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다고 해결되진 않는다, 저출산 해결의 열쇠는 ‘육아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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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1억원 출산장려금 지원하는 부영그룹, "세 부담 과하다" 주장
무조건 돈 쥐어주면 된다? 현금성 저출산 지원책 실효성 의문
돈으론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육아 인프라' 확충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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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차원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에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 자녀 명의로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부영그룹’의 세 부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곳곳에서 현금성 저출산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현금성 지원을 실시하기보다 육아 인프라 정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산장려금 세금 면제해달라” 부영그룹의 구상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은 직원의 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직접 제공할 경우 이는 ‘보수’로 집계된다. 소득이 증가한 직원이 높은 소득세율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직원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1억원을 지급할 경우, 직원의 세금 부담은 증여액의 10% 수준까지 줄어들게 된다. 해당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측이 세 부담을 대신 짊어지는 식이다.

부영그룹은 출산장려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 기부면세 제도’를 제안하고 나섰다. 기업이 2021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1인당 1억원 이내의 기부를 실천할 경우, 수령액에 면세 혜택을 적용해 다른 수입 금액과의 합산 과세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 기부 금액은 연말 정산 시 소득공제 대상에, 법인 기부 금액은 법인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도 짚었다.

정부 역시 출산지원금 관련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편을 진행 중이다. 손금산입 범위에 근로자 출산·양육 지원금을 추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규정에 손금산입 규모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없는 만큼, 이르면 올해부터 기업 차원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손금산입이 전면 인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장려금보다 ‘인프라 확충’이 먼저다?

2020년부터 한국의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 현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민관 전반에서는 ‘출산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출산을 기피하는 청년들이 많은 만큼, 현금성 지원을 통해 출산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금성 지원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예산에도, 지원 효과에도 뚜렷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는 출산장려금 정책의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는 2007년부터 출산지원금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둘째와 셋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출산율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지원금 규모를 늘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6년 1.8명에서 2021년 1.5명까지 줄었다.

출산장려금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전국 자치단체의 출산 장려 정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돌봄센터 △어린이회관 △공동육아 나눔터 △키즈카페 등 육아 인프라 확충의 출산율 제고 효과는 출산장려금을 비롯한 현금성 지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돈뿐만이 아니다. 결국 출산장려금의 규모와 세금 문제를 논의하기 이전에 청년들이 편안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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