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찬바람에 ‘유니콘 키우기’ 나선 지자체, 경기도 ‘스케일업 펀드’ 조성

500억원 규모 ‘스케일업 펀드’ 조성한 경기도, 도내 벤처기업 성장 지원 나선다 창업만으로 끝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 양산 넘어 유니콘 길러내는 데 초점 ‘서울비전 2030펀드’ 조성하고 나선 서울시, 침체한 투자 시장에 ‘지자체 자금’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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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중견기업 ‘발돋움’을 지원하기 위한 5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경기도는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이비케이 스케일업 경기 G-펀드(이하 스케일업 펀드)’를 결성, 이달부터 기업 발굴 및 투자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시 역시 최근 스케일업 펀드 조성을 비롯한 벤처기업 지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스케일업 팁스(TIPS, Tech Investor Program for Scale-up) 등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중심으로 움직이던 스케일업 투자의 흐름이 점차 지방자치단체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경기도, 8년간 중소기업 스케일업 지원

경기도 스케일업 펀드는 경기도가 5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자금 등 450억원을 추가 유치하며 당초 목표치(250억원)의 2배인 5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경기도는 차후 스케일업 펀드를 포함해 총 4개 분야에 2,080억원 규모의 ‘경기도 G-펀드’를 조성, 벤처업계 경제 활성화 및 기업 성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 스케일업 펀드 투자 대상은 경기도 소재 중소벤처기업 중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또는 고용 증가율이 10% 이상인 고성장 기업 △연구개발(R&D), 설비 확대 등 사유로 후속 투자가 필요한 기업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중견기업 후보 기업 등이다. 펀드 운용사는 경기도 출자액의 200% 이상을 경기도 기업에 의무 투자하게 된다.

경기도 스케일업 펀드 운용 기간은 8년이며, 펀드 운용은 디티앤인베스트먼트와 코로프라넥스트코리아가 공동으로 맡는다. 경기도는 차후 기업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연계 지원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스케일업 펀드가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등 경기도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서다.

스케일업 펀드란?

스케일업은 기술, 제품, 서비스, 생산, 기업 등의 규모 확대를 설명할 때 주로 쓰이는 용어다. 벤처업계에서 스케일업 펀드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펀드’로 통하며, 일반적으로 시리즈 A 이상에서 시리즈 C 이전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엔젤투자처럼 다수의 초기 스타트업에 넓게 투자금을 뿌리는 것이 아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수 기업의 성장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책은 초기 창업 기업을 양산하는 ‘창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양산이 아닌 ‘스케일업 지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창업의 토대를 단단히 다진다고 해도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할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혁신 기업’이 등장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스케일업을 추진하려는 스타트업에는 충분한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를 지원하는 것이 스케일업 펀드다. 실제 ‘원조 유니콘’으로는 꼽히는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4년간 3조원을 투자받았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싱가포르투자청‧세콰이어캐피탈‧힐하우스캐피탈 등으로부터 3,6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해 왔다.

사진=쿠팡

중기부부터 지자체까지 ‘스타트업 키우기’

지금껏 스케일업 단계 스타트업 지원은 대부분 중기부가 주도해 왔다. ‘스케일업 팁스’가 대표적인 예다. 스케일업 팁스란 급변하는 기술·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주도 방식의 R&D 수단으로, 민간 운영사(VC+연구개발 전문 회사 컨소시엄)가 스케일업 단계 유망 기업을 발굴해 선 투자하면 정부가 후 매칭을 통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차제에서도 스케일업 펀드 조성에 힘을 쏟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투자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스케일업 펀드 조성은 침체한 벤처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역시 벤처기업이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4년간 총 5조원 규모의 ‘서울비전 2030펀드’를 조성한다고 지난 5월 밝힌 바 있다.

서울비전 2030펀드는 △스케일업(1조4,000억원) △창업지원(1조원) △디지털 대전환(1조원) △첫걸음동행(2,500억원) △문화콘텐츠(6,000억원) △서울바이오(7,500억원) 등 6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특화 펀드로 조성된다. 서울시가 4년간 3,500억원의 자체 예산을 확보하고,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투자 자금을 연계해 총 5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 이는 지자체 최대 규모다.

이 중 스케일업 펀드는 대·중견기업 등과 NDA(기밀유지협약), PoC(기술검증) 등 오픈이노베이션 협업을 진행·완료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펀드다. 이외에도 해외에 현지 법인 또는 합작법인을 설립했거나 설립 예정인 스타트업, 국내외 연구기관과 대학으로부터 양도받은 특허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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