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스크’ 떠안은 삼성중공업, 즈베즈다 조선소와 법적 분쟁

160X600_GIAI_AIDSNote
"삼성중공업, 계약 불이행했다" 계약 취소 통보한 러시아 즈베즈다
반발 의견 표명한 삼성중공업,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제소 예정
법적 분쟁 기정사실화, 러시아發 리스크 커졌다
samsung 20240618 1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리스크(위험 요인)’ 장기화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 측이 삼성중공업 측의 공정 중단이 ‘계약 불이행’이라고 주장, 선수금 및 이자 반환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삼성중공업 측은 즈베즈다 조선소의 계약 취소 움직임에 대한 제소 의사를 밝히며 반발의 뜻을 표명한 상태다.

즈베즈다 조선소의 해지 통보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조선사와 러시아 선주의 수주 계약이 속속 취소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3일 삼성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2019∼2020년에 수주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과 북해용 셔틀탱커 7척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와 LNG 운반선 15척, 셔틀탱커 7척 등 총 22척에 대한 선박 블록과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이 국내에서 선박 블록 등을 제작해 즈베즈다 조선소로 보내면 이를 현지에서 최종 조립해 건조하는 방식의 계약이었다. 총계약 금액은 42억 달러(약 5조7,000억원)로 당시 조선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15척 중 5척을 건조해 인도를 마쳤고, 인도한 5척에 대해서는 대금 90%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양사 갈등 격화

순항하던 두 기업 사이 거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통지, 계약한 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에 대한 선박 블록과 장비 제작을 중단한 바 있다. 불가항력 통지는 조선소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면책 조항으로,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요청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작업을 중단한 것은 전쟁이 장기화하며 각국의 대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에 이름을 올렸다. SDN으로 지정된 기업은 자산 동결, 외국과의 거래 금지 등 페널티를 떠안게 된다. 계약사인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인 셈이다.

문제는 즈베즈다 조선소가 삼성중공업의 작업 중단이 ‘계약 불이행’이라고 주장, 선수금과 지연 이자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외부 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으로 공정을 중단했던 만큼 선수금을 돌려줄 수 없으며, 추후 싱가포르 중재법원을 통해 계약 취소의 위법성과 반환 정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argue samsung zvezda 20240618 1

법적 분쟁 리스크는?

삼성중공업과 즈베즈다 조선소의 법적 다툼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업계는 분쟁으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떠안게 될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싱가포르 중재법원이 즈베즈다 조선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중공업은 선수금 1조원과 지연 이자를 반환하며 무시할 수 없는 상환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대규모 신조선 계약 해지로 인해 기대 매출이 ‘증발’했다는 점 역시 악재다. 즈베즈다 조선소와의 최초 계약 금액인 5조7,000억원은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매출(2조3,218억원)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이번 계약 해지로 인해 중장기적인 매출 성장의 기회를 잃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으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입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선제적으로 러시아 불확실성에 대응해 왔다”며 “5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남은 건조량)는 330억 달러에 달한다. 즈베즈다 조선소와의 계약이 취소돼도 일감이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중공업 측 역시 “러시아 일감이 없어도 도크 일정을 채울 수 있도록 건조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며 “향후 계약이 해지되면 전체 수주 잔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건조 도크 일정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