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 청년들, ‘무한 경쟁’에 ‘학벌 차별’까지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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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채용 시장, ‘명문대’ 학사 학위 선호 심화
고학력자 증가로 석사 학위도 '무용지물'
중국 정부, “대학 진학 대신 직업 교육과 창업을!”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한 고용 시장 침체로 기업들이 이른바 ‘명문대’ 학사 학위 소지자만을 선호하는 ‘학벌 차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차별은 학부 졸업생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석사 학위 소지자에 대해서도 행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단속과 근절에 나섰지만 미흡한 사회 복지 시스템과 ‘무한 경쟁’이라는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국 내 청년 실업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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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취업난으로 ‘명문대 학사 학위’만 따지는 ‘학벌 차별’ 심화

학벌 차별은 교육과 취업 과정에서 무한 경쟁을 겪어야 하는 중국 사회에 오랜 기간 존속해 온 관행이지만 최근 경제 침체와 취업난으로 한층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학 교육 진흥 정책으로 수많은 고학력자가 배출됐지만 그들을 수용할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명문대 졸업장은 채용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최고의 공신력을 갖는 차별화 요소로 굳어져 버렸다.

‘학벌 지상주의’는 중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일본을 위시한 동아시아 국가 대부분에 만연한 사회적 현상이다. ‘일류대’를 졸업했다는 사실 하나가 그 어떤 능력이나 경험보다 개인의 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언론들이 앞다퉈 신임 장관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부터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도쿄대(Tokyo University)나 교토대(Kyoto University) 같은 명문대 졸업장은 ‘이마에 붙이고 다니고 싶은 자랑스러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학위 인플레이션’으로 석사 학위도 ‘찬밥 신세’

문제는 중국의 경우 소수의 고급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학벌 위주의 채용 관행 역시 더욱 강력하게 자리 잡았고, 경쟁을 뚫기 위해 학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학위를 받으려는 청년들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치열한 취업 도전을 2~3년 더 미루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 2018~2023년 중국 내 대학원 등록자 수는 115만 명이 증가했고, 2023년 중국인 해외 유학생 수는 1백만 명을 넘어 최대 기록을 경신했을 정도다.

이는 ‘학위 인플레이션’(diploma inflation)으로 이어져 석사 학위가 채용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지난해 기준 도시 지역 16세에서 24세까지의 중국 청년 실업률은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로도 20%를 넘었고 비공식으로는 46.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업 문제가 심화할수록 취업을 위해 애써 학위를 취득한 고학력자들의 불만과 실망감도 함께 높아지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 ‘직업 교육’ 및 ‘창업’ 장려

이에 중국 정부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2020년 들어 국영 기업과 정부 기관들의 채용 과정에서 명문대 학위 요구 관행을 명목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고 이듬해 중국 교육부(Education Ministry)도 학사 학위를 기준으로 한 채용 차별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그래도 개선되지 않자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National People’s Congress, 전인대)는 공식적으로 학위에 근거한 차별을 불법화했다. 다만 해당 조치가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명문대 학위를 대놓고 요구하는 행위는 막을지라도, 암묵적으로 선호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적 조치와 함께 중국 정부는 고등 교육 대신 ‘직업 교육’을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정부나 기업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기회를 개척하라며 ‘창업’을 독려하고 나섰다. 2023년 유네스코 난징평화포럼(UNESCO Nanjing Peace Forum)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가 공산당의 ‘공동 번영’(common prosperity) 비전에 공헌한 청년 창업가들의 성공담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청년 실업률과 취업 문제 “개인 탓 돌리기” 비판

하지만 직업 교육으로 습득한 기술은 적용 범위가 좁고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만연한 인식까지 정부가 바꿔 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창업에 대한 강조는 실업률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공산당이 부족한 사회 복지와 초 경쟁적 취업 시장이라는 현실은 외면한 채, 사회적 과제를 개인적 문제로 규정해 ‘사상 개조(thought reform)를 통한 극복’만을 설교하듯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근원적 문제는 방치하고 사회 안정만을 추구하는 정책은 중국 사회에 더 큰 개인주의의 심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 취업 문제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타인을 협력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더욱 팽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정부의 대처는 파편화된 개인주의를 통해 집단행동 및 정치 운동 가능성을 낮춰 공산당의 권위에 대한 어떤 도전도 불허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원문의 저자는 에드워드 비커스(Edward Vickers) 규슈대학교(Kyushu University)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Chinese youth unemployment and ‘first degree discrimina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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