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부고발자 보호 ‘빈약’, 독일 입법례 참고해 내실 다져야

국회도서관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를 위한 독일 입법례’ 발간 보호 대상·내용 구체화, 입증책임 소재 명문화로 실효성 ↑ ‘471건 법령’ 한계, 사각지대 내몰린 한국 내부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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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가 공익의 수호자로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고발자 보호를 확대 및 강화하고 내부고발을 활성화할 유인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잇따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훔치기’ 분쟁에서 내부고발자의 결정적인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함에 따라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국회도서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신외국입법정보’ 보고서를 통해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를 위해 독일의 입법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이원화된 우리나라의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법의 개선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일원화된 규범 체계를 갖춘 독일이 적절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패 척결 ‘일등 공신’ 내부고발

내부고발은 특정 조직 내부 또는 외부의 부정거래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정보를 신고 및 공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자 보호와 관련해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민간부문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으로 규율하는 등 이원화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두 법 모두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및 공정한 경쟁 등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구 부패방지위원회)에서 발표한 ‘2022 국민권익백서’에 따르면 2002년 1월부터 2022년 12월 말까지 부패 신고로 이첩된 3,448건의 사건 중 내부신고는 1,854건으로 53.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패 혐의가 적발된 1,277건 조사 결과 4,970명에게 기소 및 징계 처분이 내려졌으며, 부패적발로 인한 추징·환수 금액은 약 7,00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이첩 사건의 추징·환수 대상액(약 8,724억원)의 80.3%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내부고발이 부패 적발과 척결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을 보여준다.

“보호하려는 대상부터 명확히”

국회도서관 역시 내부고발자가 국민 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각종 법질서 준수와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사회적 투명성은 부패를 척결하는 기능을 비롯해 산업기술 유출 방지 등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내부고발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공익’과 ‘내부고발자의 사익 침해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대한 참고 사례로는 독일을 들었다. 독일은 지난 7월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발효하며 일원화된 규범 체계를 통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의 내부고발을 촉진하고 활성화하는 종합적 입법을 이룬 바 있다.

독일의 내부고발자 보호법은 정보보호, 네트워크 및 정보시스템의 보안, 제품·식품 안전, 탈세 및 자금세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적 정의를 제시했다. 해당 법은 “내부고발자란 본인의 직업활동과 관련해 또는 공익 침해 행위나 법규 위반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신고하거나 공개하는 자연인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독일은 법을 바탕으로 내부고발자 보호시스템이 구축되면 내부고발자는 물론 조직의 이익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개선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내부고발자 보호 방안으로는 ‘보복 금지’와 ‘입증책임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보복 금지는 내부고발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유발하는 해고 및 징계 조치, 괴롭힘, 차별, 배제, 불평등한 대우 등을 금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는 자는 5만 유로(약 7,100만원)의 과태료와 함께 내부고발자에게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 입증책임의 전환은 내부고발자가 해당 법에 따른 신고 또는 공개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해당 불이익은 앞서 언급한 ‘보복’으로 추정되며 이에 반박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람이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독일 연방법무청의 모습/사진=독일 연방법무청

독일의 포괄주의 vs 한국의 열거주의

독일에서 내부고발을 하려는 사람은 내부 또는 외부 신고사무소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조직 내에서 고발사항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효과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내부 신고사무소가 권장되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내부 신고사무소는 25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조직이라면 의무적으로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만약 내부 신고가 시정되지 않거나 보복 등 불이익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외부 신고사무소를 찾을 수 있다. 외부 신고사무소는 연방법무청, 각 주의 외부 신고사무소, 연방금융감독원, 연방 카르텔감독청 등에 설치된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독일이 내부고발의 범위를 규정하는 방식이다. 독일의 내부고발자 보호법은 구체적인 법령명을 제시하는 열거방식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장 등에 관련된 기준 등이 포함된 법령의 내용을 서술한 포괄방식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입법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내부고발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없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별표에서 471건의 법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열거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471건의 법령에는 탈세, 횡령, 배임 같은 기업의 범죄 고발은 모두 빠져 있어 내부고발자가 기업 비리를 고발해도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업무상 기밀 유출이나 횡령 등으로 피소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들 내부고발자는 신분보장, 형사책임 감면 등을 전혀 기대할 수 없고, 결국 법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는 셈이다.

법을 토대로 내부고발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돕고 그들을 보호하는 일이 종국에는 공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내실을 다진 독일의 입법례는 우리나라의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입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내부고발자는 깨끗한 사회풍토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내부고발을 통해 도모할 수 있는 공익과 내부고발자의 사익 보호가 동시에 보장될 수 있도록 일원화된 입법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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