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공사비 ‘1,000만원’, 주택가격 상승에 공급까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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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
지방도 평당 공사비 1,000만원 넘는 사례 등장
분양가도 평당 1억원 넘어, 고분양가 논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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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정비사업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사의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서울에서는 1,000만원이 넘어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까지 속출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 1년 만에 24%↑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3월 기준 3.3㎡당 3,801만원으로 1년 전 3,067만원과 비교해 24% 증가했다. 수도권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전년 대비 18% 오른 2,597만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의 분양가 인상이 공사비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급 문제가 생기면서 공사비는 최근 3년 사이 28.9% 상승했다. 주요 건설자재별 가격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시멘트는 42%, 골재 36%, 레미콘 32% 상승했다

서울의 공사비는 일찌감치 3.3㎡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과의 계약에서 공사비를 3.3㎡당 1,3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7년 전 공사비 569만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으로 정비사업 중 역대 최고가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3.3㎡당 1,070만원에 수주했다.

비수도권에서도 공사비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 부산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 4구역 재개발 조합과의 협상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비를 3.3㎡당 1,126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6년 계약한 공사비 449만원에서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부산시가 인상된 금액을 승인할 경우, 지방에도 1,000만원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공사비도 당초 1,500억원에서 5,4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는 사례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말 총회를 열고 GS건설과 3.3㎡당 평균 1,137만5,000만원의 공사비 안건을 확정했다. 당초 책정된 공사비는 3.3㎡당 687만원이었지만,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해 GS건설이 830만원으로 증액을 요청했고 조합 측이 대형 평형 위주의 고급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최종적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해당 아파트는 일반분양 29가구가 예정된 단지로 현재 공사비를 반영하면 분양가는 3.3㎡당 1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 올라 분양가 상승, 미분양 속출 ‘악순환’

공사비 급증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미분양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를 3.3㎡당 평균 3,350만원을 책정한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118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해당 아파트의 전용면적은 84㎡형으로 분양가가 12억∼14억원 선에서 책정됐는데 같은 해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의 동일 평형 최고가 10억9,900만원과 비교할 때 2억~4억원가량 비싼 것이 미분양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상도11구역 재개발 아파트)’도 여러 차례 청약 시도에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분양 당시 전용 84㎡형 분양가를 최고 13억9,3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인근 역세권 신축 단지인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비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고분양가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분양가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집값이 분양가 이상 오를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일례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은 2022년 말 분양 당시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899가구가 미분양됐지만 현재는 분양가 13억원이던 전용 84㎡형이 20억원 중반대에서 거래되며 이른바 ‘로또 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뉴타운 등 신흥 주거지를 중심으로 분양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방화뉴타운 방화5구역 재건축 조합은 정기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면서 84㎡형 분양가를 11억900만~12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방화뉴타운 유일 분양 단지인 ‘방화6구역(강서 센트럴 아이파크)’의 같은 평형 분양가 8억7,9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주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둔촌동의 경우 전용 84㎡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이 2.3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동구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0.61%와 0.65% 오른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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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 시공사 못 찾아, 공급에도 영향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가파른 분양가를 낮출 뾰족한 묘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제도적 장치 마련도 쉽지 않은 데다 그렇다고 조합원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의 추이를 봐도 한 번 올라간 공사비는 떨어지지 않았다. 원가는 금리와 달리 정책적으로 조정이 어려운 상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초반부터 발표된 건설공사비지수를 보면 내리막 없이 지속 오름세를 보인다.

공사비 급등은 사업성을 따지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의 참여를 어렵게 한다. 이미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공사비에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사례도 늘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해 3.3㎡당 92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응찰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 남영동업무지구 제2구역 재개발 조합은 올해 2월 3.3㎡당 1,070만원을 공사비로 제시했고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로1구역 제10지구 재개발 조합은 최근 공사비를 3.3㎡당 1,050만원까지 올렸지만 역시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 전반의 공급에 영향을 미쳐 토지가 싼 지방으로 갈수록 신축이 어려워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는 분양가 중 공사비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이는 서울 아파트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 담보력이 약한 지방 사업장은 분양이 안 되면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고밀도 지역, 다시 말해 용적률이 높은 상업지역·준주거지역도 신축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고층화, 대형화할수록 안전 기준 강화에 따른 구조 보강, 자재, 설비 증가가 필요하고 공사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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