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분증 시대 본격화, 금융사 vs 빅테크 주도권 경쟁 예고
올해 12월부터 모바일 주민등록증 도입
주민등록증 보유자 '4,400명' 유입 기대
국민·농협銀 포함 민간사업자 5곳 선정
행정안전부가 모바일 신분증 민간사업자를 선정했다. 모바일 신분증은 단순히 본인 확인 기능을 넘어 실물 신분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모바일 신분증 사업을 영위함으로써 자사가 보유한 금융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여러 기능을 통합한 ‘슈퍼앱’으로의 도약을 꾀하는 금융권과 포털과 메신저를 기반으로 금융사업을 확장 중인 빅테크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면허증에서 주민등록증까지, 모바일 신분증 시대 열린다
12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2024년 모바일 신분증 민간 개방 사업’ 참여사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네이버, 카카오·카카오뱅크 컨소시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5곳을 선정했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금융사업을 영위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양분화된 모양새다. 선정된 기업들은 연내 시스템을 마련하고 적합성 평가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은 실물 신분증의 효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사업으로 현재 운전면허증과 국가보훈등록증이 모바일로 제공되고 있다. 다만 별도의 정부 앱 다운로드가 필요해 이용률이 낮은 점이 지적되면서 지난 3월 행정안전부는 민간사업자 개방에 앞서 지난 3월 시범 사업으로 삼성전자(삼성월렛)에 운전면허증, 국가보훈증을 싣도록 허용했다. 올해 12월 27일부터는 17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2023년 12월 기준 17세 이상 주민등록증 소지자는 4,427만 명으로 주민등록증에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되면 실물 주민등록증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휴대전화에 저장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실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사람이 희망하는 경우 주민센터를 방문해 본인 확인을 거친 후 발급 수수료 없이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금융사 ‘모바일 신분증’ 사업 진출, 플랫폼 영향력 확대 전략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금융사가 모바일 신분증 사업에 가세한 배경에는 모바일 신분증의 수요를 흡수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MAU(월간활성이용자)를 높여 자사 모바일 앱의 영향력과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삼성전자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개시와 함께 기존 삼성페이를 삼성월렛으로 전환했는데 출시 20일 만에 이용자의 70%가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페이 전체 이용자가 1,700만 명임을 고려하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도입과 1,190만 명의 이용자가 활성화된 셈이다.
은행권 슈퍼앱 1위를 수성 중인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국민지갑’을 국내 대표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로 키울 계획이다. 국민지갑은 신분·증명·결제 등 실물 지갑을 대체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KB스타뱅킹 앱 내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기능이다. 향후 모바일 신분증까지 탑재해 은행 업무는 물론 관공서, 공항, 의료기관 등에서 국민지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앱 기능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NH농협은행은 계열사 통합 금융앱인 ‘NH올원뱅크’를 통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올해까지 하나의 앱으로 모든 금융 경험을 가능케 할 ‘풀뱅킹(Full Banking)’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농협금융 영업점을 통해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소외계층에도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활용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토스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도 모바일 신분증을 연계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금융권과 반대로 모바일 신분증 사업을 통해 자사의 플랫폼을 금융 부문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토스는 이용자가 모바일 신분증을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앱 홈화면에 배치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 앱 내에 모바일 신분증 메뉴를 추가하기로 했다.
4,000만 이용자 보유한 빅테크 기업 넘어설 수 있을까?
다만 금융사가 투입해야 할 노력에 비해 실제 효과가 클지는 불투명하다. 이용 편의성이나 확장성 측면에선 빅테크 앱들이 우위에 있어 은행 앱을 통한 모바일 신분증 발급은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용자 규모에서도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 간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 분석 서비스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MAU는 카카오 4,519만 명, 네이버 4,297만 명, 토스 1,900만 명대인 데 반해 KB스타뱅킹은 1,200만 명, NH올원뱅크는 400만 명대로 집계됐다.
보안에 대한 문제도 선결해야 할 사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보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실물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돼 편의성이 높아지지만, 스마트폰 보안이 뚫릴 경우 개인정보가 그대로 유출될 수 있어 파급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보안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분실이나 도난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