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국내 교권, ‘교사 권한 확대로 안정적인 교육 환경 조성’한다는 미국을 볼 필요가 있다

국회도서관 ‘미국의 교사 교육활동 보호 입법례’ 발표 플로리다·네바다 등 교원 권한 확대 사례 제시 ‘최대한의 자유-건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 진짜 학생 인권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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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질서 있는 교실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교육 관련 입법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서이초 교사 자살에서 비롯된 각종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효과적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국회도서관은 22일 「최신외국입법정보」 ‘미국의 교사 교육활동 보호 입법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회도서관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는 학생의 인권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고 강조하며 현재 우리 국회에서 논의가 한창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개정에 미국의 입법 사례가 좋은 참고 사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출처=국회도서관

‘응징적 정의’ 관점 교육으로의 회귀

가장 먼저 국회도서관은 과거 응징적 정의(Punitive Justice)라는 관점에서 이뤄지던 학교 훈육이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라는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미국의 전통적 학교 규율방식은 사법 체계의 응징적 정의와 유사한 양상을 띠었다. 학교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학생들의 정학이나 퇴학이 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의 성별이나 인종 등 특성이 징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학생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를 회복하고자 하는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교육활동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는 응징적 정의라는 관점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국립교육통계센터(NCES)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립학교 교사의 80% 이상이 회복적 정의에 의한 교육정책은 안정적인 교육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일부 학생의 비행으로 인한 교실의 혼란, 교사에 대한 무례, 학교 안팎에서의 난폭한 행위, 각종 금지규정 위반 등의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주정부에서도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 연방 법률인 「교사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에서는 교사가 학교 또는 교실에서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학생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정학 또는 퇴학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수직적·권위적 교육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의 도입과 함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수준별 수업의 도입과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7차 교육과정의 확대와 더불어 교육 현장에서의 체벌이 금지됐고,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아지며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훈육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등 교사들의 적극적인 훈육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교권 존중이 건전한 교육 환경 조성의 지름길”

국회도서관은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위해 교사들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례로 플로리다, 네바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사례를 들었다. 먼저 플로리다주는 ‘교사의 권리장전(Teachers’ Bill of Rights)’을 성문화한 법안을 통해 폭력이나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이 아닌 한 교사의 교육활동은 각종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만약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근거로 기소되면 관할 교육구에서 법적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 플로리다주는 교사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해 교권에 대한 존중을 높이고 주도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미 의회를 통과했다.

네바다주는 지난 6월 「교육법」을 개정하며 한때 회복적 정의에 기반해 마련됐던 규정들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교권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징계가 불가능했던 11세 미만 학생의 정학 또는 퇴학이 가능해졌다. 이는 지난해 4월 발생한 교사 구타 사건에서 가해 학생이 무기를 사용하며 살인미수로 기소된 데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개인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졌고, 사회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학생이 질서 있는 교육 환경을 방해할 경우 교사의 판단에 따라 문제가 되는 학생을 급우들과 분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 학생을 퇴실 조치한 교사는 24시간 이내에 전자기록을 작성해 교육정보시스템(WVEIS)에 등록하고, 해당 사안을 학교와 논의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의 징계 조치가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학생의 보호자에게 해당 징계 사실을 알린다. 같은 문제가 3번 이상 반복되는 경우 학교는 내부 회의를 거쳐 정학 또는 대안학습센터로의 이동을 결정할 수 있으며, 대안학습센터는 주의 예산으로 건립 및 운영된다.

“학생 인권” 외치는 동안 침묵한 모두가 교권 침해 가해자

한국 사회에서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은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각종 민원현장에서 악성 민원인들을 상대하던 공무원들이 극한의 고충을 토로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례들이 그 근거다. 이같은 공무원 폄하 인식은 교사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특히 초등학교는 전체의 약 94%를 국공립이 차지하고 있어 ‘교사=공무원’이란 인식을 짙게 하고 있다. 일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국제적인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막강한 공권력을 고수하는 미국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교권 침해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교육부와 교육청 등도 일종의 가해자라고 입을 모은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학생 학업지도는 교사의 일이지만, 교내 질서유지는 학교장 등 학교 관리자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온전히 교사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인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 역시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음에도 일부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해 문제가 제기됐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 등도 교육활동을 침해한 주체”라고 꼬집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교원지위법을 제정해 교사들의 예우 및 처우를 개선하고 교육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학생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외치는 현장에서 언제나 법은 뒷전이었다. 교육자가 질서를 위반하는 학생을 벌하는 것은 문제 학생에게는 인권 침해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건전한 교육 환경 조성에 해가 될 수 있는 학생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교사의 권한 강화를 법으로 명시한 미국의 사례는 현재 논의가 한창인 교원지위법 개정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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