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바이오 굴기 견제’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 가능성 여전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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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규제 목적 '생물보안법', 국방수권법 미포함
中 바이오 기업 가파른 성장세, 美 정부 견제 여전해
중국 기업 빠진 자리 두고 한국·일본·인도 경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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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의지가 높은 만큼 여전히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퇴출돼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中 우시그룹 적극적 로비로 ‘1차 방어’는 성공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업체를 겨냥한 생물보안법이 미 하원의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적대적 외국 바이오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환자의 데이터와 납세자의 돈이 적대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하원 규칙위원회에 제출된 약 1,400건의 법안 중 생물보안법을 제외한 350건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생물보안법은 지난 4월 상·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국방수권법은 미국의 안보, 국방정책, 국방예산과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법으로 1961년 제정 이래 매년 의회에서 가결돼 대통령 승인을 받는다. 생물보안법이 이번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포함됐다면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중국 우시그룹의 적극적인 로비 활동이 성공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우시그룹은 올해 1월 생물보안법안 발의 이후 자사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하원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에는 회사의 미국·유럽 법인 대표 등 임원진을 워싱턴DC로 급파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생물보안법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 법안의 규제 대상이던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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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에 항암제를 연결해 암세포만 타격하는 항체약물접합체 기술(ACD)/사진=켈룬바이오텍

세계 최대 제약 강국 美, ‘中 성장세’ 위협으로 인식

하지만 아직 중국 기업들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생물보안법 제정안이 폐기되거나 취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여전히 중국의 ‘바이오 굴기’를 큰 위협으로 인식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물보안법 통과가 한 차례 연기됐을 뿐, 연내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단독 입법하거나 상원의 국방예산법안에 포함돼 통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중국의 바이오 기업들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해 세계 최대 제약 강국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BGI는 2012년 미국 컴플리트 제노믹스(CGI)를 인수하며 사실상 미국 기업이 과점해 온 유전체 분석 장비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현재 세계 2위의 게놈 분석업체에 성장한 BGI는 경쟁사 대비 6배, 2000년 시세보다 10만 배 저렴한 100달러의 원가로 인간 게놈 서열을 분석하는 것으CDMO로 알려졌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도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켈룬바이오텍이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 기술(ADC)이 대표적이다. ACD는 면역 단백질인 항체에 항암제를 연결해 암세포만 타격하는 기술이다. 미국 머크(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ADC ‘MK2870’를 묶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했다. 앞서 MSD는 지난 2022년 12월 켈룬의 ADC를 도입하는 데 계약금 1억7,500만 달러(약 2.423억원)와 기술료를 포함해 총 94억7,500만 달러(약 13조 1,217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中 위탁생산 기업 퇴출당하면 韓 기업 수혜 가능성

한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 특히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생물보안법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여전한 데다 미국 내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을 향한 압박이 시작되고 있어서다. 최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3억 달러를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원료 생산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중단했다.

지난 2022년 세계 CDMO 시장의 1위는 스위스의 론자, 2위는 미국의 캐털란트, 3위는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4위는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실제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업계 3위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에서 퇴출당해 그 공백을 한국 기업이 채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쟁국인 일본, 인도, 호주 등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의 후지필름다이오신스는 지난해 6월 덴마크 힐러드 공장 최고 운영자(COO) 출신 라스 피터센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미국에만 32억 달러(약 4조3,200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셀룰라 다이내믹스로부터 투자받은 2억 달러(약 2,750억원)를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확장과 R&D 센터 설립에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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