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사업이 ‘경기 활성화’ 최전선, GTX 프로젝트로 ‘이목 끌기’ 나선 정부
철도 개발 소식 '속속', 전국 광역철도망 개통되나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철도 주변은 '봄바람', "정부 노림수인가" 정책 대립 이어가는 여야, 총선 앞두고 '정치 대립'으로 변질될 우려도
연초부터 전국 곳곳에서 철도 개발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권역별로 광역철도망을 깔아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단 정부의 계획이 발걸음을 내디딘 모양새다. 광범위한 철도 건설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철길이 새로 깔리는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덕이다. 철도 건설은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 최대 호재로 통하는 만큼 철도를 활용한 경기 활성화 계획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GTX 프로젝트에 집값 ‘쑥’, 정부의 노림수는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프로젝트가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1·25 교통 대책’을 통해 GTX-A·B·C노선 연장과 D·E·F노선 신설을 공식화한 바 있다. A노선은 경기 화성 동탄에서 평택까지 연장되며, 인천대입구에서 출발하는 B노선은 기존 종점인 남양주 마석을 넘어 강원 춘천까지 달리게 된다. C노선의 경우 위로는 동두천, 아래로는 충남 천안까지 연장된다. D노선 1단계(인천공항·김포 장기~하남 교산·강원 원주)와 E노선(인천공항~남양주 덕소), F노선 1단계(하남 교산~남양주 왕숙2) 등도 본격 추진해 2035년 탑승객을 맞는 게 목표다.
대통령 선거 공약과 달라진 내용도 일부 있다. 예컨대 D노선 정차역으로 광명시흥과 강동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E노선이 서울 연신내역도 지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연신내역은 A와 E노선 환승역이 됐다. ‘더블 Y’자 형태인 D노선의 왼쪽 분기점은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대장역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인 철도 계획이 발표되면서 GTX 수혜 지역의 집값은 곧장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도 홀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고양시 덕양구의 아파트 가격은 GTX 발표 직후인 1월 마지막 주 상승 전환해 4주 연속 뜀박질했다. 덕양구엔 GTX-A 대곡역과 창릉역이 지난다. 특히 지역엔 노후 아파트가 다수 분포해 있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호재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 화성(A노선)과 춘천(B노선), 여주·원주(D노선) 등도 덩달아 아파트값이 뛰어올랐다.
지방 광역철도도 ‘가시화’
철도 프로젝트는 지방에서도 속속 시행되고 있다. 당장 올해 말께엔 구미-대구-경산을 잇는 대구권 광역철도가 본격 개통할 예정이다. 해당 철도는 총연장 61.85km로, 기존 경부선 선로의 여유 용량을 활용함으로써 대구ㆍ경북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역할을 맡는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노반, 궤도, 건축, 통신ㆍ시스템 등 공사를 5월에 마무리하고 7월까지 사전 점검을 마친 후 8월부터 영업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12월 말께엔 정식 개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해당 철도가 개통되면 구미-대구-경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이 편리해지고 교통비 부담도 완화할 것”이라며 “특히 경북과 구미, 서대구, 동대구, 경산을 잇는 ‘광역권 노선’과 대구, 경북 내 광역환승제도까지 연계되면 시민들이 보다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청권에도 철도 개통 호재가 나왔다.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 구축이 정부의 광역 급행 철도 선도사업(가칭 CTX)으로 선정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철도는 대전 청사-반석역-세종 청사-오송-충북도청-청주공항까지 총 67.8km 이어진다. 운행 열차는 종전 열차 대비 속도가 더 빠른 GTX급 차량(180km/h)을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는 “해당 철도가 개통하면 대전에 이어 세종, 청주도 지하철 시대가 열리게 되는 셈”이라며 “대전-세종-청주-청주공항을 지하철 등 광역철도로 연결해 충청권 주요 거점 전반이 ’30분 생활 경제권’을 형성하게 되면 기존 버스뿐이던 대중교통 이용 패러다임이 확연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24 총선 공약 대결 쟁점 역시 ‘철도’
최근 들어 정부는 철도 사업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모양새다. 실제 국가철도공단(KR)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422건의 사업을 수행하며 총 2조1,718억원(약 16억3,000만 달러)가량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KR은 “기존 선 개량 등 철도 시스템 공사 88건 사업에 7,851억원을, 정밀진단 등 여타 189건 용역에 3,716억원을, 장비 신규 구매 발주 등 145건 구매에 1조151억원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엔 철도망 확충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철도 사업을 중심으로 경제 촉진 효과를 노림으로써 전국 철도망 확충과 경기 침체 회복을 함께 겨냥하겠단 취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선을 앞두고 여야 공약 경쟁이 가열되는 지점도 철도 사업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일 전일 전국 주요 도시의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을 환승 거점·중심업무지구·유통거점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총선 4호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당 입장에서 총선 험지인 수원을 방문해 이 같은 공약을 발표했는데, 이는 도심 철도 때문에 서수원과 동수원으로 나뉜 현장을 살펴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철도를 지하화하는 것이 수원의 동서 간의 격차, 의도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고착화된 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이 부분을 반드시 해내서 수원 시민들의 그동안의 숙원과 수원 시민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겪어왔던 이런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의 지하화 공약 발표가 있은 지 단 하루 만에 구로구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와 광역급행철도(GTX), 도시철도의 도심구간을 예외 없이 지하화하고 지상 부지는 랜드마크로 통합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하화를 계획한 실제 구간도 제시했다. 수도권의 구로역-인천역 구간, 부산의 하명-가야-부산역 구간 등 지하화 예정 계획은 전국에 걸쳐 있다. 다만 문제는 여야가 대립관계를 이루고 있음에도 결국 정책 자체는 ‘지상 철도의 지하화 및 상부 공간 개발’로 골자가 같다는 점이다. 결국 ‘정책적 대화’보단 총선을 위한 ‘정치적 대화’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철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마저 덩달아 반감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