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는 못 산다” 중국인 불법 이민자 급증, 원인은 경기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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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법 입국 시도' 중국인 불법 이민자 3만7,000명까지 폭증 
'제로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 기조 본격화, 중산층 자리 잃었다
부동산 침체로 국가도 가계도 휘청여, 중국에 드리운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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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구금된 중국인 이민자 수가 1년 사이 10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세관국보호국(CBP) 데이터를 인용, 지난해 미국 남부 국경에서 구금된 중국인 불법 이민자가 3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경기 침체 기조가 점차 심화하는 가운데,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중국인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힘들어서 못 살겠다” 중국 떠나는 중산층들

중국인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 밀입국하기 위해서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를 경유해 먼 길을 이동해야 하며,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국경을 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평균적으로 약 5,000달러, 중국 내 직장인들의 평균 연 소득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밖에도 경유국 내 밀입국 중개 조직에 납부할 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을 마련해야 하며, 국경을 넘는 도중 각종 안전사고 및 범죄 피해에 노출될 각오도 해야 한다.

이들이 각종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밀입국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당국이 펼친 ‘제로 코로나(봉쇄 중심 고강도 방역)’ 정책은 경기 침체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팬데믹을 거치며 수많은 중국인의 삶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했고, 특히 중산층 가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독립 금융 미디어 회사인 우샤오보 채널이 올해 발표한 ‘2023년 신중산층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산층 가정 중 11.4%의 소득이 작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10~30% 감소한 중산층 가정 비율도 28.9%에 육박했다.

실제 미국으로 향한 불법 이민자 중 상당수가 중의사, 회계사, 부동산 중개인, 회사원 등 중국 내 중산층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유한 중국인들은 굳이 힘겨운 여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중국을 떠날 여력이 부족하다”며 “중국 내에서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는 것은 결국은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짚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 시도는 삭막해진 자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국 중산층들의 ‘활로 찾기’인 셈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의 ‘후폭풍’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 봉쇄를 해제한 지난해 초, 시장 곳곳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리오프닝’ 기대가 일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 드리운 것은 봄바람이 아닌 먹구름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2분기 들어서 수출 감소, 소매 판매 정체, 기업 이익 축소 등으로 인한 침체기를 맞이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중국을 강타한 경기 침체가 당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심각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중국의 암흑기를 확정 지은 ‘결정타’는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2021년 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영문명 에버그란데)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화했다. 이후 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인 비구이위안이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몰락했으며, 원양집단·완다 등 여타 부동산 개발 업체도 줄줄이 디폴트와 유동성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 가계 자산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국가 경제와 중산층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지금과 같은 중산층의 ‘중국 탈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중국 경기가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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