim.
Gridlock arising from tit-for-tat accusations of ‘unhealthy competition’ is another limiting factor. China associates unhealthy competition with strategic containment aimed at suppressing its development. China regards the United States’ economic–technological sanctions, such as the microchips ban and export limits that deliberately restrict China’s modernisation, as the hallmark of unhealthy competition.
But the United States views unhealthy competition through the framework of free market principles. State intervention in the economy is permitted only in dire situations. The United States perceives China’s state interventions during non-emergency situations to obtain advantages over US companies as a core trigger of unhealthy competition. It believes technological sanctions are purely defensive countermeasures to safeguard Washington’s interests abroad.
With both countries accusing the other of unhealthy competition, there are bound to be increasing suspicions. Each side is jostling to portray the other as the instigator of regional tensions. Given the unwillingness of the United States and China to each take a step back and the strong insistence that the other side must first remedy its ‘misguided policies’, it will be difficult to engage in healthy competition.
Obstacles to healthy competition transcend the economic sphere. It is essential to recall the events leading up to the United States’ rapprochement with China in 1972. Initiation and reciprocation of goodwill brought about the establishment of formal ties between Washington and Beijing. Success did not materialise from the mere exchanges of diplomatic pleasantries. US–China rapprochement showed that both countries must build confidence gradually and move towards a shared goal.
There is a current shared vision to engage in healthy competition. But neither the United States nor China have robustly engaged in confidence-building measures. The deteriorating relationship continues to be contaminated by deep political and ideological cleavages — China’s human rights issues and the United States’ indifference to Beijing’s ‘red lines’ in Taiwan, Hong Kong, Xinjiang and Tibet. These render confidence-building increasingly untenable — and diminish progress.
Healthy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is commonly understood as the responsibility of both countries to ensure their competition will not compromise their cooperation on global issues, such as climate change.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clear that it will simultaneously confront and compete with China, while seeking cooperation on areas of common interest.
China rejects this dual-track framework while making the case that Washington should not expect Beijing’s cooperation on issues like climate change while the United States continues to challenge China’s policies elsewhere.
China halted climate change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when House Speaker Nancy Pelosi visited Taiwan on 2 August 2022. Despite resuming the suspended talks after a meeting between US President Joe Biden and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on the sidelines of the G20 held in 2022, this instance shows that China has a tendency to weaponise cooperation for national security purposes, rendering healthy competition invalid.
The prospects for healthy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remain murky. The absence of healthy competition is extremely worrying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both the United States and China may sleepwalk into direct confrontation. The consequences will be too drastic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bear.
원문의 저자인 앤소니 토 한 양(Anthony Toh Han Yang)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인문사회과학대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