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시안컵 4강 탈락, 올림픽 축구 예선 탈락으로 본 Z세대에 적절한 노동 환경

160X600_GIAI_AIDSNote
Z세대의 개인 중시 탓에 기업 방식 조직 활동 능력 크게 떨어져
업무 역량 및 집중도 낮은 데다 직장 생활 만족도도 낮은 편
조직 활동 강요보다 개인 업무 위주로 기존 노동 시스템 개편해야

지난 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강인 선수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에게 무례한 언사를 내뱉고 몸을 밀친 탓에 손흥민 선수가 손가락 부상을 입었고, 이는 결국 경기력에 영향을 줘 패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여론이 들끓었고, 이강인 선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뒤늦게 유럽 현지에서 손흥민 선수를 찾아가 사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이강인 선수를 향한 여론은 차갑다.

지난 25일, U-23으로 구성된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졸전 끝에 승부차기까지 밀려났고, 결국 패배했다. 이로 인해 이번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한국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을 볼 수 없다. 40년 만의 본선 탈락이다. 축구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올림픽 출천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사례가 크게 늘면서 48년 만에 하계올림픽 참여 인원이 2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OK_Zoomer
사진=Amazon.com

Z세대의 또 다른 별명, ‘Zoomer’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을 묶어 ‘MZ세대’라는 표현을 쓴다. 그간 대략 1996년을 경계로 구분되는 M세대(Millennial 세대)와 Z세대(Generation Z)의 명확한 차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지만, 대체로 Z세대가 좀 더 성취욕구가 떨어지고, 비트코인과 같은 일확천금 문화에 더 집착한다는 비판은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부분이다.

한때 M세대들은 앞선 1950~60년대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를 ‘부머(Boomer)’라고 조롱했다. 사소한 인터넷 프로그램 하나도 제대로 쓸 줄 모름에도 M세대들이 가지지 못한 집, 자동차 등의 고가 자산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데다, 직장에서도 고액 연봉을 받으며 직장 상사로 군림하는 모습이 굉장히 불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PDF 파일 하나도 못 여는 부장님의 독수리 타법을 봐야 된다’는 불평은 2000년대 초중반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M세대들 사이에 공유된 불평불만 중 하나다.

이같은 불만은 최근 Z세대를 대상으로도 고조되는 추세다. M세대들은 기존 베이비 붐 세대들에게 썼던 표현을 빌려 Z세대를 ‘주머(Zoomer)’라고 비웃는다. 2000년대 초반, 초등학교 방학 기간이 되면 온라인 게임 서버에서 온갖 괴랄한 행동 양태가 보일 때마다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됐다’는 농담이 돌았는데 이제 그 세대가 직장인이 되고, 소비자가 되면서 표현 방식이 좀 더 공식화된 것이다.

M세대와 Z세대의 분쟁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이후부터 대학 생활과 직장 생활을 경험한 M세대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 왔다. 그 앞 세대들은 취직하는 것보다 장사를 해서 큰 돈을 벌어야 된다는 사고방식이 강했고, 공무원이 되는 것은 부끄러운 선택이었다. 반면 M세대들에게 공무원은 최고의 직장으로 인정받게 됐고,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앞 세대가 5급 공무원에 합격한 것 이상의 시기·질투를 받기도 했다.

인구학자들은 Z세대들과 M세대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도 M세대와 달리 Z세대는 10대에 성적 문란함, 마약 중독 등의 문제를 크게 일으키지 않는 세대로 인식된다. 기성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자신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크게 받고, ‘나의 만족을 위한 나에게 맞는 방식의 삶’을 찾는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졸전에서 나타났듯이, Z세대의 ‘자기 만족’ 성향은 집단 중심의 활동에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이 최근 Z세대를 채용했던 기업인들의 불만이다. M세대도 직전 세대와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Z세대와의 세대 갈등은 조직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큰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Generation-Z_PE_20240426

Z세대에 대한 차가운 시선

대다수 기업 CEO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자신의 업무 중 가장 큰 일을 인사관리라고 답한다. 특히 직원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어떻게 끌어안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느냐가 조직 운영의 핵심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이비 부머 세대와 M세대를 같은 공간에 놓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는 불평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생존과 성장이 직원의 성장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까지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강인 선수가 전체 회의를 하건 말건 자신은 탁구를 쳐야겠다며 조직 행동을 거부했던 것과 더불어, 이번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의 주포 이영준 선수의 퇴장 사건은 조직과 별개의 개인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Z세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나의 만족을 위한 나에게 맞는 방식의 삶’에 있어 조직을 망가뜨리는지 여부는 관심사가 아닌 것이다.

이는 비단 축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까지만 해도 가장 인기 있던 스포츠였던 야구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2020년 도쿄올림픽 노메달 등의 수모를 겪으며 인기 스포츠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주력 선수단이 M세대에서 Z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중인 상태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선수들만 남았다는 혹평이 야구인들 사이에서 회자된지도 오래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WBC에서 또다시 1라운드 탈락 후 귀국하자,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 상황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을 정도다.

Z세대와 일하는 방법은 기존 시스템의 파괴적 혁신에서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회사 업무 시간에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왜 안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부터 “업무 중인 모니터 위에 스마트폰을 놓고 코인 거래 화면을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봐야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등의 불평을 내놓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 위주로 정보 습득이 이뤄지는 탓에 제대로 된 보고서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신입사원 교육에 글 쓰기 교육을 넣은 기업도 생겼을 정도다.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언론사들이 기자를 정규직,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대신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어차피 Z세대들은 지시받은 내용 이외에는 업무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4대보험, 노동3법 등의 보호를 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Z세대 직원들도 4대보험보다 3.3% 사업소득세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프리랜서인 만큼 계약한 내용만 전달하면 되니 따로 지적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의 구직정보업체 레주메 빌더닷컴이 기업 관리자 1,34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Z세대와 일하기 힘든 이유로 ▲전문 지식 부족 39%, ▲업무 의욕 부족 37%, ▲생산성 부족 37%, ▲산만한 근무 태도 36%, ▲의사소통 능력 부족 36%를 꼽았다.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답한 비율도 베이비 부머, X세대, M세대, Z세대 중 Z세대가 가장 높았다. 회사가 교육 비용을 비롯한 제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인 시대가 온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