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의 ‘소다자주의’에 대응하는 호주와 일본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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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일본, 공동의 안보·경제 목표 달성 위해 소다자주의 채택
실제로는 중국의 영향력 확장 견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평가
개발도상국 등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하기 위한 전략 모색해야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호주와 일본과 같은 중견국들은 공동의 안보·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정부가 추구하는 소다자주의는 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응책이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과의 소다자주의를 구성하고 있는지, 또 중국의 접근방식이 호주와 일본의 소다자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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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안보 중심의 소다자주의, 개도국에 매력적이지 않아

소다자주의는 소수의 국가들이 다자간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비공식적이고 유연하며 특정 현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호주와 일본의 소다자주의는 거버넌스와 경제시스템의 요소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강력한 안보 동맹의 성격이 강하다. 즉 중견국의 소다자주의는 UN(국제연합)이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달리 전 세계의 빈곤 문제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는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외교전략이 아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 뿐만 아니라 인도, 브라질 등 남반구의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에서 소다자주의적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의 소다자주의가 중국을 견제하고 개발도상국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안보 현안을 넘어 개발도상국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단은 ‘푸른태평양동반자(Partners in the Blue Pacific, PBP)’ 이니셔티브가 가장 확실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출범한 PBP는 태평양 도서 국가와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 협력체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도로 출범한 이 협력체는 사실상 중국이 태평양 일대에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PBP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퍼시픽스텝업(Pacific Step up), 퍼시픽본드(Pacific Bond) 등 기존 국가 정책과 다자간 이니셔티브를 연계해 보다 광범위한 소다자주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 중심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 왔던 중국은 일본과 호주가 추구하는 소다자주의에 대해서도 적대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중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대해 “나토(NATO)와 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인도-태평양의 갱단에 불과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간과된 사실 중 하나는 중국이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수십년간 소다자주의를 채택해 왔다는 것이다. 일련의 외교적 사건을 살펴보면 그동안 중국이 안보와 경제 네트워크, 비공식적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형태의 다자간 협력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90년대 이후 중앙아시아 등 소다자 협력 강화

근래 들어 미국과 그 협력국들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소다자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은 훨씬 이전인 1990년대부터 소다자주의적 관점에서 외교적 실험을 해왔다. 1990년대에는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에 나섰다. 지난 1996년 중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4개국과 국경지대의 군사적 신뢰 강화를 위한 다자간 협략인 ‘상하이 파이브(Shanghai Five)’를 결성했다. 상하이 파이브는 5년 후인 2001년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로 발전했고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지역의 경제·안보 협력기구로 진화했다. 지난해에는 이란의 가입을 승인하면서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 경제의 리더로 성장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해나갔다. 1999년 마닐라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3(ASEAN+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의 조찬 회동이 성사됐다. 이를 계기로 같은해 도쿄와 서울에서 처음으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됐고 이듬해인 2000년부터는 3국간 정상 회동이 정례화됐다. 특히 2003년 정상회담에서는 사상 최초로 3국 협력에 관한 공동문서인 ‘3국 협력 증진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이후 한·중·일 협력의 제도화에 진전이 이루어지면서 2011년, ‘동아시아 지역의 지속적 평화와 공동번영, 공통의 문화비전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협력 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 TSC)’이 출범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대안으로 브릭스(BRICs)를 창설하며 남반구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2009년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는 4개국의 앞글자를 딴 브릭스를 창설했다. 이듬해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입하면서 14년간 5개국간의 협력체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브릭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설립 14년만에 중대 전기를 맞았다. 특히 새롭게 참여한 6개국 외에도 인도네시아·튀르키예 등 22개국이 공식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활동 방향에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의 범위·영역·수준 등 다양한 다층적 접근 채택

호주와 일본이 주로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동맹에 기반한 접근법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양자간 혹은 다자간 협약에 기반한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접근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소다자주의 이니셔티브를 구동하고자 노력해 왔다. 즉 중국이 추구하는 특색있는 소다자주의는 안보 동맹, 경제 네트워크, 비공식 협력체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때로는 각각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브릭스는 중국의 소다자주의가 경제에서 안보 분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출범 당시 브릭스는 ‘불간섭과 평등, 상호 이익(non-interference, equality, and mutual benefit)’의 원칙하에 경제 거버넌스에 초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안보 거버넌스로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최근 국제 테러리즘, 핵 확산, 세계 질서의 변화 등 글로벌 안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형 소다자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의 전략은 협력망을 확장하기 위해 양자간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일반적으로 중요도에 따라 분류된다. 여기에는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 파키스탄과의 ‘전천후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All-Weather 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 이외에도 여러 국가와 체결한 CSP이 포함된다. 이같은 양자간 파트너십은 미국의 압력에 대한 대응, 국경의 평화와 안정 유지, 산업과 경제시스템의 현대화라는 장기 목표 달성 등을 목적으로 체결·발전해 왔으며 이는 소다자 혹은 다자기구의 출범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현재 경제 협력의 측면에서 가장 확실한 후보로는 지난 2016년 출범한 ‘메콩-랑캉 협력(Mekong-Lancang Cooperation, MLC)’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UN의 SDGs와 관련해 메콩강 유역의 공동개발과 지속가능한 수자원 개발·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MLC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 등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협의체와 긴밀히 연계돼 있으며 때로는 양자간 협정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거버넌스과 비전통적 안보 협력의 최상위 협령망에 위치한다.

최근에는 안보·인도적 지원으로 협력 범위 확대 추세

중국이 추진하는 비공식적인 형태의 소다자주의 그룹에는 UN 내 우방국과의 교류가 포함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21년 열린 UN 정기총회에서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지속가능발전 2030 의제(SDGs 2030 Agenda)’의 이행을 목표로 새로운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로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GDI의 기조에 따라 양자간 혹은 다자간 합의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안정과 재건을 위해 추진하는 중국·파키스탄·미국·아프가니스탄의 4자 회담(Quadrilateral Coordination Group, QCG)이나 러시아·중국·파키스탄 3자 대화(Russia–China–Pakistan Trilateral Dialogue) 등 국제 분쟁을 중재하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호주와 일본이 안보 중심의 소다자주의를 추진하는 데 반해 중국은 지정학적 협력과 거버넌스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실제 중국은 소다자주의를 양자간 혹은 다자간, 지역내 혹은 지역간 하위의 협정이 중첩되고 상호 연동되는 복잡한 그물망의 형태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인식 하에 지역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소다자주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소다자주의는 미국과 그 동맹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입장을 드러내기 보다는 개발도상국의 개발 협력 수요를 지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다. 나아가 이제는 브릭스나 MLC의 사례처럼 협력의 범위를 안보의 문제로 확대하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호주와 일본이 중국을 성공적으로 견제하고 나아가 아시아의 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면 소다자주의 운영방식과 영역을 확대하고 의제와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문은 호주-일본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으며 히로노 미와, 데이비드 엔벌, 하타케야마 교코, 토마스 윌킨스가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주저자인 히로노 미와(Miwa Hirono)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Ritsumeikan University) 글로벌 리버럴아츠 컬리지 부학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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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노 미와/사진=Ritsumeikan University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엔벌(David Envall)은 호주국립대학교(ANU) 아시아태평양대학원 국제학과 연구원이자 라트로브대학교(La Trobe University)의 겸임 연구원이며, 하타케야마 교코(Kyoko Hatakeyama)는 니가타현립대학교(University of Niigata Prefecture) 국제지역개발 대학원 국제관계학과 교수입니다. 마지막으로 토마스 윌킨스(Thomas Wilkins)는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부교수이자 호주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ASPI)와 일본국제문제연구소(Jap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 JIIA) 선임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Australia and Japan can boost minilateralism to counter Chinese influenc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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