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K-문화’에 열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트렌드 놓친 지역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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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면 뷰티·패션·음식" 관광 수요 변화 감지
20년 전에 멈춰선 지역관광, 시장 변화 속 침체 기조
무작정 '대규모 개발' 시도하는 정부, 정책 실효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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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뷰티·패션·음식 등 ‘한류 문화’가 관광 시장 내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다. 14일 서울경제진흥원(SBI)은 지난해 인플루언서 박람회 ‘2023 서울콘’에 참가한 국내외 인플루언서 332명(5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각국 인플루언서들의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을 조명했다. 문화 관련 인프라가 발전한 서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 수요가 밀집되는 가운데, 관광 시장 변화의 흐름을 놓친 지방 관광 시장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한류 문화 체험’ 선호하는 젊은 관광객들

SBI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64명의 해외 인플루언서들 중 57.3%는 ‘서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뷰티‧패션을 꼽았다. 이어 음식(40.2%), 한류 문화(38.4%), 쇼핑(25.6%), 다양한 즐길거리(22.6%) 순이었다. 서울 내 방문지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경험으로도 ‘쇼핑(46.2%)’과 ‘음식(45.6%)’이 꼽혔다. 전통적 관광 상품인 궁·왕릉·종묘 등 문화재는 사실상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서울은 외국인 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으로, 한국 관광 산업의 흐름을 판가름하는 일종의 잣대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실제 한국 여행 중 서울에 방문한 외래 관광객 비중은 전체 중 85.1%에 달한다(2022년 12월 기준). 뷰티‧패션·음식 등 다양한 한류 문화의 체험이 한국 관광산업 전반의 새로운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업계는 이 같은 관광 시장 변화의 원인으로 수요층의 변화를 지목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며 관광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1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래 관광객 1,103만 명 중 35.6%(393만 명)가 30세 이하였다. 온라인 환경을 중심으로 한류 문화가 인기를 끌며 젊은 관광객 수요를 끌어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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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호/사진=장성군

“너무 낡았다” 무너지는 지역 관광

서울을 중심으로 ‘문화 관광’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의 관광 지원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으로 예산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대한민국 관광수출 혁신전략’에 포함된 ‘지역(로컬) 콘텐츠로 지역관광 플러스’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지방의 관광 상품은 젊은 외국인 관광객이 기대하는 ‘K-문화’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관광지의 경우 수십 년 전 지정된 이후 발전 없이 멈춰 선 경우가 대다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정된 지 20년이 넘는 국내 관광지는 159개소로, 전체(228개소)의 약 70%에 달한다. 관광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대다수의 지방 관광지는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으며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관광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침체 기조는 차후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 부족 역시 지역관광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국제선을 운행하는 공항은 8개뿐이다. 대다수 지방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대다수 외국인 관광객은 쇠퇴한 지역 관광지 대신 관광 상품과 편의 시설이 밀집된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역관광 시장의 쇠퇴는 결국 △교통망 미비 △관광지 노후화 △관광 트렌드의 변화 △수도권-지방 양극화 등 구조적 한계가 낳은 폐단인 셈이다.

정부의 지역관광 지원책, 그 실효성은

‘지역(로컬) 콘텐츠로 지역관광 플러스’ 전략은 정부가 쇠퇴한 지역관광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대규모 지역관광 기반 시설을 늘리고, 중앙-지방 거버넌스를 강화해 지방 관광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진행될 장기 프로젝트인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17개 시도가 함께 지역관광 진흥방안을 논의하는 ‘지역관광전략회의’를 신설하는 등 지역관광 상품 개발 및 홍보 마케팅을 강화한다. K-미식벨트, 지역 대표 축제, 체류 관광 등을 적극 육성해 지방 지역의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근본적인 시장 구조 문제는 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다수 지방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문화적 매력을 갖추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의 흐름과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이전과 같은 형태의 대규모 개발을 단행할 경우, 정부의 관광 지원 사업은 일시적인 ‘흥미 유발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지방 관광 시장을 장기간 부양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다.

외국인 관광객은 더 이상 특산물을 앞세운 지역 축제, 출렁다리 등 낡은 관광 상품을 찾지 않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역관광 시장이 ‘문화적 체험’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때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각 지역의 특색과 음식·한류 문화·쇼핑 등 현재 관광 트렌드를 결합, 젊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 상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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