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정부 지원에도 ‘티메프 미정산 사태’ 여파는 여전, 정산금 환급도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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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미정산 규모 확대, 2,800억원→8,200억원으로 세 배 수준
정부 자금 지원 정책에도 비판 여론, "정부가 티메프 사태의 근원"
큐텐 법적 처분 가능성 열려 있지만, "책임 소재 불분명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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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위메프·티몬(티메프) 미정산 사태 규모가 8,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자, 정부가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 티메프 사태의 여파를 줄여보겠단 취지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은 여전히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미비가 사태를 촉발했단 이유에서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정부 자금 지원 확대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방안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미정산 금액은 8,188억원에 달한다. 지난 1일 정부가 추산했던 2,783억원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상품이 60%로 가장 많았으며, 상품권 36%, 여행 상품 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원책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들을 통해 일반 상품과 상품권 등 359억원을 환불 완료했다. 핸드폰 소액결제의 경우 PG사가 제품 미수령이 확인된 일반물품에 대해 환불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차원에서 집단분쟁조정 신청 접수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마감된 여행·숙박·항공권에 대한 분쟁조정은 총 9,028건이 접수됐으며, 상품권 분야에 대한 신청 접수는 지난 19일 시작됐다.

판매자들을 대상으로는 자금 지원 집행을 진행 중이다. 자금 지원 총규모는 당초 1조2,000억원이었지만 미정산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1조6,000억원으로 늘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각각 1,700억원과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피해 업체 대상 대출을 진행 중이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도 3,000억원을 투입해 판매자 금융지원에 착수했다.

16개 지방자치단체는 1조원 이상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편성해 각 지역 피해 업체에 대한 직접 대출 또는 이차보전을 추진키로 했다. 피해 기업의 기존 대출·보증에 대한 만기 연장과 선정산대출 만기 연장 등 지원도 1,000억원 규모로 이뤄진다.

사각지대 놓은 전자상거래 업계, 관리·감독 미비 논란 확산

이처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정부에 대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중개업자와 판매자 간 정산 문제를 자율규제에 맡겨두면서 티메프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의 위기가 감지된 건 지난 4월의 일이다. 위메프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2023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계속 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높다”란 취지의 감사 의견을 밝히면서다. 당시 삼일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은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상황이 타개될 가능성이 작다”며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아 언제든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며 “영업 활동을 할수록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런 재무 악화 상태에서도 티메프는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단 점이다. 별다른 공적 개입도 받지 않았다. 지난 2022년부터 금융감독원이 모니터링을 해왔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양해각서(MOU)에 기반을 둔 ‘느슨한 감독’에 불과했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직접 개입이나 시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전무해서다. 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정부 역시 경영권 몰취 등 공격적인 개입을 하기 어렵다. 전자상거래 업계 자체가 ‘감독·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를 견지하는 사이, 티메프는 심각한 재무구조 악화에 빠져든 이후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꼼수’를 이어갔다. 저가 수수료율을 제시해 판매자들을 끌어모으거나 상품권 할인 판매 영업을 확대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상승에만 몰두한 것이다. 정산 주기를 최장 70일로 운영하며 판매자에게 줘야 할 대금을 끌어다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등 무리한 확장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시장에서 “티메프 사태는 큐텐과 정부가 만들어낸 합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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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사기죄’ 성립 가능성, 정산금 환급 가능할까

이런 가운데, 최근 시장에선 향후 큐텐의 처분 방향성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티메프와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가 유사한 만큼 머지포인트와 같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된 선불을 충전해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제휴 가맹점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2019년 1월 출시된 머지포인트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단기간에 1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집,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발행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2021년 8월 돌연 사용처가 축소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환불 대란이 일어나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생긴 것이다. 결국 경찰의 수사 끝에 머지포인트를 운영한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동생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각각 징역 4년과 8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의 판결을 보면, 머지포인트는 사기죄가 성립됐다. 적자가 너무 커져서 지속적인 사업이 어려운 것을 알았음에도 판매를 지속하며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티메프 역시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 티몬과 위메프 양사 모두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 총액이 마이너스인 상태여서다. 지난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 1,309억원의 5배를 넘어섰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소상공인에게 가야 할 정산 자금을 미국 법인 인수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횡령죄도 적용될 수 있다. 큐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단 의미다.

다만 큐텐의 법적 처분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정산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에도 1,000억원대의 환불금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머지포인트에 지불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나온 영향이다.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티메프 역시 정산금을 돌려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란 것이다.

모회사인 큐텐의 법적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큐텐에 정산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려면 우선 큐텐의 불법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란 사실과는 별개로, 큐텐이 이번 사태를 직접 일으켰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자료가 나오지 않는 이상 책임 소재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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