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왔다” 수험생 유혹하는 초고가 입시 컨설팅, 정부가 나섰지만 실효성은 ‘글쎄’
교육부, 12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단속 나선다 매년 단속해도 매년 나타나는 불법 입시 컨설팅 학원, 처벌 미약한 탓 경쟁 유발하는 현 대입 체계가 근본 원인, 개편 필요하단 목소리도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평가받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대입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입시 컨설팅 학원이 교습비 상한선을 넘는 고액의 컨설팅 비용을 받는가 하면 교습 신고 없이 무허가 운영을 하는 등 업체 신뢰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컨설팅 학원의 편·불법 영업에 대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정시 모집 기간 편·불법 학원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교육부, 불법 입시 컨설팅 근절한다
지난 11일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과 함께 12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불법 입시 상담·교습비 초과 징수에 대해 특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먼저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에 ‘진학 상담지도 교습 과정’으로 등록한 학원을 대상으로 ▲교습비 초과 징수 여부 ▲허위 광고 여부 ▲학원 종사자의 입학사정관 경력 허위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재 각 교육지원청은 학원비가 지나치게 비싸지지 않도록 분당 교습단가 상한가를 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관할하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입시 컨설팅 교습비 상한가를 1분당 5,000원으로 정했다. 즉 한 시간에 30만원이 최대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입시 컨설팅비는 한 시간에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 진로·진학 컨설팅에 참여한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평균 10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1∼2회 컨설팅에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장 교사 중심의 공공 입시 상담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공교육의 입시 상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입 상담 센터 예산을 올해 27억원에서 내년 45억원으로 확대하고, 상담교사단을 확충해 다양한 진로·진학 관련 자료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최근 고물가로 많은 국민들이 힘든 와중에 일부 사교육업체가 대학 모집 시기에 불법으로 고액 입시 상담을 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과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공공 입시 상담은 강화하고 불법 고액 입시 상담은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제기된 고액 입시 컨설팅 문제, 실상은 “자리 없어서 못 받아”
교습비 상한선을 넘는 고액의 불법 입시 컨설팅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공정한 대학입시를 위해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불법 입시 컨설팅 척결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의 한 입시 컨설팅 학원은 입학사정관 출신 선생님이 1년 단위로 학생을 케어하는 비용으로 총 5,000만원을 요구한 사실이 적발돼 교육 당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심지어 해당 학원은 시도교육청에 등록하지 않고 입시 컨설팅을 운영한 사실이 밝혀져 이중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4년 전인 2015년에도 있었다. 당시 비영리 교육 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에 따르면 강남 지역 컨설팅 프로그램 65.2%가 분당 교육비 5,000원 상한을 위반하고 불법 진학지도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부모들의 심리가 이 같은 불법 시스템을 계속해서 양산한단 점이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대입 제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일반 가정에서 모든 부분을 다 알기 힘들고, 학교 담임 선생님도 한 반에 수많은 학생이 있는 만큼 학생을 전부 신경 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 입시 컨설팅을 선택했다”며 “1시간 상담에 수십만원을 쓰는 게 부담스럽지만 자녀 일생에 한 번뿐인 시기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지원해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치동의 한 입시 컨설팅 학원 관계자 역시 “학부모들은 비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녀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며 “잠깐의 투자로 자녀의 몇십 년 인생길이 좌우되기 때문에 자리가 없어서 상담을 못 받지, 값이 비싸서 상담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적발돼도 처벌 규정 미미해
일각에선 정부의 솜방망이 같은 처벌 기준 탓에 불법 입시 컨설팅을 뿌리 뽑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원법 제22조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에 등록하지 않고 교습학원을 운영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교습비 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는 시정명령·경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벌점을 부과한다. 문제는 입시 컨설팅 학원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벌금이 미미해 ‘행정처분’의 역할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실제로 대치동의 한 입시 컨설팅 학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불법 영업을 단속하고 벌금을 부과한다 해도, 모든 리스크보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많다”며 “걸려도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학원계에 팽배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는 역대급 불수능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안이 증가해 입시 컨설팅에 더욱 의존할 것”이라며 “교육부에서 ‘불법 입시 상담 및 교습비 초과 징수에 대한 특별 점검’을 펼친다고 발표했지만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교육 당국이 불법 영업 학원의 처벌 기준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근본적인 대입 체계 개편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입시생카페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정부에서 정말 불법 입시 컨설팅을 척결할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매년 단속을 해왔음에도 문제가 지속된다는 건 벌금이나 과태료가 아닌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단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입 여부로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는 사회적 시각이 진짜 문제”라며 “지금과 같은 경쟁적인 9등급 입시 체계가 지속되는 한 입시 컨설팅 문제는 사라질 수 없다. 대입 체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