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위태로운 중국 경제, 미국 등 주요국 내 ‘중국 리스크’ 우려 확산
‘소매판매’ 등 실물경제 지표 대체로 예상치 크게 밑돌며 부진 이어가 악화되는 국가 부채 ‘추가 경기부양책’ 꺼내면 치명적 재정난으로 이어질 수도 옐런 美 재무 장관 “중국 경제 둔화, 美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달 중국 실물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연쇄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서 디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 리스크’에 따라 글로벌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는 국내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2.5%↑, 생산 3.7%↑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3.7% 증가했으나 시장 전망치(4.6%)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 등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지표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반영하고 고용 및 평균 소득 등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소매판매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4.8%)를 크게 밑돌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전통시장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변화를 나타내는 실물경기 지표로, 소매판매가 저조하다는 것은 글로벌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침체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한편 이날 7월 청년실업률 통계는 예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매월 전국 도시실업률과 함께 16∼24세, 25∼59세 연령대별 실업률을 공개해 왔지만, 이달 통계 발표에선 연령대별 실업률을 제외했다.
푸링후이(付凌暉)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8월부터 청년실업률 등 연령대별 실업률 조사 발표를 중단한다”면서 “졸업 전에 구직에 나선 학생들을 노동 통계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노동 통계를 더 최적화하기 위해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청년실업률 공개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비공개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올해 리오프닝 선언 이후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경기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상반기에만 550억 위안(약 10조원)의 순손실과 함께 디폴트 사태에 놓이면서 부동산 및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론 재정난에 직면, ‘추가 부양책’ 나오기 어려운 상황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 업체 등이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 규모는 37조 위안(약 6,777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21조 위안)과 비교하면 무려 60% 이상 급증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미 후커우(호적) 제도와 부동산 규제 완화, 금융 완화 대책 등 대규모 부양책을 여럿 내놓은 마당에 추가적인 대규모 부양책을 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주민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면서 “정부가 무리한 경기 부양에 나서기보다는 구조적 문제 해결과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등 재정 건전성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단기 정책금리를 소폭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0.1%포인트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2.5%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장치로, 실제 부채를 확대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중국
미국에선 중국의 경제 악화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유타주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중국은 여러 방면에서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도 14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노동조합 행사에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아시아 이웃 나라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전망을 좋게 본다면서 일단은 중국 경제 문제를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나흘간 중국을 방문했지만, 기후 변화 등 세계 경제 분야의 이슈에서 중국과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상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고위 인사가 추가로 중국을 방문해 논의를 이어갈 거란 분석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양국 간 주요 과제와 대형 분쟁들에 관한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의 40%를 이끌어 온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의 위기와도 같다. 특히 대중 수출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우리나라에도 큰 부담이다. 당장 올 하반기 국내 경제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W대학 경제학부 관계자는 “세계 최대 상품 소비국인 중국의 위기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패배하며 내리막길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 경제도 이를 대체할 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