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미국이 이끄는 스쿼드, 남중국해 분쟁서 필리핀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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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일본·필리핀, ‘스쿼드’ 구성, 남중국해 연합훈련 실시
중국 위협에 대응하기엔 현실적 제약 많아
아세안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인 전략 함께 마련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은 호주, 일본, 필리핀 등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4개국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장관은 이 훈련을 ‘스쿼드(S-QUAD)’라고 칭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스쿼드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야욕을 억지할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필리핀은 군사력이 부족한 데다,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이 중국에 대한 필리핀의 군사 수단 사용을 막고 있는 점은 원활한 작전 수행을 막는 요소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지정학적 지형이 바뀔 가능성도 스쿼드의 역할에 의문점을 더한다.

U.S. Navy USS Carl Vinson (CVN 70) Carrier Strike Group transits the South China Sea last week.
사진=동아시아포럼

스쿼드, 필리핀 군사력 약한 탓에 효과 떨어져

현시점 스쿼드를 군사 연합체로 보긴 아직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쿼드를 중국에 침략을 막는 구체적인 군사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여기고 있다. 스쿼드 소속국들이 서로를 대신 방어해 줄 의무는 없으나, 이들의 연합 능력은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침략 활동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이 필리핀에 대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스쿼드 역시 현실화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필리핀이 이들 국가들 중 제일 약체라는 점이 명백한 장벽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과 호주, 일본과 달리 필리핀은 안정적인 군사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국방 예산을 41억 달러(약 5조6,000억원)로 늘렸음에도 필리핀은 여전히 군사력 평가지수에서 145개국 가운데 34위에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 남중국해 분쟁에서 가장 중심에 서 있다. 중국과 직접적인 영유권 분쟁을 하는 위치다. 그런 만큼 필리핀의 군사력은 중국을 억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를 인지한 필리핀도 국방비를 대폭 늘리는 한편 중국을 저지하려는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군사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일본과 체결한 상호접근협정(Reciprocal Troop Access Agreement, RAA)이 대표적인데, 이는 양국 간 상호 파병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 호주와도 방문국협정(Visiting Force Agreement, VFA)을 맺은 상태다. 이를 통해 필리핀은 지난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호주에 전투기를 보내 다국적 연합공중훈련인 피치블랙(Pitch BlacK)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상대하기엔 아직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4년 필리핀과 방위협력확대협정(Enhanced Defence Cooperation Agreement, EDCA)을 맺고 일찌감치 필리핀 군사 기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 조항의 근원인 1951년 양국 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ce Treaty, MDT)엔 미국이 필리핀을 보호하는 데 쓸 수 있는 무력 공격의 유형이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필리핀은 중국의 교묘한 공격들에 홀로 대응해야 했다.

다만 중국이 필리핀에 가하는 군사행동은 분명 공격적이지만, 필리핀을 뒤흔들 정도의 치명타를 입히진 않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두고도 전략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지난 6월 중국 해안 경비대가 필리핀 해군 함정을 약탈하고 승조원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해 국제적 반발이 거셌지만, 이 사건으로 필리핀이 중국에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많지 않았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투명성 정책(Assertive Transparency Policy)’을 내걸고 △국가적 회복력 강화 △국제사회 지원 체계 구축 △중국에 대한 보복성 대응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의 효과는 미지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정책으로 중국을 억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자국의 무력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필리핀이 한층 더 강력한 억지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현재 필리핀은 중국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세컨드 토마스 숄(Second Thomas Shoal, 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좌초돼 있는 난파선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에 보급품을 보내는 문제로도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임무 수행을 위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대중국 억지력을 끌어올리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정치적 역학 관계 영향도

이런 가운데 아세안의 규정, 그리고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이 공동 성명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eclaration on the Conduct of Parties, DoC)은 되레 필리핀의 대중국 군사 행동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지하고 있는 DoC는 역내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필리핀이 중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직접적인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은 미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에 아세안 회원국과 중국 외 다른 강대국이 개입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세안 회원국의 자국 정치 역학 관계 역시 스쿼드의 역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리핀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다리기를 해온 역사가 긴 만큼 더더욱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로 필리핀 내에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대통령이 경제 문제보다 남중국해 문제를 더 강조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CTA리서치그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르코스 정부는 빈곤, 일자리, 부패 등 여러 분야에서 과반수를 밑도는 지지율을 얻었다. 마르코스 정부가 그간 사회 인프라 구축과 외국인 투자, 각종 개발 계획 등에 많은 힘을 썼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도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 힘을 실었다.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 부통령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사임한 것도 필리핀의 스쿼드 내 역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필리핀과 중국의 관계를 더 중시했는데, 만약 두테르테 부통령 측이 오는 2028년 선거에서 이긴다면 마르코스 정부가 구축해 둔 대중 정책들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대선 역시 새로운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남중국해 분쟁의 역학 구조가 또 한 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남중국해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고 위협했던 전력이 있다. 미국이 태세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 상황에선 스쿼드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을 억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쿼드 소속 국가들의 강력한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필리핀에 대한 굳건한 공격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태도는 오히려 더 폭력적이고 적대적으로 변했다. 물론 향후 몇 년간 스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계속해서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분쟁을 해결하려면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스쿼드의 성공 여부는 집단적인 군사 전략, 아세안 체계 내에서의 외교적 기동력, 아세안 회원국들의 자국 내 정치적 상황 등을 조율하는 데 달려 있다. 단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프리시 파트나약(Prisie L Patnayak) 인도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대(Jawaharlal Nehru University) 인도태평양연구센터(Centre for Indo-Pacific Studies)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은 High hurdles for achieving squad goals in the South China Se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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