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경기 침체에, 중국에서도 ‘철밥통 공무원’ 열풍
올해 중국 국가공무원 평균 경쟁률 77:1 달해 취업난 겪는 중국 젊은 세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개선 더딘 탓 업무 부담 높고 급여는 낮은 중국 공무원, 입사해도 후회막심
2023년 중국의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다. 3,6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하는 직위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와 실업난으로 인해 중국 젊은 세대의 공무원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역대급 응시자 몰린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27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6일 2024년도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궈카오·國考) 응시자 수는 300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원서 마감 직후 현지 언론이 잠정 집계했던 291만3,000명보다 12만 명 늘어난 수치로, 260만 명이 응시했던 작년과 비교했을 때 16.7%가량 증가했다.
이번 국가공무원 시험 선발 인원이 3만9,600명인 것을 감안할 때 평균 경쟁률은 77대 1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인원은 작년보다 2,500명 늘었지만, 응시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70대 1이었던 작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직종의 평균 경쟁률은 1,700대 1을 넘어섰다. 일례로 지원 자격이 석사 학위 이상으로 제한된 국가통계국 닝샤자치구 조사총대(總隊) 업무처의 1급 주임급 자리는 1명을 선발하지만 3,572명이 지원했다.
불안한 중국 경제에 공무원 선호도 높지만, 만족도는 낮아
현지 전문가들은 공무원 시험의 높은 경쟁률이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취업난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중국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화투교육연구원의 류여우전 연구원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하지 못했거나 빅테크와 사교육 업체들의 대규모 감원에 따른 실직자들이 궈카오에 대거 응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도 공무원 열풍의 원인으로 꼽혔다. 올해 상반기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2%에서 지난달에 5%로 낮췄다. 여기에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달 초 미·중 관계 전문 자문업체 로듐그룹의 대니얼 로젠 공동 창업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 부동산 문제에 부채 위기를 겪는 지방정부,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인한 수출 제약까지 감안할 때,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IMF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처럼 불안한 내부 경제 사정과 취업난 등으로 인해 중국 청년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입사 후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NYT) 중국어판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으로 입사한 중국 젊은 세대들이 업무 부담과 급여 삭감으로 인해 후회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하며 지방정부들의 재정이 악화되자 일부 지역에선 재정 건전성을 높인단 명목으로 공무원 급여를 대폭 줄였다. 상하이는 고위 공무원 연봉이 기존 35만 위안(약 6,400만원)에서 지난해 20만 위안(약 3,600만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일반직군 공무원 연봉도 기존 24만 위안(약 4,300만원)에서 15만 위안(약 2,700만원)으로 감소했다.
베이징시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에이미 류는 실제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조되고 있는 공산당 역사 학습, 선전부가 조직한 이데올로기 강의, 사정 부문의 법과 기율 학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역시 “공무원들은 중국 명절 기간에도 휴가는커녕 회의에 참석하고, 시민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마을을 조사·감독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