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건축물에 특혜 방안 제시한 성동구, 색채 중심으로 지역 특색 강화한다
2030 중심으로 핫플레이스 된 성동구 성수 준공업지역, 본격 정비 착수
실용성 위주로 진행됐던 지구단위계획, 이제는 특색 살리기에도 '방점'
주요 전략은 '붉은 벽돌', 10년 전 혁신도시 색채 계획 되살리는 계기 되나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성수·뚝섬역 일대 성수 준공업지역 건축물 높이 제한이 최대 120m까지 완화된다. 용적률은 1.2배까지 더 주어질 전망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붉은 벽돌을 활용한 건축물에 대해선 건폐율을 최대 10%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성수 준공업지역 지구단위계획 주민 열람 실시
7일 성동구는 이달 10일부터 2주간 ‘성수 준공업지역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한 주민 열람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성수동 1·2가 일대 158만3,881㎡ 규모 준공업지역이다. 바로 옆인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성수IT산업개발진흥지구를 제외한 성수동 대부분이 이곳에 해당된다.
지구단위계획은 보통 지역 전반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으로 불린다.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앞으로 이곳 노후 건물을 개발할 때 용적률을 1.2배 완화 받을 길이 열린다. 준공업지역 법적 상한용적률이 400%니 1.2배 하면 480%까지 가능하다. 최고 높이도 구역에 따라 84m~120m까지 풀어줘 규모 있는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임대료 안정협약을 맺어 기존 임차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줄여야 한다. IT 기업을 위한 공간 등 권장 용도를 확보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개공지를 계획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용적률을 480%까지 쓸 수 있다. 동시에 실내 공개공지를 조성하거나 문화시설을 도입해야 하기도 한다. 뚝섬역 일부 지역은 소규모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계획에 포함했다.
용적률은 향후 추가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IT산업개발진흥지구를 성수 준공업지역 전체로 확장하는 계획이 별도로 공고됐기 때문이다. 진흥지구로 지정되면 IT기업이나 스타트업, 연구개발(R&D) 공간을 만들 때 용적률을 최대 1.2배 완화 받을 수 있다. 지구단위계획 규제 완화와 진흥지구 지정 혜택이 중복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적률을 1.2배 완화 받고, 진흥지구를 통해 추가로 용적률을 1.2배 더 받을 수 있다. 각각 받게 되는 것”이라며 “최대 용적률을 56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핫플레이스’ 준공업지역, 붉은색으로 특색 살린다
이처럼 성동구가 성수 준공업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정비하고 나선 건 주변부에 대형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삼표레미콘 공장용지를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바꾸는 계획,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를 초고층으로 재개발하는 계획, 성수 이마트 본사를 게임업체 크래프톤 타운으로 탈바꿈하는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인근의 변화를 고려해 성수 준공업지역도 계획적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준공업지역 자체가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단 점도 지구단위계획에 힘을 실었다. 해당 지역은 10년 전만 해도 낡은 공장이 밀집한 노후 지역이었으나, 공장이 카페와 음식점으로 리모델링되면서 최근엔 2030세대가 주목하는 상권이 됐다. 젊은층이 몰리자 지식산업센터, 공유 오피스, IT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등이 속속 입주하기 시작했고, 성동구는 이를 고려해 지구단위계획의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성동구는 상권 활성화의 주역인 2030세대의 시선을 끌기 위해 지역 특색 살리기에도 사력을 다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붉은 벽돌 건축물에 대한 특혜 방안이다. 성동구는 이번 계획에 붉은 벽돌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건폐율을 최대 1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당초 종전까지의 지구단위계획은 첨단산업 육성, 기부채납 등을 중심으로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는 형태가 많았다. 지난 2021년 성동구에서 진행된 ‘성수IT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지구단위계획’ 또한 IT·R&D 관련 업종에 대한 용적률 완화 방안을 제시했을 뿐 색상 등을 통해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 방식은 활용한 바가 없다. 성수 준공업지역 지구단위계획은 한국의 도시개발계획 기조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전문가들의 언급이 나온다.
10년 전 흐지부지됐던 색채 계획, 성동구가 부활 알릴까
사실 혁신도시 건물에 지역만의 특색 있는 색을 입히겠단 계획은 10년 전부터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가 추진해 온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2년 혁신도시 별 건축물의 색채 선정을 위해 ‘혁신도시 건축물 색채 선정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하얀 외벽으로 유명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처럼 건축물의 색채를 통일시켜 도시 미관을 살리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혁신도시 내 건축물에 대한 색채 차별화를 통해 외국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지역 특성을 품은 아름다운 도시로 조성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역의 관광산업을 촉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다만 혁신도시 색채 계획은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됐다. 특정 색을 입히는 것만으로 독특한 경관을 자아내는 건 어려운 데다, 말 그대로 ‘색’만 입히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행정이 반복되면서 큰 효용을 보지 못한 것이다. 성동구가 이번 지구단위계획 정비를 통해 이전 행정의 실패를 덮고 붉은 벽돌을 지역적 특색으로써 성공적으로 개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